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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깜찍한 여비서"💕

빛나는 빛나 2026. 1. 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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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깜찍한 여비서"💕

 

 

제목 - <깜찍한 여비서>

 

 

1화. 차 비서의 대담한 유혹! 

차루비, 스물일곱. 그녀의 인생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바로 그녀가 비서로서 모시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완벽함을 혼자 독식한 듯한 정하준 대표님의 마음을 훔치는 것! 단순히 직장 상사로서의 존경심을 넘어, 그의 눈빛, 목소리, 심지어 걸음걸이 하나하나에 루비의 심장은 속절없이 반응했다. 오늘도 루비는 대표님 사무실 문 앞에서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손에 들린 건 그가 늘 마시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의 아메리카노. 이 커피 한 잔에 루비는 그녀의 모든 애정과 관심, 그리고 아주 사소한 그녀만의 비밀을 담아내곤 했다. 컵홀더에 붙인 '정하준 대표님, 오늘도 파이팅! 비서 차루비 드림 💖'이라는 메시지가 그의 하루를 조금이나마 달콤하게 만들어주길 바라면서.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활짝 열린 사무실 문틈으로 보이는 건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슈트핏을 자랑하는 정하준 대표님. 명품 수트가 원래 제 옷인 양 착 달라붙은 그의 모습은 잡지 화보에서 튀어나온 듯 비현실적이었다. 흑갈색 머리카락은 언제나 단정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눈빛은 흡사 차가운 북극의 빙하처럼 보였다. 하지만 루비는 알았다. 그 냉철한 이성 아래엔 뜨거운 용암 같은 다정함과 순수함이 숨어 있다는 것을. 하준은 책상 위에 놓인 두툼한 신문을 펼쳐 들려다 루비를 발견하고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고 무심한 동작 하나에도 루비의 심장은 벌써 발레를 시작하며 콩닥거렸다.

"커피 가져왔습니다, 대표님."

루비는 사각거리는 발걸음으로 대표님의 책상 가까이 다가가며 미소 지었다. 그의 전용 컵받침 위에 아메리카노를 조심스레 내려놓자,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이 사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하준은 신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습관처럼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미간을 아주, 아주 미세하게 찌푸렸다. 그 찰나의 변화를 루비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대표님 관찰력은 가히 최고 수준이었다.

"혹시, 조금 뜨거우셨을까요? 제가 대표님 도착 시간에 맞춰서 바로 내려왔는데..."

루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사실 하준 대표는 뜨거운 것을 잘 못 마셨다. 그를 짝사랑하면서 알아낸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정보였다. 하준은 눈을 내리깔고 찻잔을 잠시 응시하더니, 픽, 하고 짧게 웃었다. (아마도 루비의 메시지를 본 듯 하다) 그 웃음은 그의 냉철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약간의 의외성이 섞인 것이었다.

"아니. 딱 좋다."

싱긋이 휘어지는 그의 눈매. 그 한 마디와 미소에 루비는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줄 알았다.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울렁이며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었다. 저런 미소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아서, 루비의 타는 듯한 갈증을 한 번에 해소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 맛에 대표님을 짝사랑하는 거지! 루비는 다시 한번 속으로 다짐했다. 저 남자의 마음을 반드시 훔치고 말겠어!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루비는 그의 점심 스케줄을 확인하며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점심 메뉴 선택은 언제나 그녀의 고뇌의 시간이었다. 그의 입맛은 까다로웠고, 메뉴 선택은 늘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대충 아무거나 추천할 수도 없었다. 매일 같이 '무심한 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야 하는 대표님의 기호를 맞추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웠다. 오늘따라 유난히 고심하며 태블릿을 쥐고 있는 루비를 본 하준은 자료를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루비에게 향했다.

"차 비서, 뭐 그렇게 고민하나? 설마 오늘 점심도 전쟁인가?"

하준의 피식 웃음 섞인 농담에 루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농담이라니! 이 남자, 자신에게 농담을 했다! 루비는 마음속으로 작은 승리의 댄스를 췄다.

"아, 대표님 점심 메뉴 때문에요! 오늘 오전 내내 회의하시느라 힘드셨을 것 같아서, 속 편한 한식으로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늘 가시는 그곳 말고, 새로운 곳으로 예약해드릴까요?"

하준은 나른한 시선으로 루비를 올려다봤다. "새로운 곳?" 그의 눈빛에 아주 희미하게, 하지만 루비에게는 분명히 보일 정도로 호기심이 스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네! 새로 생긴 곳인데, 대표님 취향에 딱 맞으실 것 같아서요! 제가 직접 지난주에 퇴근하고 가서 미리 먹어보고 왔는데, 반찬도 깔끔하고 맛도 정말 좋더라고요! 조용하고 분위기도 괜찮고요."

"굳이 직접 가서 확인까지? 차 비서, 참 열심히 일하는군."

하준의 질문에 루비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칭찬인지 아닌지 모호한 그의 말투에 루비는 으쓱이며 어색하게 웃어넘겼다. ‘칭찬이라면, 대표님 칭찬은 덤이고 제 목표는 오직 대표님이죠!’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수고했네. 그럼 그곳으로 예약하지."

에잇! 저 무미건조한 칭찬이라니! 하지만 괜찮다. 루비는 이런 냉철함 속에서도 대표님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녀는 능숙하게 예약 전화를 끊고 다시 하준을 돌아봤다. 그는 벌써 두꺼운 계약서에 파묻혀 집중하고 있었다. 그 완벽한 옆얼굴은 조각처럼 아름다웠다. 곧게 뻗은 콧대, 날렵한 턱선,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긴 그의 눈매는 루비의 마음을 저 깊은 곳까지 흔들었다.

'하... 심장이 남아나질 않겠어. 이러다 나 조만간 대표님 품에 쓰러지는 거 아니야?'

결국 루비는 오늘 점심을 기회 삼아 대표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돼! 좀 더 적극적인 대시가 필요해!

정오가 되자 루비는 그의 앞에 섰다. "대표님, 식사하러 가시죠."

하준은 서류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루비는 문을 열어주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새로 생긴 한식당은 외관부터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였다. 내부는 고즈넉한 한옥의 멋과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독특한 멋을 풍겼다. 루비가 미리 예약해둔 창가 자리로 안내받았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국악 재즈풍 음악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하준은 자리에 앉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괜찮군."

루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렇죠? 제가 대표님 취향을 얼마나 열심히 파악했는데요!"

메뉴판을 든 루비는 그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추천했다. "대표님, 이 곤드레돌솥밥 정식이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래요. 제가 먹어봤는데, 정말 속 편하고 든든했어요!"

하준은 그녀의 추천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음식이 나오고, 루비는 또다시 그를 관찰했다. 그는 평소처럼 말없이 식사에 집중했지만, 그의 숟가락이 평소보다 자주 움직이는 것을 보고 루비는 흡족했다.

"괜찮으세요, 대표님? 간은 맞으시는지..."

루비가 조심스럽게 묻자, 하준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잠시 바라봤다. "음, 꽤 맛있네. 신경 쓴 보람이 있군."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그 순간, 루비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칭찬이야! 대표님이 나를 칭찬했어!'

식사를 마친 뒤, 루비는 커피 대신 직접 만든 '대표님 전용 특별 차'를 내밀었다. 피로회복에 좋다는 온갖 약재에 따뜻한 생강을 달여 넣고, 달콤한 꿀을 살짝 가미한 루비표 수제차였다. 보온병에 담아 가져온 따뜻한 차는 달콤 쌉쌀한 향기를 풍겼다.

"대표님, 식후에 따뜻한 차 한 잔이 좋아요. 요즘 날씨도 쌀쌀하고, 감기 걸리시면 안 되잖아요! 면역력 강화에 좋은 약재들이 많이 들어있어요!"

초롱초롱 빛나는 루비의 눈빛에 하준은 묘한 시선을 던졌다. 그녀의 볼이 살짝 붉게 물든 것이 보였다. 그는 찻잔을 받아들고,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차 비서가 요즘 나를 챙기는군. 아주 각별히."

"네? 제가 늘 대표님을 챙기죠! 제가 누굴 챙기겠어요! 헤헤!"

루비는 너무 티가 나지 않으려고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보며 하준은 옅게 미소 지었다. 그의 입가에 걸린 작은 미소는 루비에게는 이미 커다란 행복이자, 다음 유혹을 위한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

오후 내내 밀린 서류 업무를 처리하던 루비는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오늘 꼭 해내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몰래 가방에서 예쁜 우산을 꺼내들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똑똑.

하준의 사무실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들어와."

"대표님, 퇴근 시간 되셔서 보고 드릴 겸 들어왔습니다. 혹시 오늘 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해서요. 혹시 퇴근하실 때 우산 필요하실까 해서 가져왔는데..."

루비는 예쁜 장미꽃 패턴이 그려진 작은 우산을 수줍게 내밀었다. 사실 비는 오지 않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그녀의 철저한 계획 중 하나였다. 우산 손잡이를 잡고 있던 루비의 가녀린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준은 우산을 받아들며 루비를 잠시 응시했다. 그의 눈빛이 루비의 심장 위를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 비서. 오늘따라 유독..."

"네? 유독 뭐요?"

하준은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붉어진 뺨과 간절한 눈빛을 잠시 훑고 지나간 뒤였다.

"...신경을 많이 쓰는군. 무슨 일이라도 있나?"

또 저 심드렁한 말투라니! 루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속으로는 '히히, 계획대로 되고 있어!'를 외치고 있었다. 이 무심한 대표님도 언젠가는 루비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그의 책상 한쪽에 놓인 우산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녁 늦게까지 야근을 하던 하준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오늘따라 유독 곁을 맴도는 차루비 비서. 그녀의 활기차고 순수한 에너지가 삭막한 사무실에 묘한 온기를 불어넣는 기분이었다. 늘 칼 같았던 그는, 루비가 건넨 수제차의 달콤하고 따뜻한 온기가 아직 손끝에 남아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우산. 누가 봐도 여성스러운 그 우산은 그의 사무실 한편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장미꽃 패턴이라니. 그에게 그런 취향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산을 돌려주지 않고 받았다. 무의식중에 루비의 정성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하준은 묘한 감각에 휩싸였다.

"차 비서… 나를 유혹하는 건가?"

나지막한 그의 중얼거림은 고요한 사무실 안에 흩어졌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피곤에 절었던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찾아든 잔잔한 미소였다.

그 시각, 퇴근길 지하철 안. 루비는 스마트폰을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오늘 대표님 반응을 복기하며 다음 작전을 구상 중이었다.

'흐흐흐, 다음엔 더 깜찍하게 대표님 심장을 저격해야지! 오늘 우산 작전 성공! 내일은 뭘 해볼까?'

그녀의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순수해 보이는 그녀의 내면에는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대담함과 전략적인 영리함이 숨어 있었다. 루비의 달콤한 유혹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유혹의 끝은 오직 정하준 대표님의 마음을 얻는 것뿐이라는 것을.



2화. 대표님, 심장이 두근거려요! 

 

어젯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다음 작전을 구상하던 차루비는 오늘도 아침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정하준 대표의 집무실 앞. 어제 건넨 우산이 대표님 책상 한켠에 고스란히 놓여 있는 것을 확인하며 그녀는 작게 승리의 브이를 그렸다. 그녀의 계획대로 하준 대표는 그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고, 분명 밤새 그의 머릿속 한편을 맴돌았을 터였다. 하긴, 누가 봐도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장미꽃 우산을 들고 무뚝뚝한 정하준 대표가 퇴근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루비는 비어 있는 그의 집무실 안을 흘긋 보더니, 다시 한번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후훗, 계획은 순조로워!'

'다음 작전은 이거다! 대표님 건강은 내가 책임진다!'

루비의 손에는 평범한 토스트가 아닌, 새벽같이 일어나 정성껏 직접 구워 온 영양 가득한 모닝빵 샌드위치와 따뜻한 보리차가 들려 있었다. 대표님의 점심 식단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알아낸 것은, 그가 아침을 거의 거른다는 사실이었다. 중요한 회의나 업무가 많은 날에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 ‘깜짝 아침 식사’ 프로젝트였다. 그를 향한 루비의 작은 마음이자, 그의 건강 관리에 대한 진심이 담긴 선물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차 비서."

회사 현관에서 막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정하준 대표가 걸어 나왔다. 새벽녘 이슬을 맞은 듯한 서늘하고도 말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완벽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밤샘 작업이라도 한 건지 어딘가 모르게 미세하게 피곤한 기색이 서려 있는 그의 얼굴이 루비의 심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그의 깊은 눈동자가 루비의 손에 들린 샌드위치와 보리차 보온병을 자연스럽게 스쳤다. 궁금하다는 듯, 그러나 여전히 무심한 표정이었다.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혹시 아침 식사 아직 못 하셨을까 봐 제가 작은 정성을 좀 준비했어요!"

루비는 활짝 웃으며 샌드위치와 보리차가 담긴 작은 종이봉투를 그에게 내밀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개인적인 선물을 칼같이 거절했을 하준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한 손으로 종이봉투를 받아 들었다. 보온병의 따뜻한 온기가 손끝에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 없는데."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보리차 보온병 위에 꼼꼼히 붙여진 '대표님 파이팅! 비서 차루비 드림 💖'이라는 작은 포스트잇에 잠시 머물렀다. 어쩐지 그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거의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올라가는 것을 본 루비는 '앗싸! 성공!'을 외치며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남자,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거야!

"별말씀을요! 대표님 건강은 곧 회사 매출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인걸요! 게다가 제가 새벽부터 직접 만들어서 아주 따뜻하고 맛있을 거예요! 속에 채소도 가득하고요!"

루비의 발랄하고 쾌활한 목소리에 하준은 또다시 짧게 웃었다. 그의 웃음은 마치 차가운 겨울 숲에 피어나는 한 송이 꽃처럼, 드물지만 아름다웠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고, 루비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뿌듯함에 젖었다. 작은 것 하나라도 그를 위해 준비하고, 그의 미소를 볼 수 있다면 루비에게는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고 행복한 일이었다. '오늘도 내 심장이 불타오르네!'

오전 업무 시간, 루비는 평소처럼 각 팀에서 올라온 보고서들을 정리하고 대표님의 복잡한 일정표를 점검했다.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대표님의 하루는 그야말로 전쟁과도 같았다. 하준은 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와 쉴 틈 없이 밀려들어 오는 보고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모습을 유지했다. 심지어 그 와중에도 직접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잠시 뒤, 집무실에서 나온 하준이 루비의 책상 옆에 놓인 비서팀 전체 공용 간식 바구니에서 무심하게 초콜릿 하나를 집어 들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간식이었기에 루비의 눈에는 그 모습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의 표정에는 미세하지만 묘한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루비가 재빨리 다가섰다.

"대표님, 단거 드실 시간에 차라리 따뜻한 차 한 잔 더 드릴까요? 제가 만든 피로회복차가 아주 좋거든요! 방금 점심시간 전에 막 우려낸 건데..."

하준은 이미 초콜릿 포장을 뜯은 상태였다. 다크 초콜릿 특유의 쌉쌀한 향이 주변에 퍼졌다. "아니, 괜찮아. 고맙군." 그의 시선이 루비의 옆얼굴을 잠시 스쳤다. 그 짧은 시선에 루비는 또다시 심장이 철렁했다. 그는 초콜릿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과 쌉쌀함이 그의 미간을 풀어주는 듯했다. 잠시 모든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은 듯 보였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문득, 루비의 눈에 그의 넥타이가 아주 미세하게 삐뚤어진 것이 보였다. 항상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던 그의 모습이어서, 그 작은 흐트러짐은 루비의 눈에 더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으려다 멈칫했다. '아니, 이건 좀 위험한데? 오피스 스킨십이라고 할까 봐 걱정되는데... 아냐, 그래도 삐뚤어진 넥타이를 그냥 둘 순 없어! 완벽한 대표님 이미지가 흔들리잖아!'

고민하는 찰나, 하준은 중요한 서류 뭉치를 든 채 잠시 루비에게 고개를 돌렸다. "차 비서, 오늘 오후 투자 유치 회의 자료 좀 다시 확인해서 가져다줄 수 있나?"

그 순간 루비의 손이 본능처럼 뻗어 나갔다. 그녀의 가늘고 흰 손가락이 그의 목덜미에 닿을 듯 말 듯 스쳤고, 그의 넥타이를 조심스럽게 바로잡았다. 그녀의 작은 손이 그의 넓고 단단한 어깨에 닿는 순간, 찌릿한 전류가 흘렀다. 루비의 얼굴은 순식간에 발그레해졌다. 심장이 폭주하듯 격렬하게 울렸다. 마치 방금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의 열기가 확 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그의 스킨 냄새에 루비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준은 숨을 들이켰다. 루비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묘한 온기와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비누 향이 그를 덮쳤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붉어진 뺨과 길고 풍성한 속눈썹, 그리고 작고 앙증맞은 코를 지나 부드럽게 떨리는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아주 가까운 거리. 그의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이 온전히 가득 차올랐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대표님! 넥타이가 살짝 삐뚤어져서..."

루비는 후다닥 손을 거두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어 어딘가 숨고 싶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 아찔한 순간을 더 붙잡아두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그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마음이 요동쳤다.

"괜찮아. 고맙군."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더 낮고 부드러웠다. 루비는 대표님 목소리에 꿀이 발렸다고 생각했다. 다시 업무 모드로 돌아온 하준은 루비에게 회의 자료를 요청했고, 루비는 정신없이 자료를 챙겨 그에게 건넸다. 이마 위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물론 이마의 땀은 그의 심쿵 눈빛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날 오후, 하준은 중요한 투자 유치 회의에 참석했다. 루비는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커피 리필은 물론, 긴장된 분위기 속에 필요한 자료가 있을까 꼼꼼하게 살피며 대기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회의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마침내 회의실 문이 열리고 하준이 나왔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루비는 그의 눈빛에서 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녀의 오랜 비서 경험이 쌓아 올린 통찰력이었다.

"차 비서, 오늘 고생 많았어."

"아닙니다, 대표님! 대표님께서 고생 많으셨죠! 덕분에 회의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여기 따뜻한 캐모마일 차입니다. 회의하시느라 목 아프실 것 같아서요!"

루비는 얼른 그에게 따뜻한 캐모마일 차와 피로회복에 좋은 견과류 바를 건넸다. 하준은 그녀가 건넨 차를 받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성공적인 회의에 대한 만족감과 루비의 세심한 배려에 대한 옅은 감동도 엿보였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차 비서. 오늘 저녁은 외식하고 들어가는 게 어떤가? 고생한 차 비서에게 내가 대접하고 싶군."

하준의 갑작스럽고도 상상치 못했던 제안에 루비의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내 폭주하듯 격렬하게 울렸다. 대표님과 단둘이 저녁 식사라니! 이건 꿈인가 생시인가! 그녀의 얼굴은 삽시간에 새빨개졌고, 심장이 콧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축포가 터지는 것 같았다.

"네? 대, 대표님과요? 저, 저요?"

"그래, 차 비서." 하준은 피곤한 기색에도 불구하고 루비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는 그의 냉철한 이미지를 잠시 지워버리고, 인간적인 따스함을 풍겼다. "혹시 불편한가?"

"아, 아닙니다! 불편하다뇨! 절대요! 너무 좋습니다! 영광입니다, 대표님!"

루비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마치 꼬리 빠지게 흔드는 작은 강아지 같았다. 팔을 허우적거리는 모습까지 사랑스러웠다. 하준은 그런 루비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짧게 웃었다. 그의 눈에는 이 작은 비서가 그리는 서툴지만 솔직한 그림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어쩐지 그 그림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의 딱딱하고 건조한 일상에 기분 좋은 색채를 더하는 듯했다. 그동안 무채색이었던 그의 삶에, 루비가 톡톡 튀는 컬러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 같았다.

퇴근 후, 두 사람은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루비는 꿈만 같은 상황에 연신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 그의 옆에서 걸으며 조심스럽게 그를 흘긋거렸다. 정하준 대표가 자신의 고급 세단 조수석 문을 직접 열어주었다. 뜻밖의 세심한 배려에 루비는 놀라 동그랗게 눈을 떴다. 심장이 또다시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 남자, 정말 어디까지 멋있을 셈인가!

"타지 않고 뭘 하나? 춥다."

하준의 나지막한 말에 루비는 황급히 차에 올랐다. 고급스러운 가죽 시트에 몸을 묻자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녀의 심장이 엔진 소리처럼 쿵쾅거렸다. 대표님과 단둘이 차를 타고 가다니! 이런 날이 오다니! 창밖을 스치는 도시의 불빛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화려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루비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십 편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장면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이 특별한 저녁 식사가 과연 어떤 설렘과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을 가져다줄까? 루비의 심장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3화. 대표님과의 저녁 식사, 심장이 녹아내려요

 

정하준 대표의 고급 세단은 서울의 밤거리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옆자리 조수석에 앉은 차루비의 심장은 마치 롤러코스터라도 탄 듯 요동쳤다. 평소 그를 몰래 훔쳐보던 시간들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는데, 이렇게 단둘이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이 순간은 루비에게 꿈만 같았다. 그녀는 혹시라도 자신의 심장 소리가 대표님에게 들릴까 봐 조용히 가슴을 움켜쥐었다. 창밖의 화려한 도시 불빛들이 흘러갔지만, 루비의 눈에는 오직 옆자리의 정하준 대표뿐이었다. 그의 완벽한 옆모습, 운전대를 잡은 굵고 긴 손가락,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나는 그의 눈빛. 모든 것이 루비의 로맨틱 상상력을 자극했다.

"식사는 어디가 좋겠어?"

나른하고 낮은 그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루비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몸을 바로 세웠다.

"네, 네? 아, 대표님 드시고 싶은 거 없으세요? 저는 대표님이랑 같이 먹는 거면 뭐든지 좋아요!"

하준은 살짝 고개를 돌려 루비를 쳐다봤다. 그의 눈에 잠시 장난스러운 기운이 스치는 듯했다. "어떤 음식이든?"

"네! 어떤 음식이든요! 대표님은 평소에 한식만 즐겨 드시는데, 가끔은 다른 것도 드셔야죠! 이탈리안도 좋고, 스테이크도 좋고... 음, 아니면 갑자기 얼큰한 게 당기시면 감자탕도 괜찮아요!"

루비의 발랄하고 솔직한 대답에 하준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감자탕은 차 비서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에이, 대표님! 대표님은 뭐든 잘 어울리시잖아요! 제가 비록 깜찍 발랄하지만, 또 못 먹는 건 없답니다!"

하준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시선은 다시 앞을 향했지만, 루비는 그의 웃음소리가 마치 캐럴처럼 들려 가슴이 간질거렸다. '내가 대표님을 웃게 하다니! 오늘 뭔가 통했어!'

도착한 곳은 통유리창으로 서울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루비는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은은한 조명과 잔잔한 라이브 연주, 그리고 감미로운 와인 향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로맨틱했다. 하준은 능숙하게 안쪽 창가 테이블로 안내하며 루비에게 의자를 빼주었다. 뜻밖의 매너에 루비의 얼굴은 다시 한번 화끈 달아올랐다.

"아, 감사합니다, 대표님!"

어색함에 목이 바짝 타들어가는 루비에게 하준은 물잔을 채워주었다. 그의 손이 잠시 루비의 손등에 닿을 뻔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루비의 심장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메뉴는 내가 주문할게."

하준은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주문을 했다. 와인부터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까지 완벽하게 주문하는 그의 모습에 루비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남자, 모든 것이 완벽하다. 완벽함 그 자체다.

"대표님은 정말 못하는 게 없으시네요! 회사 업무도 그렇고, 이렇게 센스 있는 레스토랑 고르는 것도 그렇고... 너무 멋있으세요!"

루비의 과감한 칭찬에 하준은 픽 웃었다. "차 비서 눈에는 내가 그리도 완벽해 보이나?"

"네! 세상에 대표님처럼 완벽한 남자는 없을 거예요!"

루비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의 질문에 루비는 자신도 모르게 솔직한 속마음을 내뱉고 말았다. 그의 완벽함은 그녀를 숨 쉬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준은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루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자, 그럼. 오늘 고생한 차 비서에게."

쨍, 하고 맑은 소리와 함께 두 잔이 부딪혔다. 달콤쌉쌀한 와인 향이 루비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긴장됐던 몸이 스르륵 풀리는 듯했다.

애피타이저가 나오고, 두 사람은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어색한 침묵을 깨려 루비가 먼저 말을 꺼냈다.

"대표님, 그런데 저한테 왜 저녁을 사주시는 거예요? 혹시... 제가 오늘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루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하준을 올려다봤다. 하준은 포크로 파스타 면을 돌돌 말며 말했다.

"그런 건 아니야. 말했잖아. 오늘 고생한 차 비서에게 대접하고 싶다고."

"으음... 그냥 그것뿐이에요?"

루비의 질문에 하준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잠시 응시했다. 그의 깊은 눈동자가 루비의 불안한 시선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요즘 차 비서 덕분에, 꽤 즐거워."

그의 예상치 못한 말에 루비의 얼굴은 다시 한번 발그레해졌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대표님이 나 때문에 즐겁대! 말도 안 돼! 오늘 계탔다, 계탔어!'

"대표님... 말씀이 너무 멋있으세요."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자 하준은 다시 파스타로 시선을 돌렸다. 루비는 대표님과의 대화가 마치 줄다리기 같다고 생각했다. 한 발짝 다가가면 한 발짝 물러나고, 그러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스윽 다가오는 그의 밀당에 루비의 마음은 더 활활 타올랐다.

메인 요리가 나오자 레스토랑 안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하준은 능숙하게 스테이크를 썰어 루비의 접시에 작은 한 조각을 놓아주었다. 그의 배려심 넘치는 행동에 루비는 또다시 감동했다.

"아, 대표님! 괜찮아요! 제가 썰게요!"

"괜찮아. 내가 먹기 좋게 썰어주는 게 차 비서가 먹기 편할 테니."

하준의 다정한 손길에 루비의 마음은 한없이 약해졌다. 겉으로는 무뚝뚝해도 속은 이렇게 따뜻한 남자였다. 루비는 조용히 그가 썰어준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대표님은... 비서 말고 다른 직원들이랑도 이렇게 따로 식사하세요?"

루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하준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아까보다 한층 부드러웠다.

"아니. 차 비서가 처음이야."

그의 솔직한 답변에 루비의 심장은 또다시 격렬하게 울렸다. '내가... 내가 처음이래! 와아!' 루비의 얼굴은 터질 듯이 붉어졌고,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그, 그럼 혹시... 저 때문에 불편하시거나 그러신 건 아니세요?"

"전혀." 하준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루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오히려…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재미있다구요?"

"그래. 늘 일만 생각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서툴렀는데, 차 비서를 만나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하는 것 같아."

루비는 그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 대표님이 이렇게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말에 담긴 진심이 루비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쌌다. '나는 대표님에게 그저 비서가 아닌, 새로운 경험을 주는 사람이야!'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하준은 와인잔을 다시 채우며 루비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차 비서. 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줄 수 있겠어?"

루비는 갑자기 진지해진 그의 태도에 긴장했다.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네, 대표님!"

"아까 넥타이. 일부러 그랬나?"

하준의 질문에 루비의 얼굴은 삽시간에 새빨개졌다. 넥타이를 고쳐주던 그 아찔했던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심장이 또다시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들킨 건가? 아, 어떡해!'

"네, 네? 그, 그게..."

루비는 잔뜩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하준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루비의 손 위로 자신의 커다란 손을 덮었다. 따뜻하고 강렬한 그의 손길이 루비의 심장을 다시 한번 격렬하게 흔들었다.

"솔직하게 말해주겠어? 차 비서. 나를… 유혹하는 거야?"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가 루비의 귓가를 간질였다.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그의 눈동자에 자신이 온전히 비치고 있었다. 이 남자는 자신의 속마음을 전부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의 말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루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차 안으로 돌아가는 길, 두 사람 사이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달콤하고 끈적한 기류가 흘렀다. 하준은 아까보다 더 자주 루비 쪽으로 시선을 던졌고, 루비는 그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 하준은 아까처럼 루비에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그의 손이 루비의 팔을 스치듯 잡았다가 놓았다.

"오늘 즐거웠어, 차 비서."

그는 평소보다 더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비는 차에서 내리려다 멈칫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여운이 담겨 있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대표님. 오늘 저녁 사주셔서 감사해요!"

루비가 차 문을 닫으려는 순간, 하준이 그녀의 팔목을 다시 잡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 하준을 돌아봤다. 그의 눈빛은 평소의 냉철함과는 달리, 뜨겁고 깊었다.

"차 비서."

그는 루비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기울여 루비의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숨결이 루비의 뺨을 스쳤다. 루비의 심장은 터질 듯이 울렸다. 코끝을 스치는 그의 스킨 향, 그리고 그녀의 심장을 짓누르는 듯한 강렬한 그의 눈빛. 입술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 루비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기를, 이대로 그의 입술이 자신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랐다.

 


4화. 떨리는 한 걸음, 새로운 시작

 

그의 입술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차루비는 숨쉬는 법마저 잊은 듯했다. 심장이 온몸의 뼈마디를 두드릴 듯 격렬하게 울려 퍼졌고, 모든 신경이 그의 뜨거운 숨결과 심장을 찢어놓을 듯한 격렬한 두근거림에 집중되어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는 마법 같은 시간. 입술이 닿기를 간절히 바라던 루비의 바람과는 달리, 그의 미세한 떨림이 그녀의 뺨을 스치더니, 그의 몸이 부드럽게 뒤로 물러났다.

스륵.

닿을 듯 말 듯 한 아슬아슬한 간격에서 그가 천천히 몸을 바로 세웠다. 입술이 아닌, 루비의 귓가를 스치는 그의 낮은 속삭임에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오늘은 여기까지."

나른하면서도 짧고 단호한 한 마디. 루비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워졌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도 아니고,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라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이게 꿈이 아니었다면, 그 순간만큼은 분명 루비와 하준, 둘만의 세상이었다. 닿을 듯 말 듯 한 그 아찔한 거리를 남겨둔 채 하준은 자신의 몸을 바로 세웠다. 루비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올리다 봤다. 그의 눈빛은 아까처럼 뜨거웠지만, 동시에 무언가 미묘한 망설임과 자제심이 섞여 있는 듯했다. 그는 그녀의 눈을 지그시 응시하더니, 한 손으로 루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차 안으로 돌아갔다.

“조심해서 들어가요, 차 비서.”

루비는 멍한 상태로 그의 고급 세단이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의 손길이 닿았던 머리 부분이 아직도 뜨거운 것 같았다. 꿈일까? 아니,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의 눈빛과 숨결은 분명 현실이었다. 루비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혼란스러움과 동시에 아찔한 기대감, 그리고 약간의 아쉬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들이 그녀의 마음속을 헤집어 놓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라니... 왜? 도대체 왜?'

그는 왜 마지막 순간에 물러선 걸까? 자신에게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걸까? 아니면 혹시 자신이 부담스러웠던 건가? 루비의 머릿속은 수많은 질문으로 가득 찼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의 마지막 눈빛과 손길이 그녀의 심장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는 사실이었다. 루비는 밤새 잠을 설쳤다. 천장만 바라보며 어젯밤의 모든 순간을 스크린 속 영화처럼 되감고 또 되감았다. 그의 목소리, 그의 눈빛, 그리고 그 짧은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이 미묘한 간극에서 터져 나올 로맨스의 전개를 상상하며.

다음 날 아침, 회사.

루비는 어젯밤 일이 떠올라 출근길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의 집무실 문을 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그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루비는 거울을 보며 몇 번이나 표정 연습을 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밝게 웃는 표정, 업무에 집중하는 진지한 표정… 하지만 결국 답은 나오지 않았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마치 첫사랑에 빠진 십 대 소녀 같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차 비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루비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심장이 발버둥치듯 울렸다. 정하준 대표는 평소와 다름없이 말끔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냉철하고 침착했다. 마치 어젯밤의 아찔한 순간은 없었던 일인 양. 오히려 그의 모습에서 더욱 날카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의 말간 얼굴은 어젯밤 자신의 엉망진창인 심장과는 전혀 달랐다.

"네, 네,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루비는 최대한 밝게 대답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의 볼은 벌써부터 화르륵 달아올라 있었다. 하준은 그녀의 그런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듯,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루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색해 죽는 줄 알았네! 왜 나만 이러는 거지?' 그녀의 볼은 다시 붉게 물들었다. 마치 한겨울의 석류처럼.

오전 내내, 루비는 최대한 하준과의 접촉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집무실 문을 향해 걸어갈 때마다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하지만 비서로서 그럴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결재 서류를 올리는 시간, 잠시라도 그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을 때마다 루비의 심장은 제멋대로 요동쳤다. 그녀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마치 벌집에 쏘인 듯 화끈거렸다. 하준은 그녀의 이런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듯했다. 그는 루비의 얼굴을 스치듯 보거나, 가끔씩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루비만의 착각일 수도 있었지만, 그의 장난기 어린 눈빛은 루비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점심시간, 루비는 어제처럼 함께 식사하자는 제안을 내심 기대했다. 혹시 오늘은 그가 '오늘 점심은 나와 함께하지 않을래?'라고 말해주지 않을까? 하지만 하준은 "오늘은 외부에서 식사할 테니, 차 비서는 편하게 식사해."라는 말을 남기고 혼자 자리를 떴다. 왠지 모르게 서운함이 밀려왔다. 어제 일이 정말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걸까? 루비는 괜스레 우울해졌다. 혼자 밥을 먹는 내내 하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오후 늦게, 하준이 외부에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작은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집무실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루비의 책상 앞에서 멈췄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루비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차 비서, 잠시 들어와."

나른하면서도 다정한 그의 목소리에 루비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집무실로 들어섰다. 그의 책상 위에는 그녀에게 건네줄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하준은 쇼핑백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루비에게 내밀었다. 상자는 마치 보석 상자처럼 예쁘고 고급스러웠다.

"이게... 뭔가요, 대표님?"

루비의 목소리는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하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제 즐거웠어서, 답례할게."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루비가 평소에 즐겨 쓰던 브랜드의 고급 핸드크림이 들어있었다. 루비는 깜짝 놀라 하준을 바라봤다. 그가 자신의 취향을 이렇게까지 기억하고 있다니! 그리고 '어제 즐거웠다'는 그의 솔직한 표현은 루비의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

"어... 이런 걸 다... 대표님."

루비는 말문이 막혔다. 그의 세심함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하준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의 크고 따뜻한 손이 루비의 작은 손을 감쌌다. 부드러운 핸드크림의 촉감과 대비되는 그의 단단한 손의 감촉.

"손이 많이 거칠어. 이런 것쯤은 발라야 차 비서 손 같지."

나른하면서도 다정한 그의 목소리에 루비의 얼굴은 다시 한번 발그레해졌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따뜻하게 루비를 응시하고 있었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그의 온기에 루비의 심장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마치 그가 전하는 온기가 그녀의 마음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그녀의 작은 손을 감싸 쥔 그의 손은 마치 마법을 거는 듯했다.

"차 비서, 요즘 날 흔드는군."

하준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의 눈빛은 짙은 호기심과 미묘한 장난기로 가득했다. 루비는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려 몸을 살짝 뒤로 뺐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힘주어 감쌌다. 그의 눈빛은 루비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네? 대표님... 제가 뭘 흔들었다고..."

루비는 말을 더듬었다. 그녀의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더 이상 대화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당황스러운 마음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기대감이 그녀의 심장을 더욱 채웠다.

"어제는 내가 실수하지 않으려고 겨우 참았어."

그의 충격적인 고백에 루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자신을 향해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니! 어젯밤 그가 물러섰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던 걸까?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했던 그 순간, 그가 자신을 배려해서 물러섰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녀의 심장이 세차게 울렸다. 가슴 속이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대표님..."

루비는 그의 이름만 겨우 불렀다. 하준은 그녀의 손을 놓아주며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집어 들었다. 그의 얼굴은 다시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아까보다 훨씬 더 깊고 뜨거웠다. 마치 이글거리는 불꽃을 숨기고 있는 듯했다.

"오늘은 회의 자료 준비 때문에 차 비서랑 같이 늦게까지 남아서 일해야 할 것 같아."

평소와 다름없는 업무 지시였지만, 루비의 귀에는 마치 다른 의미로 들리는 것 같았다. 그의 말에는 뭔가 다른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듯했다. 단순히 업무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랑...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인가?'

루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늘 밤, 대표님과 단둘이 남아서 야근이라니! 퇴근 후 단둘만의 데이트는 비록 미수로 끝났지만, 어쩐지 오늘 밤은 더 아찔하고 은밀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야근을 준비했다. 하준은 그런 루비를 보며 다시 한번 짧게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그의 눈에는 따뜻하고 깊은 호의가 가득했다. 그의 차갑고 이성적이던 분위기 아래, 뜨거운 불씨가 일렁이는 듯했다. 오늘 밤, 두 사람 사이에는 또 어떤 아슬아슬한 사건이 일어날까? 달콤한 긴장감이 흐르는 밤이었다.



5화. 단둘만의 밤, 설렘 주의보!

 

고요한 밤, 오직 정하준 대표의 집무실만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빌딩 전체가 잠든 시간, 오직 이 공간만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창밖으로는 까만 서울의 야경이 고요하게 펼쳐져 있었다. 평소에는 칼퇴를 부르짖는 칼퇴요정 차루비였지만, 오늘은 오히려 그의 옆에서 야근하는 이 시간이 더없이 달콤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테이블 위에는 루비가 직접 타온 따뜻한 허브차 두 잔이 놓여 있었고, 건조한 사무실 공기 속에서도 묘한 온기가 감돌았다. 하준은 묵묵히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었고, 루비는 맞은편에서 태블릿으로 회의 자료를 최종 점검하고 있었다. 톡톡거리는 키보드 소리와 서류 넘기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는 유일한 소음이었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였지만, 루비의 심장은 쉴 새 없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차 비서, 이 부분 자료는 A안보다 B안이 더 적절할 것 같아. 왜 A안으로 구성했지?"

하준의 날카로운 질문에 루비는 순간 긴장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업무에 대한 흔들림 없는 완벽함이 묻어 있었다. "A안은 초기 시장 반응과 트렌드를 중점으로 둔 자료이고, B안은 장기적인 투자 가치 및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한 자료입니다. 대표님께서 지난번에 잠시 언급하셨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 방향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초기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A안을 먼저 검토했습니다."

"흐음."

하준은 그녀의 답변을 들으며 펜을 턱에 갖다 대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날렵한 콧대가 그림자를 만들고, 깊은 눈매는 자료 속 글자 하나하나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루비는 그의 눈치를 보며 다음 설명을 준비했다. 예상외로 하준은 별다른 지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옅은 만족감이 스치는 것을 루비는 놓치지 않았다.

"차 비서 말이 맞네. A안으로 일단 진행하고, B안은 추가 자료로 첨부해 둬. 나중에 필요할 때 보완해서 사용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루비는 그의 승인에 안도하며 능숙하게 태블릿을 조작했다. 일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은 언제나 루비의 심장을 뛰게 했다. 완벽하고 냉철한 그의 업무 능력은 존경스러웠고, 그 와중에 한 번씩 루비를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시선은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마치 빙하 속에 숨겨진 뜨거운 불꽃을 보는 듯했다.

시계는 어느덧 밤 10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밀린 서류 작업은 끝없이 이어졌고, 루비는 슬슬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흐릿해지는 눈동자와 뻐근한 목덜미. 하준 역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어깨는 무거워 보였고, 미간에는 피곤함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목덜미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그의 셔츠 아래로 단단한 목 근육이 드러나는 모습에 루비의 마음이 짠해졌다. '매일 저렇게 바쁘니 아침도 거르는 거지... 그러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대표님, 잠시 쉬실까요? 제가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더 내려드릴까요? 아니면 잠 깨는 데 좋은 박하사탕이라도..."

루비의 제안에 하준은 지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니, 커피는 좀 그런데. 아까 차 비서가 타준 허브차는 아직 남아있나? 그걸로 부탁할게."

"네! 물론이죠!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루비는 그의 말에 즉시 찻잔을 들고 탕비실로 향했다. 그가 그녀가 타준 허브차를 마신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은 뛸 듯이 기뻤다. 그녀는 따뜻한 허브차를 다시 채워 조심스럽게 그의 찻잔을 그에게 건넸고, 하준은 감사하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손으로 따뜻한 찻잔을 감싼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과 함께 고단함이 느껴졌다. 루비는 저도 모르게 그의 옆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피곤의 그림자가 루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대표님, 많이 피곤해 보이세요. 제가 어깨 좀 주물러 드릴까요? 피로가 풀리면 한결 나아질 거예요!"

하준은 그녀의 예상치 못한 제안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살짝 놀란 듯한 그의 표정은 의외였다. "차 비서가? 괜찮아, 괜찮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에이, 괜찮긴요! 제가 안마 솜씨가 아주 일품입니다! 어깨가 이렇게 뭉치시면 내일 업무에 지장 있으실 거예요! 제가 책임지고 시원하게 풀어드릴게요!"

루비는 억지로 그의 뒤로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의 어깨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뭉친 근육이 만져졌다. 루비는 능숙한 손길로 그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그의 단단한 근육과 그의 체온에 루비의 얼굴은 다시 한번 화끈거렸다. 그의 목덜미에서 은은한 남자의 향이 풍겨왔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그의 어깨를 타고 그에게 전달될 것만 같았다.

"어때요, 대표님? 시원하세요? 조금만 참으세요, 금방 풀어드릴게요!"

루비의 다정한 질문에 하준은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피로가 조금씩 가시는 듯 편안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꽤 시원하네. 차 비서, 이런 재주까지 있었군."

"그렇죠? 제가 이래 봬도 못하는 게 별로 없답니다!"

루비는 자신의 칭찬에 뿌듯해하며 그의 어깨와 목덜미를 정성껏 주물렀다. 그의 굳은 어깨 근육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끼자 루비의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졌다. 그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 루비는 그의 머리카락 끝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샴푸 향과 그의 체향이 뒤섞인 묘한 향기에 취할 것만 같았다. 그녀의 심장은 그의 체온에 반응하듯 더욱 격렬하게 울렸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 비서."

하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루비는 깜짝 놀라 손을 멈췄다. 그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끈적함이 섞여 있었다. 어깨 안마를 멈추니 그의 숨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네, 대표님?"

루비의 심장이 다시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을 살짝 뒤로 빼려 했지만, 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뒤로 젖혀 루비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빛은 짙은 호기심과 함께 묘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마치 그녀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는 듯했다.

"왜 그렇게 긴장해?"

"네? 제가 언제... 그냥, 갑자기 어깨가 풀리시니까 너무 좋으신가 해서..."

루비는 잔뜩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했다. 그의 눈빛에 그녀의 모든 거짓말이 꿰뚫리는 것 같았다. 하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차가운 손이 루비의 뜨거운 손목을 감싸자 찌릿한 전류가 흘렀다. 손목을 잡힌 채 그의 시선에 갇히자, 루비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깨 주무르는 실력은 꽤 괜찮네. 하지만... 마음이 더 풀리는 것 같아."

하준은 그녀의 손을 그대로 잡은 채, 자신의 옆자리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 차 비서."

루비는 심장이 터질 듯한 소리를 들으며 그의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녀의 심장은 폭주기관차처럼 쿵쾅거렸다.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의 옆에 이렇게 가까이 앉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팔 근육, 어깨 넓이, 그리고 그의 숨소리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의 짙은 눈빛이 루비를 향하자, 그녀는 숨을 쉬기조차 힘겨웠다.

"차 비서, 아직 남자친구가 없다고 했었지?"

하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루비는 깜짝 놀랐다. 이런 질문을 여기서, 이런 분위기에서 듣게 될 줄이야!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의 눈빛이 너무도 진지하고 뜨거웠다.

"네? 아... 네, 없습니다..."

루비는 말을 더듬었다. 괜히 부끄러워졌다. '지금 이 순간이 혹시 나에게 고백하는 타이밍인가? 드디어 대표님이 내 마음을 알아차린 거야?'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달콤한 상상으로 가득 찼다.

"그럼... 이번 주말에 약속 없나?"

그의 말 한마디에 루비의 심장은 다시 한번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말 약속이라니! 이것은 누가 봐도 데이트 신청이었다! 루비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입가는 저도 모르게 헤벌쭉 벌어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과 기대가 가득했다.

"네! 없습니다! 대표님! 저, 저는 주말에 항상 한가해요!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대표님 부르시면 달려갈 수 있습니다!"

루비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으며 두 손을 모으고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마치 오랜 시간 기다려온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하준은 그녀의 과장된 반응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소리는 달콤한 초콜릿처럼 루비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토요일 저녁. 나와 저녁 식사를 하지 않을래? 어제는 좀 정신없었으니."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루비는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데이트 코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제의 저녁 식사는 프러포즈 예고편이었고, 이제 진짜 프러포즈가 시작되는 건가! 그녀는 생각만으로도 설레서 죽을 것 같았다.

"네! 좋습니다! 대표님! 몇 시에 어디로 가면 될까요? 제가 뭘 준비할까요? 옷은 뭘 입어야 할까요?"

루비의 흥분된 질문에 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차 비서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나오면 돼. 나머지는 내가 준비할 테니."

그의 말에 루비는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이 남자는 정말 최고였다. 완벽하고 다정하고, 심지어 센스까지! 그녀는 다시 한번 정하준 대표에게 완벽하게 매료되었다. 그의 모든 것이 루비의 심장을 자극했다. 그날 야근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루비의 마음은 토요일 저녁 데이트 생각으로 온통 가득했다. 그의 제안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벅차올랐다.

그날 밤, 루비는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아까 야근할 때 대표님이 했던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차 비서가 요즘 날 흔드는군.' '어제는 내가 실수하지 않으려고 겨우 참았어.' 그리고 오늘 그의 데이트 신청까지. 모든 것이 루비를 위한 그의 대담한 유혹처럼 느껴졌다. 어색하고 서툴지만, 솔직하고 뜨거운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흐음... 그래, 대표님도 날 좋아하고 있는 거야! 분명해! 이건 썸이 아니라 이제 찐사랑인 거지?'

루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주말 데이트 때 어떤 옷을 입을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어떤 향수를 뿌릴지 상상하며 밤을 지새웠다. 대표님의 마음을 완벽하게 훔칠 계획을 세우면서. 잠이 오지 않는 밤, 그녀의 심장은 핑크빛 기대감으로 가득 부풀어 올랐다. 그녀의 달콤한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6화. 설렘 가득한 첫 데이트의 밤

 

루비의 일주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무슨 이야기를 해야 대표님의 마음을 더 흔들 수 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주말 데이트는 그녀의 삶에 불꽃을 지폈고, 회사에서도 평소보다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업무에 임했다. 대표님이 가끔 던지는 의미심장한 미소나 눈빛에도 이제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그 의미를 곱씹으며 다음 작전을 구상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토요일 오후, 루비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몇 시간째 옷장 문을 열어두고 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러블리한 원피스, 시크한 정장 스타일, 아니면 캐주얼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 고민 끝에 루비가 선택한 것은 화사한 아이보리색 블라우스에 주름이 예쁘게 잡힌 플레어스커트였다. 발목을 살짝 덮는 길이의 스커트는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활동적인 루비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볼륨감을 더한 웨이브 헤어에 살짝 복숭아빛 블러셔를 더해 사랑스러움을 한껏 뽐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루비는 활짝 웃었다. '자, 차루비! 정하준 대표님 마음을 훔치러 가자!'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자, 루비의 심장은 다시 한번 폭주하기 시작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만나자는 하준의 문자에 루비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발걸음을 옮겼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잠시 후 그가 타던 고급 세단이 아닌,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스포츠카가 멈췄다. 루비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듯했다. 블랙 컬러의 스포츠카는 하준 대표의 냉철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차 비서, 오래 기다렸나?"

차창이 스르륵 내려가며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평소 딱딱한 정장이 아닌, 베이직한 블랙 티셔츠 위에 네이비 재킷을 걸친 캐주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차림이었다. 단정하게 세팅된 헤어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심플하지만 왠지 모를 섹시함이 뚝뚝 묻어나는 그의 모습에 루비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대표님의 이런 캐주얼한 모습은 처음이라 루비는 잠시 넋을 잃고 그를 바라봤다.

"네? 아, 아닙니다! 방금 왔습니다!"

루비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차에 다가섰다. 하준은 차에서 내려 루비를 향해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미소 지었다. 그의 다정한 미소에 눈가가 부드럽게 휘었다. 그 매력적인 미소에 루비는 심장이 다시 한번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들어가."

루비는 조심스럽게 스포츠카에 올랐다. 고급스러운 가죽 시트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와 럭셔리한 실내 디자인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벨트를 매주는 그의 손길에서 다시 한번 남성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차 비서, 오늘 유난히 예쁘네."

갑자기 던져진 그의 칭찬에 루비의 얼굴은 또다시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루비의 온몸에 퍼진 긴장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네? 아, 감사합니다, 대표님도 오늘... 오늘 평소보다 더 멋있으세요!"

루비는 얼굴이 터질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였다. 하준은 피식 웃더니 시동을 걸었다. 묵직한 엔진음이 울리며 스포츠카는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앞을 향했지만, 그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루비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히히, 내 작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심장이 폭발할 것 같네!'

도착한 곳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교외의 프라이빗한 갤러리 레스토랑이었다. 울창한 숲 속에 숨어 있는 듯한 고풍스러운 외관과, 들어서자마자 압도하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루비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와... 대표님! 이런 곳은 또 어떻게 아셨어요? 정말... 그림 같아요!"

하준은 그녀의 반응에 만족한 듯 옅게 미소 지었다. "친한 갤러리 관장님이 운영하는 곳이야. 조용하고 음식도 괜찮지."

두 사람은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이블에 안내받았다. 테이블 위에는 은은한 향을 풍기는 생화가 놓여 있었고, 고급스러운 식기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루비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데이트 코스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한 완벽한 장소였다.

"대표님은 정말... 모든 게 완벽하세요. 어떻게 이런 곳을 아시는 거죠?"

"그러게. 우연히 알게 됐어."

하준은 와인 메뉴를 건네받으며 말했다. 그의 시선은 메뉴판을 향했지만,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루비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의 캐주얼한 차림새는 평소 회사에서 보던 냉철하고 이성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른, 좀 더 부드럽고 다정한 분위기를 풍겼다.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모든 음식이 완벽하게 맛있었다. 하준은 루비가 좋아하는 와인으로 주문해주며 그녀의 작은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는 등 시종일관 다정하고 세심하게 루비를 챙겼다. 그의 배려심 넘치는 행동에 루비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차 비서. 아까부터 얼굴이 발그레한데, 혹시 와인 때문인가?"

하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루비는 깜짝 놀라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와인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다정함 때문이었다. 그녀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괜히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아, 아닙니다! 그냥... 대표님이랑 이렇게 멋진 곳에 오니 너무 좋아서..."

루비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하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묘한 호기심과 따뜻함으로 가득했다.

"나도 좋아. 차 비서와 함께 있으니, 이런 곳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군."

그의 부드러운 말 한마디에 루비의 심장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의 칭찬에 루비는 숨쉬는 것조차 잊었다. 마치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세상에, 대표님이 나 때문에 아름답대! 이러다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거 아냐?'

식사가 끝나자 하준은 루비를 데리고 갤러리를 구경했다. 아름다운 작품들 앞에서 하준은 예상외로 풍부한 감성을 드러냈다. 작품에 대한 그의 섬세한 해설과 깊이 있는 시각은 루비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다. 루비는 그의 지적인 매력에 또 한 번 반했다.

"대표님은 미술 작품에도 이렇게 조예가 깊으시네요. 정말... 대단하세요!"

"별말씀을. 그냥 내 취미생활일 뿐이야. 그런데 차 비서는 어떤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드나?"

하준의 질문에 루비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한쪽 구석에 놓인 추상화 앞에서 멈춰 섰다. 강렬한 색채와 역동적인 붓 터치가 인상적인 그림이었다.

"음... 저는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뭔가... 제 마음을 보는 것 같달까? 복잡하면서도 열정적인데, 그 안에 또 순수함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루비의 솔직하고 감성적인 답변에 하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작품보다 루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의 눈빛은 깊고 부드러웠다.

"과연, 차 비서다운 작품 선택이군.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이라...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의 말에 루비는 깜짝 놀라 하준을 올려다봤다. '대표님과 나, 같은 생각을 했다고? 설마...' 그녀의 심장은 폭발 직전이었다. 하준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 그의 숨결이 루비의 귓가를 스쳤다.

"차 비서. 사실 오늘 이 그림을 보러 온 건 아니었어. 이 그림은... 어제 내가 실수하지 않으려고 참고 또 참았던 차 비서를 위해 준비한 그림이야."

하준의 충격적인 고백에 루비는 얼어붙었다. 그의 손이 루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몸을 자신에게 더욱 밀착시켰다. 그의 눈빛은 아까보다 훨씬 더 깊고 뜨거웠다.

"널... 다시 한번 흔들고 싶었거든."

나른하면서도 강렬한 그의 목소리가 루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녀의 심장이 제멋대로 발악하듯 뛰었다. 이 남자, 정말 위험하다!

어두운 밤, 두 사람은 갤러리 레스토랑의 테라스로 향했다. 시원한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지만, 루비의 얼굴은 여전히 뜨거웠다. 하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테이블에 앉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차 비서, 오늘 나와 함께해서 즐거웠나?"

"네! 물론이죠! 대표님 덕분에 정말 꿈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루비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하준은 그녀의 환한 미소를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묻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루비의 얼굴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그의 숨결이 다시 한번 루비의 뺨을 스쳤다. 루비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닿았다. 달콤하고 짜릿한 키스였다. 루비의 심장은 터질 듯이 울었다. 그녀는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핑크빛 꿈속을 걷는 듯한 달콤하고 황홀한 순간이었다.



7화. 키스 후폭풍, 시작된 로맨스

 

그의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이 루비의 입술을 부드럽게 감쌌을 때,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테라스의 은은한 불빛, 멀리서 들려오던 라이브 연주 소리, 시원한 밤공기마저도 존재감을 잃었다. 오직 두 사람의 떨리는 심장 소리만이 세상의 전부인 양 격렬하게 울렸다. 루비는 저도 모르게 그의 단단한 목을 감싸 안고 눈을 감았다. 따뜻하고 강렬한 그의 키스에 루비의 온몸에 짜릿한 전류가 흘렀다. 입술이 포개어지는 순간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달콤함. 루비는 그의 입술에 파묻히듯 키스를 받아내며 확신했다. '아, 이게 바로 사랑이구나!'

한참 동안 이어진 달콤한 키스. 하준은 부드럽게 루비의 입술을 탐하다가, 이내 아쉬운 듯 살짝 입술을 떼어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루비의 뺨을 간질였고, 붉게 달아오른 그의 입술은 아직도 그들의 아찔했던 순간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의 눈빛은 짙은 욕망과 함께 루비를 향한 강렬한 끌림을 담고 있었다. 루비는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머릿속은 온통 새하얗게 비워진 채, 오직 그의 존재감만이 가득했다.

"차 비서."

나른하면서도 섹시한 그의 목소리가 루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마치 한밤중에 몰래 속삭이는 듯, 은밀하고 달콤했다. 루비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마치 홀린 듯 몽롱해 보였다. 그의 눈동자에 자신만이 가득 담겨 있다는 사실이 루비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대표님..."

루비는 그의 이름만 겨우 불렀다. 목이 바짝 말라 침조차 삼킬 수 없었다. 하준은 그녀의 붉게 물든 입술을 부드럽게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그의 손길에 루비는 온몸의 털이 쭈뼛서는 전율을 느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넘어 아플 지경이었다.

"내가 실수한 건가?"

그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루비는 깜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절대요! 저는... 저는 너무 좋아서... 꿈만 같았어요."

루비의 솔직한 대답에 하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의 눈빛은 따뜻한 햇살처럼 루비를 감쌌다. 그는 루비의 얼굴을 감싸 쥐고 다시 한번 그녀의 이마에 짧게 키스했다. 촉촉한 그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순간, 루비의 온몸에 행복한 전율이 흘렀다.

 

"고마워."

그의 한마디는 루비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마치 한겨울에 따뜻한 햇살을 맞이한 눈꽃송이처럼, 그녀의 심장은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녀는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의 품에 안긴 채, 시간이 영원히 멈추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꽤 흐른 뒤, 두 사람은 레스토랑을 나섰다. 이미 밤늦은 시간이라 길거리에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갤러리 레스토랑의 프라이빗한 분위기 속에서 즐겼던 식사와 키스는 루비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루비의 뺨을 스쳤지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의 손이 루비의 손을 자연스럽게 감쌌다. 따뜻하고 단단한 그의 손에서 왠지 모를 안정감과 동시에 보호받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에 올라탄 루비는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꿈같은 오늘 하루를 되새겼다. 하준 대표님과의 첫 데이트, 그리고 첫 키스. 모든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 옆을 보니 하준은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옆모습은 여전히 완벽했지만, 아까와는 어딘가 모르게 다른 부드러움과 나른함이 느껴졌다. 그의 손등에 자리 잡은 힘줄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데려다줄게."

짧고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가 루비의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왔다. 그는 루비가 평소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집의 위치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그의 섬세함에 루비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그의 배려심은 언제나 루비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네, 대표님!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하준은 루비의 진심 어린 감사가 담긴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할 것 없어, 차 비서. 오히려 내가 고마워. 내가 더 즐거웠어. 차 비서와 함께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거든."

그의 말에 루비는 피식 웃었다. 이제는 그와 이런 달콤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단순한 비서와 대표의 관계를 넘어선, 두 사람만의 비밀스럽고 은밀한 영역이 생겨난 것 같았다. 차가 루비의 집 앞에 멈췄다.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녀는 차마 내리기 아쉬워 시트에 몸을 기대고 하준을 바라봤다.

"대표님... 정말... 정말로... 꿈만 같았고, 즐거웠어요. 너무너무 행복해요."

루비의 진심 어린 말에 하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은 아까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그의 온기가 루비의 심장을 다시 한번 흔들었다.

"잘 자, 차 비서. 좋은 꿈 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루비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루비의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남자는 항상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심장을 저격하는 재주가 있었다. 루비는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진 채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문을 닫으려는 순간, 하준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

"차 비서. 내일 아침, 회사에서 보자. 늦지 말고."

그의 말에는 단순한 업무 지시 이상의 묘한 설렘이 담겨 있었다. 루비는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이고는 손을 흔들며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심장이 격렬하게 울렸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루비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얼굴이 뜨거웠다. 오늘 일어난 모든 일들이 꿈만 같았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하준 대표와의 메시지 창을 열었다. 아직 아무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 괜스레 시무룩해졌다.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역시... 바쁘신 대표님이라 이런 개인적인 연락은 안 하시려나?'

그때, 알림음이 울렸다. '정하준' 세 글자가 루비의 심장을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뛰게 했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메시지를 열었다.

[집에 잘 들어갔나? 오늘 즐거웠어. 피곤할 텐데 푹 쉬고, 좋은 꿈 꿔. 내일 보자, 차 비서.]

짧지만 다정하고 다정하며 또 다정한 그의 메시지에 루비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입꼬리가 저절로 하늘로 치솟았다. 그녀는 고민할 것도 없이 답장을 보냈다.

[네, 대표님 덕분에 무사히 잘 들어갔습니다! 저도 오늘 대표님 덕분에 정말 꿈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대표님도 오늘 피곤하셨을 텐데, 푹 쉬시고 좋은 꿈 꾸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

메시지를 보내고 나자 루비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 이제 두 사람의 관계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단순한 비서와 대표의 관계가 아닌,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리는 연인의 시작이었다. 루비는 행복감에 겨워 이불을 발로 뻥뻥 찼다. 그녀의 머릿속은 벌써부터 다음 데이트 상상으로 가득 찼다. 이제는 그를 유혹하는 것을 넘어, 그의 모든 것을 알아가고 싶어졌다. 그의 옆에 항상 있고 싶었다. 그의 품에 안겨 잠들고 싶다는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루비는 어젯밤 잠도 제대로 못 잤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해서 그의 집무실 문을 열자,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냉철한 표정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어젯밤의 다정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듯했다. 루비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그의 비서 업무를 시작했지만, 자꾸만 시선이 그의 입술로 향했다. 그 입술이 어젯밤 자신에게 닿았다는 사실이 루비를 계속해서 설레게 했다. 괜스레 그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할까 봐 두근거렸다.

점심시간, 루비는 혹시나 하준이 어제처럼 또 혼자 점심을 먹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왔다.

"차 비서, 오늘 점심은 같이 할까? 밖에 날씨도 좋은데."

그의 말 한마디에 루비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네, 대표님! 좋습니다! 대표님께서 먹고 싶은 거 있으세요?"

"글쎄. 차 비서가 좋아하는 게 좋겠군."

하준의 다정한 말에 루비는 빙긋 웃었다. 두 사람은 어제 방문했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아닌, 회사 근처의 소박한 한식당으로 향했다. 여전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루비는 이제 개의치 않았다. 그의 옆에 앉아 따뜻한 순두부찌개에 밥을 말아 먹는 이 소박한 점심 식사가 어젯밤의 화려한 데이트보다 더 달콤하고 진실되게 느껴졌다.

"대표님은 평소에 이렇게 점심도 잘 안 챙겨 드셨죠?"

루비의 질문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많이 거르긴 했어. 근데 이제는 누가 옆에서 잔소리할 사람이 생겨서,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아."

하준의 은근한 말에 루비의 얼굴은 또다시 붉어졌다. '누가 옆에서 잔소리할 사람이라니... 그게 나라는 뜻인가?' 루비는 그의 말에 담긴 다정함과 깊어진 관계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 두 사람의 로맨스는 회사에서도, 사생활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루비의 깜찍한 유혹은 이제 하준의 다정한 응답으로 바뀌어, 설레는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었다. 사랑과 설렘, 그리고 아찔함이 가득한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었다. 



8화. 비밀스러운 연애, 눈치게임 시작!

 

지난 주말의 키스와 고백 아닌 고백. 차루비는 지금, 세상의 모든 여자들 중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하트가 동동 떠다니는 것 같았고,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회사 복도를 걷는 내내 콧노래가 흥얼거렸다. 어쩐지 그의 존재가 더욱 선명하고 뜨겁게 느껴졌다. 주변의 모든 것이 핑크빛 필터를 낀 듯 아름답게만 보였다.

물론 회사에서는 평소처럼 냉철한 비서와 완벽한 대표로 돌아왔지만, 둘만의 미묘한 기류는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침마다 루비가 가져다주는 커피 위에는 부드러운 우유 거품으로 만들어진 작은 하트가 있었고, 하준은 그걸 보며 아무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점심시간에는 꼭 루비를 불러 함께 식사를 했다. 주로 회사 근처 식당이었지만, 점심을 먹는 내내 오직 두 사람만의 오붓한 대화가 오고 갔다. 다른 직원들이 보면 그저 "아, 역시 차 비서가 대표님 스케줄 관리까지 꼼꼼히 하네"라고 생각할 터였다. 하지만 루비는 알았다. 이것은 그들의 비밀스러운 암호이자, 세상 어떤 것보다 굳건한 둘만의 약속이라는 것을. 사내 연애의 짜릿함이 이런 것일까. 들킬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함에 루비의 심장은 매일같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오전 내내 밀린 보고서들을 처리하던 루비는 잠시 커피를 마시려 탕비실로 향했다. 그때, 탕비실 안에서 두런두런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비서팀 팀원들의 목소리였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었겠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제 주말에 정하준 대표님 말이야. 외제 스포츠카 타고 어떤 여자분과 함께 있었다는 소문이 돌던데? 옆에 누구였을까?"

순간 루비의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악! 벌써 들키는 건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그녀는 초능력이라도 생긴 듯 귀가 쫑긋 세워졌다. 탕비실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데,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어머! 진짜요? 대표님 옆에 여자가요? 말도 안 돼! 설마... 우리 차루비 비서님?"

"비서님 아니고, 다른 분 아니셨을까요? 차 비서님은 대표님 비서니까 공식적으로 동행하실 때도 많잖아요. 착각하신 거 아닐까요?"

"아니, 내가 들은 얘기로는 차루비 비서님 맞는것 같대! 그렇게 화려한 스포츠카에 둘이 있었는데 엄청 잘어울렸다는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더래!"

"어머어머, 차 비서님 혹시 대표님이랑...? 꺅! 맙소사!"

팀원들의 상상력에 루비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제발, 여기서 더 이상 상상하지 말아 주세요! 제발! 비명은 자제해 주세요!' 루비는 숨을 죽인 채 탕비실 문 앞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이러다 들키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무슨 재밌는 이야기라도 하는 중인가?"

나른하면서도 중저음의 매력적인 하준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비는 깜짝 놀라 하준을 돌아봤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루비는 그의 눈빛에서 묘한 장난기와 궁금증, 그리고 은밀한 미소를 읽어냈다. 탕비실 안의 팀원들은 하준 대표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화들짝 놀라며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사색이 된 팀원들의 표정에 루비는 괜스레 미안해졌다.

"아, 아닙니다, 대표님! 그냥 잡담 중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팀원들은 진땀을 흘리며 얼른 얼버무렸다. 하준은 탕비실 안을 한번 쭉 훑어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루비를 지나쳐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루비의 어깨에 그의 손이 살짝 닿았다. 아주 미세하고 부드러운 터치. 마치 "걱정 마, 괜찮아.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게."라고 말하는 듯했다. 루비는 순간적으로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 작은 스킨십에 루비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의 터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만큼 아찔하면서도, 동시에 루비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마법 같았다. '역시 대표님은...'

그날 오후, 하준은 중요한 투자 유치 회의가 있어 외부로 나갔다. 집무실에는 루비 혼자 남아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업무에 집중했겠지만, 오늘은 탕비실에서 들었던 대화 때문에 자꾸만 주변을 살피게 되었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정하준 대표님'이었다.

[오늘 밤 시간 괜찮나, 차 비서?]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에 루비의 심장은 다시 한번 폭주했다. '오늘 밤! 또 나랑 같이 있어 주겠다는 건가? 어떤 달콤한 일이 벌어질까?' 그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얼른 답장을 보냈다.

[네, 대표님! 저는 오늘 밤 아무런 약속도 없습니다! 언제든지 괜찮습니다! ^^]

답장을 보내자마자 하준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 역시 빛의 속도였다.

[일찍 퇴근할 테니, 그때 얘기하자. 야근하지 말고.]

그의 다정한 메시지에 루비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는 루비를 배려했고, 루비를 걱정했다. 그의 마음이 루비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루비는 설레는 마음으로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 '오늘 밤은 또 어떤 달콤하고 아찔한 일이 벌어질까?' 벌써부터 심장이 간질거렸다.

퇴근 시간이 되자, 루비는 재빨리 짐을 정리하고 하준을 기다렸다. 그는 약속대로 평소보다 일찍 회사로 돌아왔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냉철했지만, 루비를 보는 눈빛에는 따뜻함과 묘한 기대감이 깃들어 있었다.

"준비됐어, 차 비서?"

"네, 대표님! 준비 완료입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는 동안, 루비는 왠지 모를 긴장감에 휩싸였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 하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커다란 그의 손이 루비의 작은 손을 감싸자 안정감이 들면서도, 동시에 뜨거운 불꽃이 튀는 듯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루비의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도착한 곳은 그의 집이었다. 고급스러운 아파트의 꼭대기 층에 위치한 그의 집은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은 그의 냉철하면서도 섬세한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통유리창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수많은 불빛들이 반짝이며 황홀경을 선사했다. 루비는 그의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심장이 쿵쾅거렸다. 둘만의 공간. 그 어떤 방해도 없는, 오직 두 사람만의 은밀하고도 프라이빗한 공간이었다.

"어때? 내 집에 처음 왔는데 맘에 들어요?"

하준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나지막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설렘이 담겨 있었다. 루비는 그의 품에 안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심장이 그의 넓고 단단한 가슴에 닿아 격렬하게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체온과 향기가 루비를 완전히 감쌌다.

"네, 대표님... 집이 정말 멋있어요. 야경도 최고고요... 와..."

루비는 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하준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루비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은 부드럽고 달콤했다. 루비는 저도 모르게 그의 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키스는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사실, 오늘은 저녁을 함께 만들고 싶어서 불렀어."

하준의 예상치 못한 말에 루비는 깜짝 놀랐다. 함께 저녁을 만든다니! 이런 로맨틱한 데이트는 상상도 못 했다. 그의 집에서, 단둘이 요리라니! 이보다 더 달콤하고 설렐 수가 있을까?

"네? 요리요? 대표님,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요리 실력은... 그렇게 좋지는 않은데..."

루비의 질문에 하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내가 옆에서 도와줄 테니. 오늘은 차 비서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만들어볼까?"

그의 말에 루비의 얼굴은 다시 한번 발그레해졌다. 그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 하준은 이미 주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에는 각종 식재료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그는 능숙하게 앞치마를 매고 루비에게도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앞치마를 건넸다.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하준의 말에 루비는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 "네! 좋아요! 너무 좋아요, 대표님!" 두 사람은 함께 식재료를 손질하고, 파스타 면을 삶았다. 하준은 능숙하게 칼질을 했고, 루비는 옆에서 채소를 썰며 그를 도왔다. 요리에 집중하는 그의 옆모습은 또 다른 매력을 풍겼다. 그의 손이 루비의 손을 스치고, 그의 숨결이 루비의 뺨을 간질일 때마다 루비의 심장은 격렬하게 울렸다. 함께 요리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낯선 듯 친밀한 그의 향기가 온몸을 감쌌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주방 가득 울려 퍼졌다.

파스타가 완성되자,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하준이 직접 세팅한 고급스러운 식기들과 함께 와인잔이 놓여 있었다. 은은한 캔들 라이트가 두 사람을 로맨틱하게 비췄다. 밤늦은 시간, 그의 집에서 둘만의 식사. 로맨틱 그 자체였다. 루비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의 눈빛은 짙은 사랑과 욕망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와인잔을 들어 루비의 잔에 부딪혔다. 쨍, 하고 맑은 소리가 울렸다.

"차 비서."

하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루비의 귓가를 간질였다. 그의 눈빛은 루비에게 고정된 채 흔들림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나를... 오빠라고 불러줄래?"

하준의 예상치 못한 제안에 루비는 깜짝 놀랐다. '오빠라니! 드디어! 이 관계의 결정적인 순간인가?' 그녀의 얼굴은 화끈거렸다. 그의 말은 루비의 심장에 불을 질렀다. 이 남자의 유혹은 끝이 없었다. 어색하고 서툰 듯 던지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루비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심장이 터질 듯 울렸다.




9화. 오빠라고 불러줄래? : 흔들리는 밤

 

하준의 나지막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루비의 귓가를 맴돌았다. "이제부터는 나를... 오빠라고 불러줄래?" 그의 눈빛은 짙은 사랑과 욕망으로 가득했고, 그 속에서 루비는 마치 자신만이 유일한 존재인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루비는 깜짝 놀라 그대로 얼어붙었다. '오빠라니! 드디어! 이 관계의 결정적인 순간인가? 고백은 이미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마치 더 깊은 관계를 제안하는 마법 같은 말!' 그녀의 얼굴은 화끈거렸고, 심장은 폭주하듯 격렬하게 울렸다.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그의 제안에 격렬하게 반응했다.

"네? 오... 오빠요?"

루비는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짙은 남자의 향기가 루비의 모든 신경을 자극했다. 하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따뜻하고 단단한 손에서 루비는 묘한 안정감과 함께 온몸에 퍼지는 짜릿한 전류를 느꼈다. 그의 눈빛은 그녀의 망설임을 읽어내려는 듯했지만, 동시에 확신에 찬 뜨거움이 담겨 있었다. 그의 뜨거운 시선에 루비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어때, 불편해?"

"아, 아닙니다! 불편하다뇨! 절대요! 그... 그저 갑자기 말씀하시니까... 좀 놀라서요."

루비는 잔뜩 부끄러움에 물든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오빠라는 호칭. 비서와 대표라는 관계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연인들이 서로를 부르는 은밀하고 다정한 호칭. 루비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오빠'라고 부르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낯선 설렘과 함께 밀려드는 벅찬 감정에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하준은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와인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루비에게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루비 위로 드리워지자, 루비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의 넓고 단단한 가슴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하준은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려 자신의 눈을 마주 보게 했다. 그의 눈빛은 아까보다 훨씬 더 깊고 뜨거웠다. 그가 루비에게로 한 걸음 다가서자, 루비는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심장이 귀까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내가 차 비서를 향한 마음이 단순한 비서 이상의 감정이라는 건 알겠지? 어제 키스에서 내 마음을 전부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나른하면서도 진심 어린 목소리가 루비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그의 따뜻한 숨결이 뺨을 스쳤다. 루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녀의 마음은 그에게 완전히 넘어간 지 오래였다. 그의 고백에 그녀의 심장은 벅차올랐다.

"그럼, 이제 우리의 관계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더 이상 널 단순히 비서로만 생각할 수 없어."

하준은 루비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루비의 손바닥 위로 그의 격렬한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쿵, 쿵, 쿵. 그녀의 심장과 똑같은 박동이었다. 이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마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온몸으로 느꼈다. 그의 심장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렸다.

"난 이미 차 비서가 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져. 네가 내 옆에 없으면 일상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 이런 감정은 태어나서 처음이야. 그래서...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아.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 네게도 그걸 바라고."

하준은 진심을 담아 고백했다. 그의 눈빛은 루비를 향한 순수한 사랑과 강렬한 소유욕으로 이글거렸다. 흔들림 없는 그의 눈동자는 루비의 모든 불안감을 녹여 내렸다. 루비는 그의 진심 어린 고백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이 남자는 겉으로는 차갑고 냉철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솔직한 남자였다.

"저, 저도... 대표님을 좋아해요. 아주 많이요... 어쩌면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하고 있을 거예요."

루비는 겨우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그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고백하자, 왠지 모를 뿌듯함과 해방감이 밀려왔다. 하준은 그녀의 진심을 확인하듯 루비의 얼굴을 감싸 쥐고 부드럽게 입술을 포개었다. 이번 키스는 아까보다 훨씬 더 깊고 뜨거웠다. 그의 뜨거운 입술이 루비의 입술을 탐했고, 그녀의 입 안은 달콤한 그의 향기로 가득 찼다. 루비는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그의 입술은 달콤한 와인 향처럼 취하게 만들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춘 듯, 두 사람만의 뜨거운 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숨이 찰 때쯤, 하준은 아쉬운 듯 입술을 떼어냈다. 그의 눈빛은 아직도 루비를 향한 욕망으로 가득했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는 루비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정리해주며 그녀의 이마에 다시 한번 키스했다.

"그럼, 이제 다시 한번 물을게. 나를... 오빠라고 불러줄래?"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른했지만, 루비를 향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루비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심장이 그를 원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비서와 대표 사이의 벽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 오빠..."

작게 읊조린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 새처럼 여리고 떨렸지만, 그의 귓가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랫소리처럼 들렸다. 하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루비를 번쩍 들어 안아 올렸다. 루비의 몸은 그의 품에 가볍게 안겼다.

"오빠, 저... 저 무거운데... 내려주세요!"

루비는 깜짝 놀라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하준은 그녀를 더욱 단단히 안아 들었다. 그의 품은 따뜻하고 넓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잊게 할 만큼 편안했다. 그의 넓은 가슴에 안기자 루비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 여자친구가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래? 내 품에 안긴 네가 가장 가벼워. 아니, 가장 소중해."

그의 말 한마디에 루비의 심장은 다시 한번 쿵 내려앉았다. '내 여자친구라니! 드디어! 이 감격스러운 순간!' 루비는 그의 품에 안겨 행복감에 젖었다. 그는 루비를 안은 채 거실 소파로 향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는 서울의 야경이 두 사람을 축복하는 듯했다. 그는 루비를 소파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루비의 몸은 그의 몸에 완전히 밀착되었고, 그의 단단한 팔이 루비의 허리를 감쌌다. 곁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이 루비를 안정시켰다.

"야경이 정말 멋있네요, 오빠."

루비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야경을 바라봤다. 그의 품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평소 보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준은 그녀의 머리카락에 코를 박고 은은한 샴푸 향기를 맡았다. 그의 따뜻한 숨결이 루비의 목덜미를 간질였다.

"네가 있어서 더 멋있어 보여. 오늘 밤, 오빠랑 같이 이 야경을 실컷 보고 갈까? 물론, 야경만 보는 건 아니겠지?"

그의 말 한마디에 루비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같이... 이 야경을... 보고 가자고? 물론, 야경만 보는 건 아니겠지?' 그의 말에는 묘한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함께 밤을 보내자는 그의 은밀한 유혹. 루비의 얼굴은 다시 한번 화끈거렸다.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어깨에 기대자, 그녀는 마치 세상에 둘만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오빠... 지금...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너무... 너무 솔직한 거 아니에요?"

루비의 떨리는 질문에 하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생각하는 그거 맞아, 내 아가. 오늘 밤은 오빠랑 같이 여기서 보내자. 오빠는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것 같거든."

하준의 달콤한 속삭임에 루비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 함께 진실된 갈망이 담겨 있었다. 루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 완전히 넘어갔고, 그녀의 몸은 그의 품에 안겨 그를 원하고 있었다. 그는 루비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리고 다시 한번 뜨겁게 키스했다. 입술이 다시 포개어지는 순간, 루비는 몽롱한 행복감에 사로잡혔다.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 아래, 두 사람만의 비밀스럽고 뜨거운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핑크빛 꿈결 같은 밤이었다. 



10화. 새벽을 수놓는 두 사람의 밀어

 

하준의 입술은 루비의 입술을 부드럽게 감쌌고, 그녀는 그의 키스에 모든 이성을 잃었다. 달콤하고 진득한 키스는 깊은 사랑을 속삭이듯 루비의 온몸을 휘감았다. 서울의 화려한 야경이 무색하게, 하준의 집을 가득 채운 은은한 캔들 라이트 아래 두 사람만의 뜨거운 공기가 피어올랐다. 루비의 손은 그의 넓은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고, 그녀의 몸은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마치 오랜 시간을 기다린 연인처럼,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깊이 탐닉했다.

숨이 벅차오를 때쯤, 하준은 아쉬운 듯 입술을 떼어냈다.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은 루비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훑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살짝 부어오른 입술, 그리고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 모든 것이 그를 자극했다.

"루비, 내 아가. 예뻐 죽겠네."

하준의 나른하면서도 짙은 목소리가 루비의 귓가를 간질였다. '내 아가'라는 달콤한 호칭에 루비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의 뜨거운 시선에 루비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지만, 그의 손은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려 다시 한번 눈을 마주 보게 했다.

"부끄러워할 것 없어. 이제부터 너는 나한테 모든 걸 다 보여줘도 돼. 오빠한테는."

하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뜨거운 심장에 가져다 댔다. 루비는 그의 규칙적인 심장 박동에 묘한 안정감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설렘을 느꼈다. 그의 심장 소리가 곧 자신의 심장 소리처럼 느껴졌다. 그의 손길은 루비의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해 주었다. 그의 깊고 강렬한 눈빛은 루비를 향한 무한한 사랑과 애정을 담고 있었다.

"루비, 이제 우리 둘은 어떤 사이가 된 것 같아?"

하준의 질문에 루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 완전히 넘어갔고, 그의 품에 안긴 채 그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음... 오빠랑 나... 이제... 빼도 박도 못 하는 커플?"

루비의 발랄하면서도 솔직한 대답에 하준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루비를 자신의 품에 더욱 깊이 안고 그녀의 머리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래, 내 아가. 우리는 이제 아무도 못 말리는 커플이야. 그리고 곧, 그 이상이 될 거고."

그의 은밀한 속삭임에 루비의 얼굴은 다시 한번 화끈거렸다. 그의 품에 안긴 채, 그녀는 서울의 야경을 바라봤다. 하준은 그녀의 뺨에 턱을 기대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따뜻하고 편안한 그의 품에서 루비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그의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 밤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새벽이 깊어지도록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탐했다. 루비는 하준의 품에 안겨 그의 모든 것을 느끼고 싶었다. 그의 단단한 팔 근육, 넓은 어깨, 그리고 짙은 남자의 향기. 모든 것이 루비를 취하게 만들었다. 하준 역시 루비를 놓아주기 싫다는 듯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의 손길은 루비의 허리를 감싸고 등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 밤의 끝을 잡고 싶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창밖은 푸르스름하게 새벽빛을 띠기 시작했다. 서울의 화려한 야경 대신, 동이 터오는 새벽의 고요함이 그들의 밤을 감쌌다. 하준은 루비를 내려다봤다. 그의 눈빛은 깊은 만족감과 함께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하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루비는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그의 품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하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가지 마."

그의 짧은 한 마디에 루비의 심장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동시에 그녀를 놓아주기 싫다는 듯한 애절함이 담겨 있었다. 루비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루비를 향한 강렬한 욕망이 이글거렸다.

"하지만... 회사 출근해야 하잖아요, 오빠. 비서 팀원들이..."

루비의 말에 하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오늘 하루 정도는 오빠랑 같이 있어 줘. 너도 피곤할 텐데."

그의 배려심에 루비는 감동했다. 그는 항상 이렇게 루비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 주었다. 루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이 남자의 모든 것이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하준은 그녀를 안아 들고 침실로 향했다. 루비는 그의 품에 안겨 그의 단단한 어깨에 기댔다. 침대에 내려놓자, 하준은 그녀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의 손은 루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포근하고 따뜻한 그의 품에서 루비는 안락함을 느꼈다. 그의 숨결이 루비의 머리카락에 닿을 때마다 루비는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잘 자, 내 아가. 피곤할 텐데 푹 쉬어."

하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루비의 이마에 짧게 키스했다. 루비는 그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따뜻하고 편안한 그의 품에서 루비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루비는 늦잠을 잤다. 눈을 뜨자, 그녀는 하준의 품속에 안겨 있었다. 어제 그의 품에서 잠들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하며 그녀의 얼굴은 발그레해졌다. 킹사이즈 침대 옆 협탁에는 그녀가 평소에 즐겨 마시던 허브차가 따뜻하게 놓여 있었다. 옆을 보니 하준은 없었다. 그녀는 급하게 몸을 일으켜 옷을 찾아 입었다.

"일어났어, 내 아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준은 샤워를 마치고 막 침실로 들어서는 참이었다.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비누 향기가 루비의 모든 신경을 자극했다. 그는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었고, 그의 머리카락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루비는 그의 완벽한 모습에 잠시 넋을 잃었다.

"오... 오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루비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하준은 그녀의 볼에 짧게 키스하며 그녀를 식탁으로 안내했다. 식탁 위에는 루비가 좋아하는 빵과 샐러드, 그리고 신선한 과일이 놓여 있었다.

"피곤할 텐데, 브런치 먹고 다시 자. 오늘 회사에는 내가 얘기해 놨으니 걱정 말고."

하준의 다정함에 루비는 감동했다. 그는 언제나 이렇게 완벽하게 루비를 챙겨 주었다. 두 사람은 오붓하게 브런치를 즐겼다. 루비는 그의 옆에 앉아 행복감에 젖었다. 그는 평소 딱딱하고 냉철한 대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오직 루비만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하준은 루비를 데려다주기 위해 자신의 고급 세단을 몰았다. 그의 옆에 앉아 차창 밖 풍경을 보던 루비의 마음은 여전히 구름 위를 걷는 듯했다. 어젯밤의 뜨거웠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하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김민지 비서'였다. 그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전화를 받았다.

"김 비서. 무슨 일이지?"

수화기 너머로 김민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짜증과 걱정이 뒤섞여 있었다. 루비는 김민지의 이름에 살짝 긴장했다. 김민지는 하준의 비서팀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루비와는 동기였지만 늘 미묘한 경쟁 의식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다. 게다가 그녀는 하준을 짝사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대표님! 김 이사님께 드릴 급한 자료 건으로 팀이 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많이 당황해하고 있고요. 더군다나 차 비서님께서 오늘 아침 출근을 안 하셔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김민지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크게 들려왔다. 루비는 깜짝 놀라 하준을 쳐다봤다. 하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잠시 멀리하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자료는 내가 어젯밤에 차 비서랑 같이 다 마무리했어. 김 이사님께 직접 전달했다고 하면 될 거야. 그리고 차 비서는 오늘 개인 사정으로 휴가야. 다른 팀원들에게도 그렇게 공지하고."

하준의 단호한 말에 김민지는 잠시 말을 잃은 듯 침묵했다. 이내 그녀의 목소리는 불만과 우려가 뒤섞인 듯했다. "네?! 차 비서님이요? 대표님, 김 이사님 자료는 저희 팀의 중요한 업무인데... 차 비서님 개인적인 일로 이렇게 갑작스럽게 휴가를 내시고, 오늘따라 유독 일이 많아서 비서팀이 많이 힘들어하는데요!"

하준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다정함이 없었다. "김 비서. 내 개인적인 업무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불만 있으면 나한테 직접 얘기해. 그리고 업무 지시 이외의 일로 차 비서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 알아들었나?"

하준의 싸늘한 경고에 김민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대시보드 위에 던지듯 놓았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과 함께 루비를 향한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괜찮아, 루비. 신경 쓸 것 없어. 내가 다 처리할게."

하준은 루비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위로했다. 루비는 그의 다정함에 감동했지만, 동시에 김민지와의 앞으로의 관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연애는 벌써부터 미묘한 눈치 싸움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하준의 따뜻한 손길은 루비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는 그녀의 편이었다.



 11화. 위기의 사내 연애, 그의 은밀한 시그널

 

어제의 달콤했던 밤은 차루비의 마음을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그의 품에 안겨 잠이 들지는 못했지만, 그의 집에서 함께 요리하고 와인을 마시며 나눴던 진솔한 대화, 그리고 뜨거웠던 키스까지. 모든 순간이 꿈만 같았다. 비록 루비를 바래다주는 차 안에서 김민지 비서와의 전화 통화로 잠시 긴장했지만, 하준 오빠의 단호한 태도 덕분에 오히려 더 굳건한 믿음이 생겼다. 이제 그녀는 오직 하준 오빠의 여자친구, 아니 '오빠의 아가'였다. 사랑받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상 모든 것이 새롭게 빛나는 듯했다.

"루비."

아침 출근길, 회사 로비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려던 루비의 손을 하준이 잡았다. 루비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하준은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루비를 향한 걱정과 깊은 배려를 담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티 내지 마.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해. 알았지?"

루비는 그의 진지한 당부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루비를 향한 애정과 함께 이들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지키려는 듯한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비밀 연애는 스릴 넘쳤지만, 동시에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동반했다. 언제 발각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그녀의 심장을 더욱 간질였다.

"응, 오빠. 알겠어. 내가 더 조심할게!"

루비의 말에 하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은 아침 햇살처럼 따뜻했다. 그리고는 차에서 내려 루비의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루비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설렘을 느꼈다. 어젯밤 뜨겁게 마음을 나눈 연인이 회사 앞에서 평범한 비서와 대표로 돌아오는 순간, 묘한 쾌감과 스릴이 루비의 심장을 자극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 앞까지 배웅해 주었다.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티를 내는 건 아니지만, 은밀하게 배려하는 그의 방식은 루비를 더욱 설레게 했다.

"그럼, 이따 회사에서 봐. 내 아가."

하준의 마지막 속삭임에 루비의 얼굴은 다시 한번 발그레해졌다. 마치 뜨거운 불도장이라도 찍힌 듯. 그녀는 차에서 내려 회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완벽한 캐주얼 복장과 여유로운 미소는 어제와 다를 바 없었지만, 이제 루비의 눈에는 그의 모든 것이 특별하게 보였다. 그의 어깨선, 머리칼 한 올까지도 다정함과 섹시함이 묻어나는 듯했다.

회사에 도착한 루비는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손길이 닿았던 손등이 계속 간질거렸고, 그의 속삭임이 귓가에 맴돌았다. 평범했던 사무실 풍경도 이제는 모든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사내 연애, 생각만으로도 짜릿했다. 들킬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 한편에는 묘한 흥분감이 가득했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차루비 비서, 점심 식사 같이 할래요?"

점심시간이 되자, 친한 동기인 유진이 루비에게 다가왔다. 루비는 잠시 망설였다. 하준 오빠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할 텐데... 유진에게 솔직히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조건 거절하자니 미안했다.

"음... 미안, 유진아. 나 오늘 약속이 있어서..."

루비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 하준의 집무실 문이 열리고 하준이 나왔다. 그의 시선은 곧바로 루비를 향했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에 루비는 비서로서 업무를 수행하듯 자연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빛은 '내가 곧 너에게 갈게'라고 말하는 듯했다.

"대표님, 오늘 점심은 어떤 메뉴로 준비해 드릴까요?"

하준은 루비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내 아가가 먹고 싶은 걸로." 그러더니 주변 직원들이 들을 수 있도록 평소처럼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 비서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지."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루비는 그의 뒤를 따랐다. 둘은 평소처럼 회사 근처 한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하는 내내 하준은 루비를 챙겨주었고, 루비는 그런 그에게서 설렘을 느꼈다. 찌개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듯, 두 사람 사이에도 핑크빛 기류가 피어올랐다. 하준은 루비가 좋아하는 반찬을 자신의 접시에 덜어주거나, 밥 위에 얹어주기도 했다.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의 다정함에 루비는 어쩔 수 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가, 눈이 많군."

하준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의 시선은 자신들을 힐끗거리는 다른 직원들을 스쳤다. 루비는 움찔했다. 어제 김민지 비서의 전화 내용도 다시금 생각났다. '아, 역시 사내 연애는 쉽지 않네! 이래서 비밀 연애는 더 짜릿하고 힘든 건가.' 그녀는 하준의 말에 은근히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오빠... 걱정 돼요?"

루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하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식탁 아래로 테이블보에 가려진 그의 손은 루비의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의 따뜻하고 단단한 손길은 루비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루비의 손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자, 루비는 작은 위안을 느꼈다. 하준의 손을 잡은 채, 루비는 불안했던 마음을 털어낼 수 있었다.

"걱정할 것 없어.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루비는 그냥 오빠만 믿으면 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우리 둘의 마음이니까."

하준의 단호한 말에 루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는 루비를 향한 강한 믿음과 어떤 상황에서도 그녀를 보호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루비는 그의 진심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이 남자는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든든했다.

오후가 되자, 비서팀 내에 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특히 김민지 비서가 유독 루비를 견제하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중요한 서류를 루비에게 전달할 때도 퉁명스러운 말투를 사용했고, 업무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등 평소보다 훨씬 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의 표정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차 비서님, 이 자료, 김 이사님께 바로 전달하셨나요? 혹시 누락된 부분은 없는지,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요."

김민지는 루비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주변 팀원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마치 루비의 업무 능력을 깎아내리려는 듯한 말투였다. 루비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김민지 비서님. 대표님께서 직접 확인하시고 이미 전달하셨습니다. 누락된 부분은 없으니 염려 마십시오."

루비는 최대한 정중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 그때, 하준의 집무실 문이 열렸다. 하준이 문가에 서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비서팀 사무실을 한 번 훑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모든 직원들이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

"김 비서, 들어와서 오늘 오후 회의 자료 준비 상황 보고해."

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김민지는 루비를 째려보며 하준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분노와 함께 질투심이 가득했다. 루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지의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앞으로 순탄치 않은 회사 생활이 예상되었지만, 하준 오빠가 옆에 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회의가 끝난 후, 하준은 김민지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다가, 루비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루비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그의 속뜻을 파악했다. '지금은 김민지 비서가 날 의식하고 있으니, 오빠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구나! 역시 오빠는 센스쟁이! 내 생각까지 다 읽고 있어!' 그의 세심한 배려에 루비는 다시 한번 심장이 간질거렸다.

그날 저녁, 하준은 다른 부서 팀장들과 함께 회식에 참석했다. 루비는 혼자 남아 야근을 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일이 많아 퇴근 시간이 늦어졌다. 야근을 마칠 때쯤, 그녀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오빠💖'였다. 루비는 그의 애칭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피곤했던 하루의 스트레스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힘들었지, 내 아가. 보고 싶어. 아직 야근 중인가? 혹시 야근이 길어질 것 같으면 오빠가 데리러 갈까? 안전하게 집까지 바래다주고 싶어.]

짧지만 다정한 그의 메시지에 루비의 심장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는 항상 이렇게 루비를 배려하고 위로해주었다. 그의 마음이 루비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그는 루비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감싸 안아주는 든든한 연인이었다.

[아니요, 오빠! 방금 야근 끝냈어요! 제가 조심해서 잘 들어갈게요! 오빠도 회식 잘 마치시고,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답장을 보내자마자 하준에게서 곧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 이름은 '오빠💖'.

"혼자 괜찮겠어? 걱정돼서 회식이고 뭐고 집중이 안 돼. 혹시 민지 비서가 또 괴롭히진 않았고? 무슨 일 있었으면 오빠한테 다 말해야 해. 알겠지? 숨기지 말고."

그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루비는 감동했다. "괜찮아요, 오빠! 저는 오빠만 믿어요! 민지 비서님은 그냥... 조금 예민하신 것 같아요. 저도 잘 대처했어요."

"그래, 내 아가. 다행이다. 도착하면 전화해. 오빠가 너의 전화 기다리고 있을게."

하준의 말에 루비는 힘을 얻었다. 그는 항상 루비의 편이었다. 회사에서는 냉철한 대표였지만, 루비에게는 세상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든든한 남자였다.

그날 밤, 루비는 그의 전화 통화가 끝난 후 자신의 침대에 누웠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되감았다. 하준 오빠의 다정한 배려, 그리고 김민지 비서의 노골적인 견제까지. 잠들기 전, 루비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는 루비를 지켜주고, 사랑하며, 세상의 모든 시련으로부터 보호할 것을 다짐하는 듯했다. 그들의 비밀스러운 사랑은 이제 회사 내의 미묘한 시선을 넘어, 견고한 믿음과 사랑으로 더욱 단단해지고 있었다. 루비의 심장은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 차 올랐다. 



 12화. 흔들리지 않는 사랑, 위기를 넘어서

 

김민지 비서의 노골적인 견제에도 불구하고, 루비의 마음은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하준 오빠의 변함없는 사랑과 든든한 지지가 있었다. 매일 아침 루비를 태워주고 내릴 때마다 들려주는 그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 출근길 그의 차 안에서 나누는 짧은 키스와 밀어, 그리고 점심시간마다 그녀를 향해 던지는 은밀하고 다정한 미소까지.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루비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지치지 않는 에너지원이었다. 루비는 이제 하준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마저 느꼈다. 그의 모든 것이 루비의 존재 이유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김민지의 견제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루비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팀원들 사이에서 루비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회의 시간에 루비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중요한 정보에서 루비를 의도적으로 제외시키는 등 유치하지만 악의적인 행동이 계속되었다. 비서실 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고, 다른 팀원들은 눈치를 보며 루비와 김민지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루비는 최대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차 비서님, 이 보고서는 대표님께서 급하게 찾으시던 건데, 왜 아직도 이 모양이죠? 제가 대표님께 직접 말씀드려야겠네요."

어느 날 오후, 김민지는 비서팀 사무실 한가운데서 루비가 작업 중이던 서류를 불쑥 가져가 보더니, 팀원들이 모두 들으라는 듯 쨍한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루비는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그 보고서는 하준 오빠가 루비에게 따로 지시한, 극비리에 진행 중인 신규 사업 보고서였다. 김민지는 내용을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도발은 꽤나 영악했다. 비서팀의 모든 시선이 루비에게로 향했다. 루비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김민지 비서님. 그 보고서는 대표님께서 제게 직접 지시하신 극비 문서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 공개할 내용은 아닙니다. 제 업무에 간섭하지 말아 주십시오."

루비는 최대한 차분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대응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김민지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아이고, 그럼 제가 괜한 오지랖을 부렸네요. 근데, 대표님께 직접 지시받으신다는 보고서가 이렇게 진척이 없으니... 비서팀 전체의 업무 능력이 의심받겠어요. 대표님 성격 아시잖아요? 기다리시는 거 정말 싫어하시는데." 김민지의 목소리에는 루비를 깎아내리려는 듯한 노골적인 의도가 담겨 있었다. 비서실의 모든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그 순간, 하준의 집무실 문이 '쾅!' 하고 위압적으로 열렸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김민지와 루비를 번갈아 훑었다.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비서실 전체를 지배하는 듯했다. "김 비서."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얼음장 같았다. 이성을 잃은 듯한 김민지조차 그의 위압감에 움찔했다.

"네, 대표님!"

김민지는 순간적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하준은 그녀의 손에 들린 보고서를 흘깃 보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 보고서, 내 아침 보고 자료니 신경 쓰지 마. 차 비서는 내게 특별한 비서고,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유능한 사람이야. 김민지 비서는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줘. 더 이상은 이런 불필요한 마찰이 없었으면 좋겠군. 내 말 명심해"

하준의 단호한 말과 싸늘한 경고에 김민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말에 루비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공공연한 자리에서 그가 자신을 지켜준 것이다. 루비는 김민지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준은 루비를 향해 짧게 눈짓하며 굳게 믿는다는 듯한 눈빛을 보낸 후, 다시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팀원들 사이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들의 시선은 이제 루비를 향한 의구심보다는 존경과 함께 부러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의 사랑이 자신을 이렇게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이 남자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누구보다 든든하게 자신을 지켜주었다. 루비는 그의 사랑에 더욱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날 저녁, 하준은 약속이라도 한 듯 회사 앞에서 루비를 기다렸다. 그의 차에 올라탄 루비는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그의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렸다.

"오빠,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오빠 덕분에 민지 비서가 완전히 한풀 꺾인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속 시원할 수가 없어요."

"신경 쓰지 마, 루비. 내가 더 이상 내 여자가 곤란한 상황에 놓이는 걸 참을 수 없었을 뿐이야. 네가 힘들어하는 걸 보니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어."

하준은 루비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의 진심 어린 위로에 루비의 마음은 따뜻해졌다. 그의 다정한 손길이 루비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는 늘 루비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주었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온몸으로 그의 따뜻한 위로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늘은 오빠랑 같이 특별한 곳에 갈 거야."

하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은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은밀한 설렘을 담고 있었다. 루비는 그의 말에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이끄는 대로 도착한 곳은 도시의 불빛과는 멀리 떨어진 작은 항구에 정박된 고급 요트였다. 새하얀 요트 위에서는 은은한 조명이 반짝이고 있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밤바다를 채웠다. 고요한 밤바다는 도시의 번잡함과 완전히 분리된 평화롭고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루비는 그저 그의 존재만으로도 심장이 벅차올랐다.

"와... 오빠! 여긴 어디예요? 정말 꿈 같아요! 이런 곳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루비는 눈을 반짝이며 요트 위로 올라섰다. 하준은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요트 갑판으로 안내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루비의 머리카락을 흩날렸고, 밤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였다. 낭만적인 밤공기가 두 사람을 감쌌다.

"루비와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준비했어.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곳에서. 오직 우리 둘만의 시간."

하준의 말에 루비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의 배려와 로맨틱함에 루비는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하준은 그녀를 품에 안고 밤바다를 바라봤다. 루비의 등 뒤로 느껴지는 그의 따뜻하고 단단한 체온은 루비를 안심시켰고, 그의 품은 마치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안식처 같았다. 그녀는 그의 품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루비, 오늘 오빠가 김민지 비서 앞에서 널 그렇게 감쌌을 때, 사실 좀 걱정했어. 혹시 불편했나? 네가 회사에서 괜히 더 곤란해질까 봐."

하준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루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품에 안긴 채 그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으니 세상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아니요, 오빠. 오히려 더 좋았어요. 오빠가 저를 믿고 지켜준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제가 더 열심히 해서 오빠에게 힘이 될게요! 오빠가 제 편이라는 게 너무 든든해요."

루비의 말에 하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길게 키스했다. "고마워, 루비. 오빠는 루비만 있으면 돼. 너 하나면 돼. 내가 널 영원히 지켜줄게." 그의 목소리는 사랑스러움과 진심으로 가득했다. 그의 품은 루비에게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하준은 요트 안에 마련된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침실로 루비를 안내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는 바다 위 별들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와인잔을 부딪히고 서로에게 속삭였다. 그의 품에 안긴 채 듣는 파도 소리는 자장가처럼 달콤했다. 루비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의 눈빛은 짙은 사랑과 욕망으로 이글거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깊게 얽혔고, 그들의 숨결이 서로에게 닿았다.

"루비... 오빠는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이젠 너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아. 내 모든 것이 네가 되어버렸어."

하준의 진심 어린 고백에 루비는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그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의 키스는 더욱 깊고 뜨거웠다. 루비는 그의 뜨거운 사랑에 모든 것을 맡겼다. 그의 손길은 루비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쌌고, 그녀의 몸을 더욱 자신에게 밀착시켰다. 그의 모든 것이 루비를 원하고 있었다. 서로의 온기 속에서 두 사람은 밤새도록 사랑을 속삭였다.

새벽녘, 요트 위는 아직 고요했지만, 두 사람의 심장은 여전히 뜨겁게 울리고 있었다. 하준의 품에 안겨 잠이 든 루비의 얼굴에는 평화롭고 더없이 행복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하준은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루비, 내 아가. 사랑해. 너무나도."

그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에 묻혔지만, 그의 진심 어린 사랑은 루비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 세상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그들의 사랑은 이 넓고 푸른 바다처럼 흔들림 없이 깊고 영원할 것이었다. 루비는 그의 품속에서 더욱 편안하게 잠들었다. 하준은 밤새도록 그녀의 곁을 지켰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이제 단순한 비밀 연애를 넘어, 견고한 믿음과 약속으로 단단하게 맺어지고 있었다. 곧 그들의 사랑이 세상에 드러날 순간이 올 것이었지만, 두려움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더 컸다. 그들은 함께라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이 밤, 더욱 빛나고 단단해졌다.

 


13화. 이 밤의 끝을 잡고, 우리만의 약속

 

밤샘 항해를 마치고 요트의 아늑한 침실에서 눈을 뜬 루비의 얼굴에는 더없이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아직 그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세상 그 어떤 근심 걱정도 사라지는 듯했다. 그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그의 단단한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루비의 온몸에 스며들었다. 루비는 마치 자석에 이끌린 듯 그의 품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마치 어미새 품에 안긴 아기새처럼 편안하고 안락했다. 밖에서는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지만, 이곳은 세상과 분리된 두 사람만의 은밀하고도 신성한 공간이었다. 햇살이 창을 통해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왔고, 그의 조각 같은 얼굴 위로 따스하게 내려앉았다. 그녀는 그의 미간을 덮은 살짝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넘기며 그의 평온한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남자의 모든 순간이 사랑스러웠다.

얼마 후, 하준도 스르륵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아직 잠기운이 가득했지만, 루비를 보자마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 내렸다.

"잘 잤어, 내 아가?"

그의 나른하면서도 다정한 목소리에 루비의 얼굴은 발그레해졌다. 그의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네, 오빠 품에서 세상 모르고 잤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달콤한 잠은 처음인 것 같아요." 루비의 솔직한 고백에 하준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머리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닿는 순간, 루비는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그럼 다행이고. 피곤하지 않아? 오늘 하루 정도는 더 쉬는 게 좋지 않을까? 오빠가 다 처리해 놓을 수 있는데."

하준은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갖다 대고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의 달콤한 속삭임에 루비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의 품 안에서 영원히 잠들어 버리고 싶었다. "아니요, 오빠. 이젠 괜찮아요! 오히려 오빠 덕분에 에너지가 넘쳐요! 온몸에 힘이 불끈불끈 솟아나는 걸요!" 루비는 그의 목을 감싸 안고 볼에 짧게 키스했다. 하준은 그녀의 적극적인 애정 표현에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루비의 입술에 닿은 그의 뺨은 마치 불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럼 브런치 먹으러 갈까? 요트에서 즐기는 브런치도 꽤 괜찮을 거야. 특별히 내 아가를 위해 오빠가 준비했지."

하준은 그녀를 안아 들고 침실을 나섰다. 루비의 몸은 그의 품에 가볍게 안겼다. 갑판 위에는 이미 하준이 미리 준비해 둔 듯한 근사한 브런치 세트가 놓여 있었다. 갓 구운 빵과 신선한 과일, 향긋한 커피, 그리고 따뜻한 수프까지. 먹음직스러운 브런치가 루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푸른 바다 위에서 즐기는 둘만의 브런치는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보다 특별하고 황홀했다. 루비는 그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 그는 언제나 이렇게 완벽하게 루비를 챙겨 주었다.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루비를 향한 그의 사랑이 담겨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하준은 루비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루비를 향하고 있었다.

"루비, 김민지 비서의 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오빠가 해결할게. 더 이상 내 아가가 힘들어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루비는 순간 깜짝 놀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회사 문제는 회사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단호한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빠...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제가 잘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괜히 오빠 일에 제가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걱정돼요. 오빠의 명성에 누가 될까 봐..."

"아니, 루비. 이건 네가 아니라 우리 둘의 문제야. 오빠의 여자친구를 함부로 대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 그 누구라도 네게 함부로 대하게 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오빠 일에 루비가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 루비는 오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오히려 오빠가 널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야. 오빠가 더 많이 노력할게."

하준의 단호한 말에 루비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그의 진심 어린 사랑과 든든함에 루비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은 뜨겁고 촉촉했다.

"오빠... 고마워요. 정말... 정말 사랑해요. 오빠가 제 세상의 전부예요."

루비는 그의 품에 안겨 진심을 고백했다. 하준은 그녀를 더욱 깊이 끌어안았다. 따뜻한 그의 품에서 루비는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었다. 이 남자와 함께라면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고, 그녀의 심장도 그와 함께 격렬하게 울렸다.

늦은 오후, 두 사람은 요트에서 내려 하준의 차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김민지 비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차 안에서 루비는 하준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든든한 존재감은 루비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미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이 모든 것이 잘 해결되기를 바랐다.

회사에 도착하자, 하준은 루비를 자신의 집무실로 데리고 갔다. 김민지 비서는 하준의 집무실 앞에서 초조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불안감이 역력했다. 루비를 보자 김민지의 얼굴은 더욱 싸늘하게 굳어졌다. 경계심과 질투심이 뒤섞인 날카로운 시선이 루비를 꿰뚫는 듯했다.

"김민지 비서. 차 비서도 이 자리에 함께 있도록 하지. 중요한 이야기니까."

하준의 단호한 말에 김민지는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입술은 굳게 닫혔고, 손끝은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준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김민지를 정면으로 마주 봤다. 그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욱 날카로웠다. 그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김민지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김민지 비서. 내가 차 비서에 대해 공공연하게 말했을 텐데. 차 비서는 내게 특별한 존재라고. 어제 회의실에서 그렇게 단호하게 경고했는데도 이해를 못 한 건가?"

하준의 말에 김민지는 눈을 피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네... 대표님. 하지만 저는 그저 업무적인 판단으로... 비서실의 분위기를 위해서..." 그녀의 변명은 힘없이 흩어졌다.

"업무적인 판단? 내가 알기로는 김민지 비서는 그 이상으로 차 비서를 불편하게 했더군. 다른 직원들의 증언도 이미 확보했어. 나는 더 이상 이런 불필요한 마찰을 원치 않아. 비서실의 단합을 저해하는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

하준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마치 냉정하고 이성적인 재판관 같았다. "김민지 비서. 본인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주겠어. 계속 비서실에서 근무할 건지, 아니면 오늘부로 다른 부서로 이동할 건지. 내일까지 결정해서 차 비서에게 알려줘. 내 결정은 확고해."

하준의 단호한 경고에 김민지는 말을 잃었다.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눈에는 분노와 함께 불안감이 가득했다. 루비는 조용히 김민지를 바라봤다. 이제 더 이상 김민지는 루비에게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하준이라는 든든한 방패를 가졌으니까. 그의 압도적인 카리스마 앞에 김민지는 한없이 작아 보였다.

하준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김민지는 결국 다음 날 다른 부서로 이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비서실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팀원들은 루비에게 사과하며 이전처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루비는 그들을 용서하고 다시금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비서실은 다시 활기찬 분위기로 되돌아왔다.

비서실의 평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제 회사에서는 더 이상 그 누구도 루비와 하준의 관계에 대해 감히 왈가왈부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굳건한 사랑에 경외심을 표하거나, 조용히 부러워하는 시선이 늘었다. 그의 품에서 루비는 세상 가장 행복한 여자로 거듭났다.

며칠 후, 하준은 루비를 자신의 본가로 초대했다. 부모님께 루비를 정식으로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루비는 너무나 긴장했다. "오빠... 어머님, 아버님께서 저를 마음에 안 들어 하시면 어떡해요? 제가 혹시라도 폐가 될까 봐 너무 걱정돼요." 루비는 그의 손을 꼭 잡고 불안하게 물었다. 그녀의 심장은 천둥처럼 울렸다.

"걱정 마, 내 아가. 오빠 믿지? 오빠가 옆에 있을게. 그리고 우리 루비는 분명 좋아하실 거야.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내 아가를 누가 싫어하겠어? 걱정할 것 없어. 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하준의 진심 어린 위로에 루비는 긴장을 조금 풀었다. 그의 따뜻한 손길이 루비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그는 루비의 손을 잡고 자신의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향했다. 고풍스럽고도 기품 있는 저택의 문이 열리고 그의 부모님이 루비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루비에게 아들 자랑을 늘어놓으며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의 아버지는 날카로워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인자한 미소로 루비를 환영했다. 루비는 긴장했지만, 하준의 따뜻한 손길과 옆에서 들려주는 은근한 응원에 그녀는 점차 편안해졌다. 하준은 루비의 옆에 앉아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의 부모님 앞에서 루비를 향한 그의 사랑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루비는 그의 든든한 사랑에 감동했고, 그의 가족들에게도 인정을 받으니 더없이 행복했다. 마치 오랫동안 찾던 가족의 온기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밤이 깊어지고 루비는 하준과 함께 그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품에 안긴 채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자, 루비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너무나 행복해서 마치 이 행복이 깨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었다. 이런 완벽한 행복은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오빠... 너무 행복해서... 괜히 불안해요. 이 모든 게 꿈이 아니겠죠? 혹시 오빠도 저처럼 이런 감정을 느끼나요?"

루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하준은 그녀를 더욱 깊이 끌어안았다. 그의 품은 따뜻하고 넓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 코를 박고 은은한 향기를 맡았다.

"걱정 마, 내 아가. 이건 꿈이 아니야. 오빠가 평생 루비 옆에 있을게. 이 모든 행복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루비와 오빠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된 거야. 그리고 이 감정... 오빠는 루비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느끼고 있어. 감당하기 힘들 만큼."

하준의 말에 루비는 다시 한번 눈물을 글썽였다. 그의 진심은 그 어떤 위로보다도 따뜻하게 루비의 마음을 감쌌다. 그녀는 그의 목을 감싸 안고 입술을 포개었다. 깊고 뜨거운 키스가 이어졌다. 그의 키스 속에서 루비는 그의 영원한 사랑을 느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이제 견고한 믿음과 약속으로 더욱 단단하게 맺어졌다. 이 세상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그들은 함께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이 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처럼 영원히 빛날 것이었다. 이제 그들의 사랑은 세상에 당당히 드러날 준비를 마쳤다. 더 이상 숨을 필요도,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14화. 사랑, 세상을 향해 외치다

 

본가 방문 이후, 루비의 마음은 한층 더 편안하고 든든해졌다. 하준의 부모님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의 가족이 자신을 받아들여 주었다는 것은 단순한 인정을 넘어, 하준의 세계에 자신이 완전히 속하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이제 루비는 그 어떤 시선도, 그 어떤 시련도 두렵지 않았다. 오직 하준의 손을 잡고 세상에 당당히 서고 싶었다. 물론, 여전히 회사에서는 대표와 비서의 관계를 유지했지만, 두 사람의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에는 겉잡을 수 없이 깊어진 애정이 묻어났다. 특히 하준은 루비를 향한 사랑을 더 이상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은근하고 영리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의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사랑 표현은 루비의 심장을 매일같이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루비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되고 있었다.

며칠 후, 제국 그룹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모든 임직원과 국내외 주요 외빈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였다. 국내를 넘어 해외 유수의 기업 대표들, 유명인사와 정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말 그대로 성대하고 화려한 밤이었다. 루비는 하준의 비서로서 행사의 모든 것을 도맡아 준비했다. 작은 소품 하나부터 연사들의 동선, 외빈들의 좌석 배치, 메뉴 하나까지. 그의 완벽한 모습을 빛내기 위해 루비는 밤샘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그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처럼 느껴졌다. 그가 이끌어갈 미래의 제국을 그녀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에 어깨가 으쓱했다.

행사 당일, 루비는 평소보다 훨씬 더 신경 쓴 의상으로 등장했다. 짙은 네이비 컬러의 우아한 오프숄더 드레스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와 쇄골 라인을 은은하게 드러냈고, 허리 라인을 잡아주어 길쭉하고 아름다운 실루엣을 강조했다. 깔끔하게 묶어 올린 업스타일 헤어에는 작은 진주 장식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평소의 깜찍하고 발랄한 모습보다는 성숙하고 세련된 매력이 돋보였다. 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은 오늘따라 더욱 도도하게 빛났다. 하지만 그녀의 긴장한 모습은 감출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마치 칼날처럼 자신을 꿰뚫는 듯 부담스러웠고, 혹시라도 작은 실수라도 할까 봐 걱정되었다. 행사장 구석, 인파에 섞인 김민지 비서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루비를 향한 날 선 질투와 경멸이 뒤섞여 있었다.

"내 아가, 너무 예뻐서 오빠가 눈을 뗄 수가 없네. 남들한테 보여주기 아까워. 나 혼자만 보고 싶은데."

루비가 홀로 대기실에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을 때, 하준이 다가왔다. 그는 완벽하게 재단된 블랙 수트 차림이었다. 어두운 네이비색 드레스와 대비되는 그의 강렬한 존재감에 루비는 숨을 들이켰다. 그의 넓은 어깨와 훤칠한 키, 그리고 조각 같은 외모는 루비를 더욱 작아 보이게 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나른하고 다정했지만, 그의 눈빛은 루비를 향한 깊고 뜨거운 갈망을 담고 있었다. 루비의 어깨를 감싸 안은 그의 손은 루비에게 알 수 없는 따뜻한 힘과 안정감을 주었다.

"오빠... 너무 떨려요. 혹시 제가 실수라도 할까 봐...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요. 오빠의 중요한 행사를 망칠까 봐 걱정돼요."

"걱정 마, 루비. 넌 이미 완벽해. 이 세상 누구보다 빛나고 아름다워.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겨도 오빠가 옆에 있을 거야. 네가 실수하면 오빠가 수습하고, 네가 넘어지면 오빠가 다시 일으켜 세울 거야. 오빠가 널 항상 지켜줄게. 약속해. 이 모든 건 오빠에게도 루비가 있어 완벽한 행사니까."

하준의 진심 어린 위로에 루비는 긴장을 조금 풀었다. 그의 품은 언제나 그녀에게 가장 든든한 안식처였다. 하준은 루비의 입술에 짧게 키스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의 입술이 닿는 순간, 루비는 마음속의 모든 불안감이 사라지고 오직 행복감만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키스는 그녀의 모든 두려움을 녹여버렸다. 그들의 눈빛은 서로에게 닿았고, 그들의 숨결은 한데 엉켰다.

행사는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행사장을 가득 채웠고, 화려한 조명과 최고급 음식들이 끊이지 않았다. 샹들리에의 불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연회장은 마치 중세 유럽의 한 성을 연상케 했다. 하준은 제국 그룹의 수장답게 능숙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모든 외빈들을 응대했다. 그의 유창한 영어와 프랑스어 실력은 물론, 어떤 상대에게든 맞춰주는 그의 능숙하고 재치 있는 대화 기술은 감탄을 자아냈다. 루비는 그의 옆에서 그림자처럼 보좌하며 완벽하게 그의 비서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눈빛, 몸짓 하나하나까지 읽어내며 필요한 것을 척척 해결해 주었다. 하준은 그런 루비를 믿고 전적으로 의지했다. 두 사람은 완벽한 비서-대표 파트너십을 넘어, 텔레파시가 통하는 연인과 같은 호흡을 보여주었다. 중간중간 하준은 루비를 향해 은밀하게 윙크를 하거나, 아무도 모르게 손을 스치는 등 둘만의 시그널을 주고받으며 아슬아슬한 즐거움을 만끽했다.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하준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섰다. 제국 그룹의 창립 50주년 기념사를 마친 그는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예고 없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진중한 표정은 그가 매우 중요한 말을 하려 한다는 것을 암시했다. 모든 임직원과 외빈들이 술렁임을 멈추고 숨죽이며 그를 바라봤다. 루비 역시 그의 돌발 행동에 깜짝 놀라 심장이 멎는 듯했다. '설마... 설마 오빠가...?'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불안감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기대감이 밀려왔다.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귀한 손님들이 많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제 삶의 가장 큰 기쁨이자 행복이며, 저의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은 단 한 사람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하준의 말에 행사장은 술렁거림을 넘어,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수많은 시선들이 일제히 루비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루비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수군거렸다. 루비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설마... 설마 오빠가 나를... 정말?'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던  김민지 비서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그녀의 입술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하준을 향한 분노와 배신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제가 그동안 여러분께 감히 공개하지 못했던, 하지만 제 삶의 전부이자 저를 숨 쉬게 하는 유일한 존재. 제 비서인 차루비 씨입니다."

하준의 이름 호명에 행사장 전체가 순간 정지한 듯 조용해졌다. 모든 이의 시선이 루비에게로 고정되었다. 그리고 이내 커다란 술렁임과 함께 놀라움과 감탄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루비는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가 자신을 공개적으로, 세상 모든 사람 앞에서, 심지어 제국 그룹의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라는 모두가 주목하는 이 중요한 자리에서 인정한 것이다.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루비를 향해 터져 나왔다. 수많은 시선들이 루비에게로 향했지만,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그의 옆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기분이었다. 이제 그의 사랑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하준은 무대 위에서 내려와 루비를 향해 걸어왔다. 그의 발걸음은 한없이 단호하고 당당했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다가오는 전사 같았다. 그의 얼굴에는 루비를 향한 강렬한 사랑과 함께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하준은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루비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이끌었다.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루비는 세상 모든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었다.

"차루비 씨, 당신은 제게 있어 단순한 비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제 인생의 가장 찬란한 빛이자, 제 모든 것을 바쳐 지키고 싶은 유일한 존재입니다. 당신을 만나고 저는 비로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 삶의 동반자이자, 제 아내, 차루비 씨를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소개합니다."

하준의 마지막 말에 행사장은 충격과 감동, 그리고 환호성으로 뒤섞였다. '아내?!' 루비는 그의 갑작스러운 청혼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남자는 항상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통제 불능의 매력을 가진 남자였다. 그의 품에 안긴 채, 루비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가 자신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고, 그것도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모든 사람들 앞에서 선언하다니! 그녀의 심장은 터질 듯이 격렬하게 울었다. 그의 품은 세상 그 어떤 곳보다 따뜻하고 든든했다. 루비는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싶었다.

"루비야, 오빠는 널 너무 사랑해. 내 남은 인생 전부를 걸고 널 평생 지켜주고 싶어. 나의 모든 행복과 사랑, 그리고 나의 진심을 너에게 바치고 싶어. 나와 결혼해 줄래? 오빠의 아내가 되어줄래?"

하준은 루비의 눈물을 닦아주며 진심을 담아 청혼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루비를 향하고 있었다. 루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입술은 이미 '응, 오빠'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목이 메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의 입술에 자신의 모든 진심을 담아 뜨겁게 키스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듯 격렬하게 입을 맞췄다.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사람들의 환호성과 축하의 박수 소리가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이제 두 사람의 사랑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세상 모든 사람 앞에서 당당히 인정받은,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그날 밤, 하준은 루비를 자신의 품에 안고 속삭였다. 그의 품은 따뜻하고 넓었으며, 루비를 감싸는 그의 손길은 더없이 다정했다. 하준은 루비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내 아가, 드디어 오빠가 너를 세상에 공식적으로 소개했네. 이제 우리 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평생 함께할 수 있게 될 거야. 다음 주에 양가 부모님 찾아뵙고 정식으로 상견례 날짜를 잡을까? 신혼여행지는 루비가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 지구 끝까지라도 오빠가 데려다줄게. 아, 집은... 오빠가 이미 루비만을 위해 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둔 특별한 곳이 있는데. 혹시 지금 같이 보러 갈래? 루비가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은데."

그의 말에 루비는 얼굴을 붉혔다. 그의 세심한 배려와 적극적인 모습, 그리고 완벽한 계획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거침없이 진행되는 그의 추진력에 루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남자는 항상 이렇게 완벽하게, 모든 것을 준비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루비는 그의 옆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는 루비의 가장 완벽한 파트너였다.

"오빠... 너무 행복해요. 이 모든 게 꿈이 아니겠죠? 정말... 사랑해요. 오빠는 제게 최고의 선물이에요."

루비는 그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그의 심장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의 체온과 향기가 온몸을 감쌌다. 이 세상 그 어떤 시련도 이제 두렵지 않았다. 그들은 함께라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었다. 밤이 깊어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깊이 탐닉했다. 그들의 사랑은 이제 비로소 아름다운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었다. 세상에 당당히 드러난 사랑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빛나는 별처럼 반짝였다. 그리고 그 빛은 두 사람의 미래를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15화. 영원한 나의 동반자, 끝나지 않을 사랑

 

제국 그룹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하준의 공개 프러포즈는 그야말로 세상을 뒤흔들었다. 다음 날 아침, 모든 언론의 톱뉴스는 일제히 하준과 루비의 러브스토리로 도배되었다. '제국 그룹 정하준 대표, 비서에게 전격 청혼!', '세기의 로맨스, 재벌 2세와 평범한 비서의 사랑!' 온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루비의 마음은 더없이 평화로웠다. 세상이 자신들의 사랑을 축복해주는 듯했다. 하준의 부모님 역시 흔쾌히 결혼을 승낙해주셨고, 덕분에 다음 주 상견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루비의 가족들도 하준의 든든하고 진실된 모습에 감동하며 둘의 앞날을 축복해주었다.

결혼 준비는 하준의 주도 아래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웨딩드레스부터 웨딩홀, 신혼여행지까지, 모든 것이 루비의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한 꿈같은 과정이었다. 웨딩 플래너는 혀를 내둘렀고, 루비는 행복감에 겨워 매일매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의 섬세하고도 압도적인 배려는 루비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여자로 만들어주었다. 특히, 하준이 루비를 위해 준비했다던 집을 처음 보러 갔던 날, 루비는 숨을 들이켰다.

"루비, 여기는 내가 너랑 처음 만나고 나서부터 오직 루비를 위해 준비해 온 우리 둘의 보금자리야. 루비가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정원을 가득 채웠고, 침실에서는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게 천장 전체를 유리로 만들었어. 어때, 루비 마음에 들어?"

하준이 루비의 손을 잡고 안내한 곳은 도심과는 조금 떨어진 한적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통유리 저택이었다. 깔끔하면서도 모던한 외관은 그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경에 루비는 말을 잃었다. 모든 공간이 루비의 취향을 저격하는 듯했다. 따스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거실, 루비가 좋아하는 앤티크 가구들, 그리고 침실 천장에 펼쳐진 밤하늘의 은하수는 루비의 눈을 멀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이 모든 것이 오직 루비를 위해, 루비와의 미래를 꿈꾸며 준비되었다는 사실에 루비는 감동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오빠... 어떻게... 어떻게 예쁘고 멋있는 집을... 이건 제가 상상했던 집보다 훨씬 더 완벽해요... 정말 고마워요... 정말 사랑해요..."

루비는 그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하준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키스했다. "울지 마, 내 아가. 이건 시작일 뿐이야. 앞으로 내가 루비에게 해줄 것들이 훨씬 더 많아. 평생 널 행복하게 해 줄게. 사랑해, 루비." 그의 눈빛에는 루비를 향한 끝없는 사랑과 헌신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그날 밤, 새로 지어진 집에서 서로를 품에 안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사랑을 속삭였다. 그들의 미래는 저 밤하늘의 별들처럼 영원히 반짝일 것이었다.

대망의 결혼식 날. 햇살 가득한 오후, 수백 송이의 하얀 장미와 샹들리에로 장식된 웨딩홀은 마치 천국처럼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왈츠 선율이 홀을 가득 채우는 가운데, 루비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준의 손을 잡고 버진 로드를 걸어갔다. 그의 눈에는 오직 루비만이 가득했다. 하준은 루비의 눈에서 자신을 향한 무한한 사랑을 읽었다. 웅장한 웨딩 마치에 맞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동안, 루비의 심장은 터질 듯이 울렸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어딘가에 소속된 비서가 아니었다. 하준의 영원한 사랑, 그의 아내였다.

단상에 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봤다. 하준은 루비의 손을 꼭 잡고 감격에 찬 목소리로 결혼 서약을 시작했다.

"사랑하는 나의 루비.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나는 그저 일밖에 모르던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나의 얼어붙은 세상에 따뜻한 햇살처럼 찾아와 주었습니다. 당신의 사랑스러운 미소와 밝은 에너지, 그리고 나를 향한 순수한 마음은 나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당신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찬란한 기적입니다. 이제 당신은 단순한 나의 비서가 아닌, 나의 삶의 이유이자 존재의 의미입니다. 나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나의 루비. 나의 생애 모든 것을 다 바쳐 당신을 평생 지켜줄 것을 약속합니다. 부디, 나의 유일한 아내가 되어 평생을 함께해 주십시오."

하준의 진심 어린 고백에 루비는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사랑하는 당신. 저는 평범한 비서에 불과했지만, 당신은 제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당신의 차가운 가면 뒤에 숨겨진 따뜻하고 섬세한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이미 당신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습니다. 당신의 든든한 사랑과 변함없는 믿음은 제가 용기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주었고, 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나의 남편 정하준 씨. 남은 나의 모든 삶을 당신에게 바치겠습니다. 당신의 영원한 아내가 되어 평생 함께하며 당신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두 사람은 뜨거운 눈물 속에서 서로를 향한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주례사는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하며 반지를 교환하게 했다. 하준은 루비의 가녀린 손가락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주었다. 차가운 반지였지만, 루비의 손끝에서 그의 따뜻한 사랑이 전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신랑은 신부에게 키스하십시오!" 라는 주례사의 말에 하준은 루비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뜨겁게 키스했다. 수많은 하객들의 축복 속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잊지 못할 키스를 나눴다.

성대한 결혼식이 끝나고, 두 사람은 전용기를 타고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파리의 에펠탑 아래서, 로마의 콜로세움 앞에서, 베니스의 곤돌라 위에서, 그들은 세상 모든 풍경 속에서 사랑을 속삭였다. 루비는 그의 품에 안겨 마치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는 언제나 루비의 손을 잡고 그녀의 표정에서 행복을 확인하며 그녀가 행복해하는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루비는 어느새 제국 그룹의 든든한 안주인이자, 사랑스러운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하준은 변함없이 제국 그룹의 수장으로서 흔들림 없는 위상을 지켜냈지만, 집에서는 루비와 아이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남편이자 아빠였다. 그들의 통유리 저택은 사랑과 웃음소리로 가득한 행복한 보금자리가 되어 있었다.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 퍼졌다.

매일 아침 하준은 잠든 아이의 통통한 볼에 부드럽게 키스하고, 여전히 잠에 취한 루비의 이마에 따뜻하게 입 맞추고 출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밤늦게 퇴근해도 루비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소곤거리는 것은 변치 않는 둘만의 은밀한 시간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매일매일 새로운 빛깔로 물들어갔고, 서로에게 깊어진 마음만큼 더욱 성숙해졌다. 하준은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공원으로 나가 놀아주었고, 루비는 그런 두 남자의 모습을 보며 세상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여보, 오늘 유치원에서 우리 지후가 선생님께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왕자님이에요!' 라고 말해서 선생님이 웃겨 죽을 뻔했대요. 제가 보기에도 영락없는 당신 판박이라니까요."

루비가 웃으며 이야기하자, 하준은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루비를 자신의 품으로 더 깊이 끌어안았다. 그의 눈은 루비와 지후를 향한 사랑으로 반짝였다.

"흐음, 역시 내 아들이군. 젠틀함은 아빠를 닮고, 밝고 사랑스러운 건 엄마를 닮았네.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그는 루비의 머리에 입 맞추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나는 당신과 우리 지후만 건강하고 행복하면 돼. 그거면 이제 더 바랄 게 없어, 루비. 당신이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기분이야. 사랑해요, 루비. 세상 그 무엇보다 널 사랑해."

루비는 그의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심장은 변함없이 뜨겁게 울렸다. 그들의 사랑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더욱 깊고 단단해졌다. 제국 그룹의 굳건한 성처럼,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영원히 함께할, 끝나지 않을 행복한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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