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남자친구가 회장님 아들이래요>
1화. 이 남자, 너무 다정해서 심장이 위험해
"송지민 씨, 아직도 안 갔어요? 벌써 11시가 넘었네요."
김도진 선배의 목소리는 밤늦은 사무실의 형광등 불빛만큼이나 다정하고 따뜻했다. 송지민은 마케팅팀의 에이스 직원으로, 런칭을 앞둔 신규 캠페인 자료를 수정하느라 퇴근 시간을 놓친 지 오래였다. 눈앞의 모니터 화면이 흐릿하게 아른거렸다.
"아, 선배. 거의 다 했어요. 이것만 마무리하면 돼요." 지민이 어설픈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이미 반쯤 풀린 눈을 숨길 수는 없었다.
도진은 지민의 책상 앞에 멈춰 서서, 탁자 위에 작은 비닐봉투를 내려놓았다. 봉투에서는 맛있는 만두 냄새와 달콤한 커피 향이 섞여 퍼져 나왔다.
"일단 먹고 합시다. 배고프면 집중도 안 돼요."
"와, 선배! 이게 뭐예요? 안 그래도 배고파서 죽을 뻔했는데." 지민의 얼굴에 피로 대신 화색이 돌았다.
"별거 아니에요. 회사 앞 분식집 만두랑, 지민 씨 좋아하는 바닐라 라떼." 도진은 언제나 지민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팀 회식 때나 점심시간에 지민이 무심코 말했던 사소한 것들까지 기억하고 챙겨주는 도진의 모습은 지민에게는 늘 감동이었다.
지민은 만두를 베어 물며 감탄했다. "선배는 정말... 천사 같아요. 제가 이 회사에 온 후로 제일 잘한 일이 선배랑 같은 팀 된 거예요."
도진은 지민의 맞은편 의자를 빼서 앉으며 피식 웃었다. "천사라니. 과찬이네요. 그냥 같은 팀 후배가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서 그렇죠." 그의 눈빛은 지민의 농담을 가볍게 넘기는 듯했지만, 그 안에는 형언할 수 없는 깊은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
"아니에요. 다른 선배들은 자기 일 끝나면 칼같이 퇴근하는데, 선배는 늘 저 챙겨주잖아요. 저번에 제가 발표 실수했을 때도, 저 대신 사과해주고 밤새워서 자료 다시 만들어준 것도 선배였고요. 선배 덕분에 제가 이 회사에서 버티는 거예요." 지민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현실적인 지민에게 도진은 단순한 직장 동료를 넘어, 힘든 사회생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따뜻한 안식처였다.
도진은 커피를 홀짝이며 지민의 모니터를 흘끗 보았다. "캠페인 카피 말인데, '무드있게, 쉼표 하나'보다 '오늘의 무드에 집중'은 어때요? 고객들이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메시지가 요즘 트렌드에 더 맞을 것 같아요."
지민은 그 카피를 듣자마자 무릎을 쳤다. "선배, 역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요! 이걸로 바로 바꿔볼게요." 지민은 그 순간 도진이 단순한 마케팅팀 3년차 사원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의 통찰력과 제안은 그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시장 전체를 꿰뚫어 보는 경영자의 시각에 더 가까웠다.
늦은 밤, 둘이 함께 마주 앉아 일을 하는 동안, 고요한 사무실에는 키보드 소리와 나지막한 대화만이 울려 퍼졌다. 지민은 도진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피곤함보다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깊고 부드러운 눈빛이 자신에게 향할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 남자, 너무 다정해서 정말 위험해.’ 지민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선배를 동료로만 대하는 건, 내 심장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야.’ 따뜻한 만두와 바닐라 라떼의 온기가 손끝을 넘어 마음까지 전해지는 밤이었다.
도진은 자료 수정을 마친 지민을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지민이 집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도진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지민 씨가 나를 '천사'라고 했지만, 사실 지민 씨가 나한테는 제일 큰 안식처인데."
그의 표정은 만인의 선배가 아닌,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차 키를 만지작거렸다. 그 차 키는 평범한 직장인이 타고 다닐 수 없는,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외제차의 키였다. 그는 자신의 비밀이 지민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다정함의 깊이를 언젠가는 가로막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지민이 자신에게 기대어 편안함을 느끼는 이 평범한 순간이 도진에게는 세상의 어떤 부귀영화보다 소중했다.
도진은 지민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늘 밤, 지민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선 것 같아 행복했지만, 그만큼 비밀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도진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자신의 신분과 평사원이라는 가면 사이에서 겪는 이중생활의 외로움을 곱씹었다.
2화. 평범한 줄 알았던 선배의 '비범함'
무드컴퍼니 마케팅팀에는 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K프로젝트' 경쟁 PT가 떨어졌다. 상대는 업계 1위의 '탑 마케팅'이었다. 모든 팀원들은 밤샘 근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특히 총괄 실무를 맡은 송지민은 거의 폐인이 되기 직전이었다.
"탑 마케팅은 무조건 '빅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캠페인'을 들고 나올 거예요. 우리도 그걸 피할 수 없어요." 지민은 푹 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그쪽은 예산도 인력도 우리랑 비교가 안 되잖아요."
팀 분위기는 암울했다. 그때, 김도진 선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민 씨 말이 맞아요. 정면 승부는 어려워요. 탑 마케팅의 약점은 '과도한 효율성'에 집중해 감성적인 부분, 즉 '무드'를 놓친다는 거죠."
"감성적인 무드요?" 팀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우리는 데이터 뒤에 숨겨진 소비자의 '심리적 니즈'를 공략해야 합니다. 특히 K프로젝트의 핵심 타깃인 2030 여성들은 이미 수많은 데이터 마케팅에 지쳐있어요. 이들에게 필요한 건 '나를 이해해주는' 경험이죠." 도진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그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단숨에 핵심 아이디어를 정리했다.
"핵심은 '레트로 감성'과 '가치 소비'의 결합입니다. 탑 마케팅이 아무리 세련된 AI를 동원해도, 그들이 놓치는 건 '손편지의 따뜻함'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이에요. 우리는 무드컴퍼니의 특성을 살려, 기술이 아닌 '사람의 마음'에 초점을 맞춥시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팀원들의 잠자던 열정을 깨웠다. 지민은 도진의 논리적인 흐름과 창의적인 발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통찰력을 얻는 거지?'
며칠 후, 아이디어는 구체화되었지만, 핵심 파트너사와의 협력이 문제였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없이는 꿈도 꿀 수 없는, 대형 미디어아트 업체 '아르코'와의 콜라보레이션이 필수적이었다.
"아르코요? 거긴 저희 같은 중소 규모 부서가 접촉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닌데요." 팀장이 난감해했다. "회장님 비서실을 통해서도 힘들 걸요."
도진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르코의 김 사장님과 어릴 때부터 좀 아는 사이라서요. 한 번 만나보자고 말씀드릴게요."
팀원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어릴 때부터 아르코 사장과 아는 사이? 그것도 '좀 아는 사이'라는 태평한 말투라니. 아르코 사장은 50대 중반의 거물이었다. 마케팅팀 3년차 평사원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지민은 도진을 빤히 쳐다봤다. 깔끔하고 좋은 옷을 입긴 했지만, 그저 '센스 좋은 선배' 정도로만 생각했던 도진의 배경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 점심 메뉴로 김치찌개를 제일 좋아했고, 탕비실에서 커피를 탈 때도 믹스커피를 즐겨 마시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선배... 혹시 집안이 좀..." 지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진은 능숙하게 말을 돌렸다. "에이, 지민 씨. 우리 집이 믹스커피 사업하는 줄 알겠네. 그냥 사장님 아드님과 잠깐 유학 생활을 같이 했을 뿐이에요. 이제 빨리 자료 정리해서 컨택해야죠!"
도진은 그날 저녁, 아르코와의 미팅을 성공적으로 주선했고, 그들의 아이디어는 아르코 사장의 극찬을 받으며 프로젝트에 힘을 실었다. 지민은 도진을 향한 존경과 호감이 뒤섞인 감정에 휩싸였다. 그의 '비범함'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강력하게 끌어당겼다. 지민은 그가 가진 숨겨진 능력과 영향력에 압도당했고, 그가 자신을 위해 그 힘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설렘을 느꼈다. 지민은 그의 능력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는 겉모습만이 아니라 내면까지도 믿음직하고 든든했다.
3화. 오해와 질투, 그리고 가까워진 거리
K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예감 덕분에 마케팅팀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깨는 불청객이 등장했다. 바로 재무팀의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박예원 대리였다.
박 대리는 노골적으로 김도진에게 관심을 보였다. 점심시간마다 마케팅팀에 불쑥 찾아와 도진에게만 말을 걸거나, 커피를 들고 와 도진의 책상에만 내려놓았다.
"도진 씨, 주말에 새로 개봉한 영화 보셨어요? 제가 티켓이 두 장 있는데..." 박 대리가 환하게 웃으며 도진에게 다가섰다.
옆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송지민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평소 감정 표현에 솔직한 편이었지만, 이 '불편함'은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이었다. 그것은 명백한 질투였다. '내가 왜 이러지? 그냥 동료잖아.' 지민은 속으로 자신을 다그쳤지만, 박 대리가 도진에게 끈질기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자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도진은 박 대리의 제안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죄송합니다, 박 대리님. 주말에는 팀 회의 때문에 바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송지민 씨랑 마무리해야 할 자료도 많고요." 그는 '송지민 씨'를 핑계로 들었지만, 그 시선은 순간적으로 지민에게 향했다. 지민은 그 짧은 눈빛 교환에서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박 대리가 자리를 뜨자, 지민은 괜히 퉁명스럽게 말했다. "선배, 주말에 저랑 뭘 마무리할 게 있는데요? 회의도 다음 주 화요일인데."
도진은 지민의 책상으로 몸을 기울여 나지막이 속삭였다. "질투해요, 송지민 씨?"
지민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무, 무슨 소리예요! 제가 왜요! 그냥 선배가 그렇게 거짓말하는 거 안 좋잖아요!"
도진은 다시 한 번 부드럽게 웃었다. "거짓말 아닌데. 나 진짜 주말에 지민 씨랑 단둘이 있고 싶었는데. 같이 일하는 거 말고, 다른 걸로."
지민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도진은 지민의 심장이 반응하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지민의 눈을 깊숙이 응시했다.
그날 저녁, 도진은 퇴근길에 지민을 붙잡았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박 대리님 오해 풀어야죠. 나 지민 씨 말고 다른 사람한테 관심 없다는 거."
둘은 회사 근처 작은 바에서 맥주를 마셨다. 평소보다 더 사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도진은 어린 시절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풀며 지민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지민은 자신의 현실적인 고민, 대출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선배는 참 편안해요. 선배랑 같이 있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 같아요." 지민이 맥주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도진은 지민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살짝 얹었다. "지민 씨 옆에는 내가 항상 있을게요.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기대도 돼요."
지민은 도진의 따뜻한 손길과 진심이 담긴 눈빛에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박 대리 때문에 느꼈던 질투는 이제 명백한 '사랑'의 신호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도진을 올려다보았고, 도진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회사의 다른 여직원 때문에 발생했던 작은 오해와 질투는 오히려 두 사람의 거리를 급격하게 좁히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들의 눈빛이 닿는 순간, 서로의 마음속에 피어난 감정의 크기를 확인했다.
4화. 가을밤의 고백 예고
마케팅팀은 K프로젝트의 경쟁 PT를 앞두고 마지막 회식을 가졌다. 성공을 기원하는 분위기 속에 모두가 술잔을 기울였고, 평소 주량이 약했던 송지민은 결국 만취 상태에 이르렀다.
"선배... 흐흐, 선배는... 정말 멋있어요. 능력도 좋고, 잘생겼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나한테 너무 잘해준다는 거!" 지민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도진의 팔에 매달렸다.
회식이 끝나고, 도진은 비틀거리는 지민을 부축하며 택시를 잡았다. 지민은 택시 뒷좌석에서도 도진의 어깨에 기대어 잠투정을 했다.
"집이... 어디였죠?" 도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집이요? 우리 집은... 선배 마음속에..." 지민은 횡설수설하며 다시 잠이 들려 했다. 도진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지민의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 주소를 확인했다.
도진은 지민의 집 근처에 도착해서도 그녀를 깨우지 못했다. 잠든 지민의 얼굴은 평소의 똑 부러진 모습과는 달리 순수하고 사랑스러웠다. 도진은 조용히 창문을 내리고 시원한 가을밤 공기를 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민아..." 도진은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나, 너 많이 좋아해. 너무너무."
그때, 반쯤 잠들어 있던 지민이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눈은 술기운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선배..." 지민이 중얼거렸다. "나도... 나도 선배 좋아해요."
도진은 놀라 숨을 멈췄다. 설마 잠꼬대는 아닐까, 술김에 나온 말이 아닐까 싶었지만, 지민의 눈빛은 진심을 담고 있었다.
"지민 씨, 지금... 뭐라고 했어요?" 도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지민은 다시 고개를 도진의 어깨에 기대며 웅얼거렸다. "선배를... 좋아해요. 사귀고 싶어요... 나랑 사귀어주세요..."
도진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의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요, 지민 씨. 진짜 고마워요." 그는 지민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이 대답은 술에 취한 지민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지민의 집 앞에 도착해 겨우 그녀를 깨운 도진은, 그녀를 현관까지 데려다주었다. 지민은 비틀거리며 비밀번호를 누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도진은 그녀의 뒤에서 팔로 그녀를 감싸 안듯 비밀번호를 눌러주었다. 그 순간, 지민은 도진의 단단한 체격과 달콤한 숨결을 느꼈다.
"내일 아침에 전화할게요. 숙취 해소제 꼭 챙겨 먹고, 오늘은 푹 쉬어요." 도진이 속삭였다.
집 안으로 들어선 지민은 곧장 침대로 쓰러졌지만, 그 순간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도진 선배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의 따뜻한 포옹. 그녀는 얼굴을 베개에 묻고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비록 술김이었지만, 가장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는 사실에 기뻤다.
같은 시간, 도진도 지민의 고백을 다시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미 다음 날, 이 평범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5화. 첫 데이트와 비밀의 무게
다음 날 아침, 송지민은 숙취와 함께 간밤의 기억을 떠올리고 이불킥을 날렸다. 도진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선배: 어젯밤 고백, 진심으로 들었어요. 나도 지민 씨 많이 좋아해요. 우리, 정식으로 연애 시작해요.]
지민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지민: 네, 선배.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어제 일은 죄송해요. 너무 취해서.]
[선배: 사과할 필요 없어요. 나한테는 제일 로맨틱한 고백이었으니까. 주말에 우리 첫 데이트 합시다. 나랑 딱 하루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인으로 지내줘요.]
주말, 도진은 지민을 위해 완벽한 데이트를 준비했다. 평소의 수수한 차림 대신, 도진은 마치 잡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세련된 캐주얼 복장으로 나타났다. 그가 지민을 태운 차는 고급 세단이었는데, 도진은 "친구가 잠시 빌려줬다"고 둘러댔다.
첫 데이트 코스는 도심 속 비밀스러운 갤러리 관람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였다. 갤러리에서는 도진이 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뽐냈고, 레스토랑에서는 지배인급 직원들이 도진에게 과도할 정도로 정중하게 인사했다.
"선배, 친구분이 대단한 분인가 봐요. 이런 데는 일반 예약도 힘들잖아요." 지민은 다시금 의아함을 느꼈지만, 도진은 능숙하게 대화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작품 얘기하다가 배고파졌네. 지민 씨, 스테이크 맛있어요?" 도진은 지민을 바라보는 눈빛에 온전히 사랑을 담고 있었다.
지민은 도진의 다정함에 의문이 눈 녹듯 사라졌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지민이었지만, 사랑 앞에서만큼은 마음이 앞섰다. 그녀는 이 순간, 도진과의 관계가 회사 동료를 넘어선 '운명'임을 느꼈다.
하지만 도진의 마음은 기쁨과 죄책감으로 뒤섞여 있었다. 지민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만큼, 자신의 '진짜 신분'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짐이었다.
저녁 식사 후, 도진은 지민을 집까지 바래다주며 말했다. "지민 씨, 사실 나한테는... 아주 무거운 비밀이 있어요.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언젠가 꼭 말할게요. 그때까지 나를 믿어줄 수 있어요?"
지민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도진의 깊은 눈빛에서 진심을 읽었다. "선배. 사람은 누구나 비밀이 있죠. 저는 선배가 좋아서 사귀는 거지, 선배의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나를 속이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비밀이든, 결국엔 나한테 말해줄 거죠?"
도진은 감격하며 지민을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지민 씨. 약속할게요. 절대로 지민 씨를 속이진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해줄게요."
그는 지민에게 깊은 입맞춤을 했다. 달콤한 첫 키스였지만, 도진에게는 비밀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짓누르는 순간이었다. 그는 자신이 무드 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라는 사실을 지민이 알게 되었을 때, 이 사랑이 깨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 평범한 연애를 지키기 위해 그는 이중생활을 감수해야만 했다.
6화. 숨 막히는 사내 비밀 연애의 시작
월요일 아침, 마케팅팀 사무실은 마치 미로와 같았다. 김도진과 송지민은 딱 30cm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속 거리는 이미 0cm였다.
"굿모닝, 송지민 씨." 도진이 태연하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김도진 선배." 지민도 똑같이 격식 있는 말투로 응답했다.
하지만 그들의 손밑에서는 핸드폰이 바쁘게 움직였다.
[도진: (스윽) 어제 잘 잤어요? 눈빛으로 나한테 키스해줄래요? 💋]
[지민: (화들짝) 미쳤어요? 선배! 사람들이 보잖아요! 이따 점심시간에 탕비실에서 봐요. 😊]
점심시간, 지민은 커피를 타는 척 탕비실로 향했다. 잠시 후, 도진이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왔다. 탕비실 문이 닫히자마자, 도진은 지민을 벽으로 밀어붙였다.
"선배! 여기 회사예요!" 지민이 당황했지만, 도진의 눈빛은 이미 숨길 수 없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연인 된 지 이틀째인데,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도진은 속삭이듯 말하며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도요... 근데 선배가 너무 능숙하게 평소처럼 행동해서 얄미웠어요." 지민이 볼멘소리를 했다.
도진은 지민의 이마에 빠르게 키스했다. "미안해요. 회사에서는 지민 씨 보호해야 하니까. 내 여자친구를 다른 사람들이 질투하게 만들 수는 없잖아요."
도진은 지민의 손에 작은 메모를 쥐여주고는 유유히 탕비실을 빠져나갔다. 지민이 메모를 펼쳐보니, '오늘 저녁, 7시. 회사 뒤, 주차장에서 딱 10분만 기다려요. 우리 둘만의 비밀 데이트 코스 알려줄게요. P.S. 옷 예쁘게 입고 와요.'라고 적혀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지민은 도진을 훔쳐봤다. 도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팀장과 업무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그 '철저한 이중생활'이 지민을 더욱 설레게 했다.
오후 내내, 지민은 도진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을 느꼈다. 도진은 팀 회의 중에도 지민의 발 밑에 살짝 발을 갖다 대며 장난을 쳤고, 지민은 겨우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뺐다.
'이 숨 막히는 비밀 연애, 너무 위험하고... 너무 짜릿해!'
퇴근 후, 지민은 메모에 적힌 대로 회사 뒤쪽 주차장으로 향했다. 7시 정각, 도진이 고급 세단(또다시 '친구의 차'였다)을 몰고 나타났다.
"어서 타요, 공주님. 오늘 이 세상에서 제일 평범한 데이트를 할 거예요." 도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지민의 집 근처에 있는 오래된 포장마차였다. 따뜻한 우동과 닭똥집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은 회사에서 겪었던 소소한 일들을 공유하며 깔깔 웃었다. 도진은 지민의 포장마차 취향에 완벽하게 맞춰주었다. 지민은 도진이 가지고 있다는 무거운 비밀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이 순간, 그녀의 옆에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남자친구 김도진만 있을 뿐이었다.
7화. '평범함' 속에 숨겨진 부티
송지민은 김도진과의 연애가 깊어질수록, 그의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범함'의 증거들을 자주 발견하게 되었다. 도진은 평소 회사에서 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비 습관을 보여주었지만, 연애와 관련해서는 스케일이 달랐다.
도진은 지민의 생일을 맞아 작은 여행을 준비했는데, 그들이 묵게 된 숙소는 제주도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하루 숙박료가 일반 직장인 월급에 육박하는 풀빌라였다.
"선배! 이... 이 방은 너무 심한데요? 제가 여기 며칠 묵으려면 한 달 내내 굶어야 할 것 같아요." 지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도진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요. 여긴 내 친구가 개인적으로 투자한 별장 같은 곳이라, 내가 잠깐 빌렸어요. 지민 씨, 내 친구들한테 너무 신세 많이 진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이 친구들이 내가 지민 씨 좋아하는 거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거예요."
하지만 지민의 눈에는 그 '친구 찬스'가 너무 많고, 너무 고급스러웠다. 도진이 지민에게 선물한 심플한 목걸이는, 지민이 우연히 명품 잡지에서 보고 깜짝 놀랄 만큼 고가 브랜드의 한정판 모델이었다.
"선배,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지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솔직히 우리 월급으로는 좀..."
도진은 지민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을 막았다. "나, 생각보다 돈 많이 모았어요. 그리고 지민 씨한테는 이 정도는 해주고 싶어요. 지민 씨의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
도진은 자신의 재력을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몸에 배어버린 습관과 취향은 숨기기 어려웠다. 그는 굳이 비싼 음식을 고집하지는 않았지만, 식재료나 조리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평범한 커피를 마시면서도 원두의 산지를 정확히 맞추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어느 날, 둘이 함께 백화점 명품관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지민은 쇼윈도에 걸린 가방을 보며 "와, 예쁘다. 근데 너무 비싸서 엄두도 안 난다."고 말했다.
도진은 그 가방을 쓱 보더니 말했다. "저 모델, 사실 작년에 나온 시즌오프 상품이에요. 이번 시즌 신상 라인은 소재랑 쉐입이 더 잘 나왔는데, 곧 VIP 고객들한테만 먼저 공개될 거예요."
지민은 도진을 빤히 쳐다봤다. "선배, 명품 MD세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이런 VIP 공개 정보는 어디서 얻었어요?"
도진은 능숙하게 농담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하하, 지민 씨. 나 마케팅팀 3년차잖아요. 트렌드 공부는 기본이죠. 저 모델은 우리 그룹에서 광고를 많이 하니까 저도 모르게 외워진 거예요."
지민은 도진의 능숙한 대처에 웃었지만, 작은 의문의 조각들은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녀는 도진을 믿었지만, 그의 주변에서 풍겨 나오는 '평범하지 않은 아우라'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이 남자는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8화. 위기의 순간, 회장님의 등장
송지민의 작은 의문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위기의 순간'을 맞으며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그날은 무드 그룹 김 회장이 마케팅팀의 신규 캠페인 보고를 받기 위해 깜짝 방문한 날이었다. 그룹의 실질적인 총수이자, 카리스마의 화신으로 알려진 김 회장이었다.
사무실 전체는 일순간 정지 상태가 되었고, 팀원들은 모두 긴장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민 역시 숨을 죽이고 회장에게 90도로 인사했다.
회장은 수행 비서와 함께 팀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 후, 사무실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지민은 회장이 자신의 책상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더욱 긴장했다.
회장이 지민과 도진의 자리 사이를 지나치는 찰나, 지민은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김 회장이 김도진 선배를 향해 아주 짧고 미묘한 눈빛을 보낸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직원과 회장'의 흔한 시선이 아니었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오랜 기간 비밀을 공유해온 사람들처럼, 찰나의 순간에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경계하는 듯한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도진은 놀랄 만큼 침착하게 정면을 응시하며 회장을 지나쳤고, 회장 역시 곧바로 시선을 돌려 팀장에게 마케팅팀의 성과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했다.
지민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저건... 그냥 흔한 시선이 아니었어. 너무 익숙한 눈빛이었어.'
회의가 끝난 후, 회장과 비서실 사람들이 사무실을 빠져나가자마자, 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민은 도진을 빤히 쳐다봤다. "선배, 회장님이랑... 혹시 전에 아는 사이였어요?" 지민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도진은 미소를 지으며 지민을 바라봤다. "에이, 지민 씨. 내가 회장님을 어떻게 알아요? 그냥 그룹 회장님이랑 사원이 눈 마주친 거죠. 그 순간, 너무 긴장해서 저도 모르게 회장님 얼굴을 빤히 봤나 봐요. 혹시 제 표정이 이상했나요?"
"아뇨, 선배는 너무 침착해서요. 오히려 회장님 눈빛이... 잠깐 선배를 알아보는 것 같았거든요."
도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여유롭게 대처했다. "지민 씨, 회장님께서 직원들 얼굴 외우시는 게 취미라는 소문도 있잖아요. 워낙 통찰력이 뛰어나셔서요. 혹시 내가 너무 눈에 띄게 잘생겼나?"
도진의 능글맞은 농담에 지민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는 의심의 파편이 더욱 단단하게 박혔다. '직원과 회장'의 눈빛 교환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긴장감이 너무나 짙었다. 지민은 도진의 비밀이 단순히 '취미가 비싼 것'을 넘어선, 거대한 무언가일 수 있다는 불안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녀는 도진을 믿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직감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9화. 도진의 방어벽
연애를 시작한 후, 송지민은 김도진에게 더욱 깊이 다가가고 싶었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열어주는 도진처럼, 그녀도 그의 과거와 배경을 이해하고 싶었다.
주말 데이트 중, 지민은 조심스럽게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선배는 가족들이랑 자주 연락해요? 저는 부모님한테 선배 만난다고 아직 말씀 못 드렸는데. 선배는 혹시 부모님께..."
도진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며 말을 끊었다. "아, 우리 부모님은 지방에 계셔서요. 워낙 바쁘시기도 하고. 나중에 지민 씨한테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지금은 우리 둘 관계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아... 네." 지민은 서운함을 느꼈다. 도진은 늘 자신의 일이라면 헌신적이었지만, 가족이나 개인적인 과거에 대해서는 철벽을 치는 듯했다.
며칠 후, 지민은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도진의 어린 시절에 대해 물었다. "선배, 어릴 때 꿈은 뭐였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평범하게 회사원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글쎄요. 나는 꿈이 자주 바뀌었어요. 그냥 그때그때 좋아하는 걸 열심히 했을 뿐이에요." 도진은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깊고 멀었다. "지민 씨는 참 현실적이고 좋아요. 지금처럼만 나를 믿어줘요."
지민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선배! 왜 늘 대답을 회피해요? 내가 선배한테 부담 주는 건가요? 내가 선배의 '진짜' 모습을 알면 실망할까 봐 그래요? 선배의 과거, 가족, 어떤 것도 괜찮아요. 저는 김도진 선배 그 자체를 사랑해요. 근데 선배는 나한테서 뭔가를 숨기려는 것 같아요."
지민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도진은 지민의 진심에 가슴이 아팠다. 그는 지민의 두 손을 잡고 깊고 진지하게 말했다.
"지민 씨, 미안해요. 내가 지민 씨를 의심하게 만들었네요. 나한테는... 정말 말 못 할 사정이 있어요. 지금은 지민 씨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말할 수가 없어요. 내 비밀이 지민 씨의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을 망가뜨릴 수도 있거든요. 나는 지민 씨가 사는 이 평범한 세상이 너무 좋아요. 이 세상에서 지민 씨랑 연애하고 싶어서 내가 이 모든 걸 시작한 거예요."
도진은 자신의 깊은 눈빛에 모든 진심을 담아냈다. 그 눈빛은 거짓을 말하는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지민은 그 눈빛에 담긴 사랑과 함께, 도진이 짊어진 듯한 거대한 무게를 느꼈다. 현실적인 지민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 앞에서 그녀의 이성은 무너졌다.
"선배... 나를 사랑하는 건 맞죠? 그 비밀이 나쁜 일은 아니죠?" 지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맹세코 아니에요. 나는 지민 씨를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내 비밀은 지민 씨를 다치게 할 수 없다는 것만 알아줘요. 내가 언젠가 모든 걸 말할 수 있을 때, 가장 먼저 지민 씨한테 달려와 고백할게요. 그때까지만... 조금만 이해해줘요."
지민은 결국 도진의 진심을 받아들이려 했다. 그의 깊은 눈빛과 간절한 목소리 앞에서, 그녀는 '이해'라는 이름의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서운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도진을 향한 믿음이 더 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진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이 '비밀'이 언젠가 거대한 파도가 되어 자신들의 관계를 덮칠 것 같다는 불안감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10화. 첫 키스, 그리고 단단해지는 믿음
마케팅팀은 반년간 매달렸던 K프로젝트를 드디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경쟁사인 탑 마케팅을 압도하는 혁신적인 캠페인으로, 무드 그룹 내부에서도 큰 찬사를 받았다. 이 성공의 1등 공신은 단연 김도진과 송지민이었다.
팀 전체가 축하 회식을 했고, 모두가 기쁨에 취해 있었다. 회식이 끝난 후, 도진과 지민은 둘만의 축하 파티를 열기 위해 한강 야경이 보이는 조용한 와인 바로 향했다.
"지민 씨, 고생 많았어요. 지민 씨의 꼼꼼함과 실행력이 없었으면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도진이 진심으로 축배를 들었다.
"선배 덕분이죠. 특히 선배가 마지막에 던져준 '가치 소비' 아이디어는 정말 신의 한 수였어요. 선배는... 정말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에요." 지민이 도진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도진은 와인잔을 내려놓고 지민의 손을 잡았다. "나는 지민 씨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게 이 프로젝트 성공보다 더 행복해요."
두 사람은 지난 몇 달간의 고생과, 그 속에서 깊어진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확인했다. 도진은 지민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비록 깊은 비밀은 숨겼지만,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솔직하게 보여주려 노력했다. 지민은 도진의 노력에 감동했다.
"선배, 이제 정말 우리가... 현실이 되었네요." 지민이 나지막이 말했다.
"현실이요?" 도진이 물었다.
"네. 예전에는 선배와의 연애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완벽하고 다정한 사람이라, 꿈을 꾸는 것 같았죠. 근데 이 힘든 프로젝트를 같이 겪고, 선배의 약한 모습, 힘든 모습까지 다 보면서, 선배는 그냥 김도진이라는 한 남자라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우리는... 현실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되었죠." 지민의 눈은 단단한 믿음으로 빛나고 있었다.
도진은 지민의 말에 감격했다. 그녀가 자신의 '신분'이 아닌, '김도진' 그 자체를 봐주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컥했다. 이 현실적인 여자가 자신을 '현실'로 받아들여 주었다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맞아요, 지민 씨. 우리는 이제 현실이에요. 내가 지민 씨의 가장 든든하고 행복한 현실이 되어줄게요."
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민에게 다가섰다. 그는 망설임 없이 지민을 끌어안고, 그녀에게 깊고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이번 키스는 단순한 설렘이나 탐색이 아닌, 서로에 대한 단단한 믿음과 사랑을 확인하는 확신이었다. 와인의 달콤함과 밤하늘의 로맨틱함이 어우러져,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지민은 도진의 품속에서 모든 불안감을 내려놓고, 그와의 미래를 확신했다. 도진은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비밀도,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11화. 뜻밖의 고급 레스토랑 VIP 대우
평일 저녁, 도진은 지민에게 깜짝 이벤트를 해주고 싶다며 강남의 최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지민은 입구부터 으리으리한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선배, 여기... 예약은 하신 거예요? 여기 최소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던데." 지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이죠." 도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이 입구에 들어서자, 레스토랑의 지배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런데 지배인이 도진을 대하는 태도는 '일반 예약 손님'을 대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그는 거의 90도로 허리를 숙였고, 도진의 눈치를 살피며 극도로 정중했다.
"사... 아니, 손님! 오시는 줄 몰랐습니다. 미리 연락을 주시지 그러셨어요." 지배인은 말을 더듬더니, 곧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식사하러 왔어요. 좋은 자리 있나요?" 도진은 매우 자연스럽고 익숙한 태도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바로 최고급 룸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손님... 아니, 두 분을 위한 자리가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지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약도 없이 최고급 룸? 심지어 그 최고급 룸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고?' 지배인이 도진을 부르려다 '사'에서 멈춘 듯한 느낌도 섬뜩하게 지민의 뇌리에 박혔다.
그들이 안내받은 룸은 독립된 공간으로, 완벽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곳이었다. 창밖으로는 강남의 화려한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선배, 이거... 친구 찬스 치고는 너무 심한데요?" 지민은 젓가락을 들지 못하고 도진을 쳐다봤다. "지배인님이 선배를 거의 사장님 대하듯이 하던데요?"
도진은 샐러드를 한 포크 찍어 지민의 입에 넣어주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 레스토랑, 우리 그룹 계열사에서 투자한 곳이에요. 내가 K프로젝트 성공시키고 보너스를 꽤 받았잖아요. 그때 이 레스토랑에 조금 투자를 했죠. 지배인님은 내가 작은 주주라는 걸 알고 계셔서 너무 과하게 대접해주시는 거예요. 부담스러울 정도죠?"
"아... 그룹 계열사 투자요?"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듯한 설명이었다. 김도진 선배는 워낙 능력이 뛰어나니, 보너스를 받아 재테크를 잘 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배인이 도진을 '사...손님'이라고 부르려던 순간은 여전히 지민의 마음에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도진은 지민의 의심을 눈치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지민의 손을 잡고 창가로 데려갔다.
"지민 씨, 혹시 나를 못 믿어요? 내가 지민 씨를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믿어줘요." 도진은 지민의 머리를 어깨에 기대게 하며 속삭였다. "내 배경이 어떻든, 나는 지민 씨 옆에 있는 이 김도진이에요. 오늘 이 밤, 저 아름다운 야경처럼, 우리 둘의 사랑만 빛났으면 좋겠어요."
지민은 도진의 품에 안겨 그의 단단한 심장 소리를 들었다. 의아함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도진의 달콤한 속삭임에 무장해제된 상태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선배. 선배를 믿을게요."
하지만 이 '친구 찬스'나 '작은 투자'라는 변명은 점점 더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지민은 이제 도진의 비밀이 그의 '재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12화. 도진의 약혼녀 루머
김도진이 그룹의 중요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후, 회사 내에서 그의 존재감은 급격히 커졌다. 그의 능력과 잘생긴 외모는 순식간에 회사의 모든 여성 직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늘 그렇듯, 관심은 루머를 낳았다.
어느 날 점심시간, 마케팅팀의 여직원들 사이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지민의 귀에 들어왔다.
"김도진 씨, 사실 무드 그룹 주요 임원 딸이랑 약혼할 거래."
"맞아. 얼마 전에 회장님 비서실에서 선배를 부른 것도, 그 결혼 때문에 자리 마련해주려고 한 거라던데."
"아무래도 능력이 너무 좋으니까, 사장님 측근 딸이랑 결혼해서 고속 승진하려는 거겠지."
지민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입안의 밥이 모래처럼 서걱거리는 것을 느꼈다. 지민은 현실적인 사람이었고, 도진의 '평범하지 않은 배경'에 대한 의문은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루머는 지민의 불안감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퇴근 후, 지민은 도진과의 데이트 자리에서 용기를 내어 루머에 대해 물었다.
"선배... 회사에서 선배가 누구랑 약혼할 거라는 이야기가 돌아요. 무드 그룹 이사님 딸이라고..." 지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었다.
도진은 지민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지민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송지민 씨, 나 봐요." 도진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지민을 향했다. "루머는 루머일 뿐이에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송지민 씨, 당신뿐이에요. 나는 그 누구와도 약혼할 계획이 없고, 내 미래에는 오직 지민 씨만 있어요."
도진은 루머에 대해 설명할 때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단호한 태도와 진심 어린 눈빛은 지민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걱정 마요.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 이유도, 이 모든 걸 감수하는 이유도, 단 하나. 지민 씨 옆에 '김도진'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있고 싶어서예요. 내가 만약 다른 사람과 결혼할 생각이었다면, 지민 씨에게 고백조차 하지 않았을 거예요. 내 진심을 믿어줘요."
도진은 지민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지민은 그의 단단한 품속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 도진 선배가 이렇게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는데. 내가 왜 근거 없는 루머에 흔들려야 해?'
하지만 루머가 사라진 후에도, 지민의 마음속에는 의문의 그림자가 계속 남아 있었다. 왜 하필 도진에게 그런 '고위층과의 결혼' 같은 루머가 도는 걸까? 그의 능력 때문에? 아니면 그의 숨겨진 배경 때문에? 지민은 이 모든 것이 도진의 '비밀'과 연결되어 있다는 직감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불안했지만, 도진의 사랑을 믿기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13화. SNS 속 과거의 그림자
송지민의 마음속에 굳게 닫혀 있던 '의심의 상자'가 뜻밖의 경로로 열리게 되었다. 도진은 자신의 개인 SNS 계정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민은 도진의 친구 목록에 있던 한 유학생 친구의 계정을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도진과 유학 시절을 함께 보냈다고 도진이 말했던 사람이었다.
친구의 SNS는 온통 화려한 파티 사진과 해외여행 사진으로 가득했다. 지민은 무심코 사진들을 넘기다가, 심장이 멎는 듯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그 사진은 1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듯한, 초호화 가면무도회 파티 사진이었다.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 사이에서, 김도진 선배가 말끔한 턱시도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그의 옆에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양 여성과, 유명한 국내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 함께 있었다.
사진의 캡션은 이랬다. '파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김 이사님과 함께. 여전한 포스, 부러워!'
지민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김 이사님?' 김도진 선배는 분명 마케팅팀의 '김도진 대리'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모임 자체가 평범한 직장인은커녕, 어지간한 기업 임원도 접근할 수 없는 '초고급 사교 모임'이라는 것을 지민은 직감할 수 있었다. 사진 속 다른 사람들은 모두 국내외 유명 기업의 상속자들이나 고위직 인사들이었다.
지민은 손이 떨려왔다. 이것은 '친구 찬스'나 '재테크'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도진이 자신에게 말했던 모든 '평범한 과거'는 거대한 거짓말 위에 세워진 허상이었다.
그날 밤, 지민은 도진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저녁에 꼭 할 말이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음 날, 지민은 회사에 출근해서도 내내 불안감에 시달렸다. 점심시간, 도진이 지민을 찾아왔다.
"지민 씨, 무슨 일 있어요? 어제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았더라고." 도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지민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별거 아니에요. 선배, 저녁에 꼭 만나요. 선배한테 보여줄 게 있어요."
퇴근 후, 둘은 조용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지민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화면을 도진에게 보여주었다. 화면 속에는 파리 가면무도회에서 턱시도를 입고 있는 김도진의 사진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선배. 이게 뭐예요? '김 이사'님이라고 적혀 있는데. 선배가 나한테 말했던 '평범한' 유학 시절 친구들과의 만남이 맞나요?" 지민의 목소리는 분노보다는 깊은 슬픔을 담고 있었다.
도진은 사진을 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이 순간이 올 것을 예감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다. 지민의 눈빛은 이미 '배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진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제 모든 것을 고백할 것인가, 아니면 이 상황을 모면할 것인가. 사랑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본능이 그를 다시 한번 거짓말로 이끌었다.
14화. 위기 모면, 그러나 불안
김도진은 지민의 충격적인 추궁에 머리가 하얘졌지만, 순간적으로 냉정을 되찾았다. 여기서 진실을 말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지민 씨, 잠깐 내 말 좀 들어줘요." 도진은 지민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지민은 손을 뿌리쳤다.
"선배, 변명할 시간이 필요하면 제가 드릴게요. 하지만 이 사진을 보고도 선배가 나에게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어요."
도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1년 전에 있었던 일이에요. 사실대로 말할게요. 지민 씨도 알다시피, 나는 유학 생활을 했잖아요. 그때 학비를 벌기 위해 '이벤트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거기서 나한테 '재벌 2세' 같은 역할을 맡긴 적이 있어요."
지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도진을 쳐다봤다. "재벌 2세 역할이요? 턱시도 입고 가면무도회에 가서 '김 이사'님 소리를 들으면서요?"
"네. 그 친구는 나를 보고 장난으로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그 이벤트 회사가 일종의 '대리 참석 서비스'를 하는 곳이었어요.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는 VIP 고객들 대신, 나와 비슷한 외모와 분위기를 가진 사람들을 고용해서 자리를 채우는 일이었죠. 물론 불법은 아니었어요. 나는 그 돈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어요." 도진은 능숙하게 그럴듯한 거짓말을 지어냈다.
"그리고 이사라고 부른 건, 그 이벤트 회사가 나를 고객들에게 소개할 때 사용했던 '가명'이었어요. 혹시라도 내 신분이 노출될까 봐 그렇게 소개했던 거죠. 내가 그걸 숨긴 건, 지민 씨에게 내 과거의 치부가 될 수 있는 아픈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도진은 지민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지민 씨가 나를 '비싼 취미를 가진 능력 있는 선배' 정도로만 봐주길 바랐지, 이런 부끄러운 과거의 아르바이트를 알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내가 지민 씨를 속인 건 아니에요. 다만, 내 전부를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에요. 용서해줘요."
지민은 혼란에 빠졌다. 도진의 설명은 너무나 드라마틱했지만, 동시에 그의 눈빛은 간절했다. '대리 참석 아르바이트...'라는 기가 막힌 변명은 지민의 현실적인 이성을 잠시 마비시켰다.
"선배... 정말이에요? 그게 다예요?"
"정말이에요. 내가 지민 씨에게 거짓말하는 건 딱 하나뿐이에요. 바로 '내가 지민 씨를 너무 사랑한다는 거.' 너무 사랑해서, 내 모든 걸 다 걸었어요." 도진은 다시 한번 지민을 끌어안았다.
도진은 간신히 상황을 모면했지만, 지민의 마음속에는 이미 깊은 의심의 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거짓말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았지만, 도진을 잃고 싶지 않아 스스로 그 설명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이제 그녀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림자가 되었다. 이 위기는 간신히 넘어갔지만, 지민은 도진을 대하는 태도에서 이전과 같은 완전한 믿음을 보여줄 수 없었다.
15화. 도진의 선택, 지민에게 집중
SNS 사진에 대한 추궁을 '과거의 아르바이트'로 겨우 무마시킨 김도진은, 더 이상 거짓말을 지속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송지민의 눈빛에는 불안과 함께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단 한 번의 위기만 더 찾아온다면, 지민은 미련 없이 자신을 떠날 것임을 도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날 밤, 도진은 자신의 방에 앉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방 안에는 평사원의 월급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최고급 가구와 미술품들이 가득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지민에게서 숨기고 있는 거대한 신분이었다.
도진의 핸드폰으로 아버지인 김 회장에게서 긴급 호출이 왔다.
[회장님: 당장 집으로 들어와라. 네가 언제까지 그 장난 같은 평사원 놀이를 할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해서 중요한 발표가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네 마음대로 행동할 여유는 없어.]
도진은 문자를 보자마자 심장이 싸늘하게 식었다. '승계 관련 발표'. 이것은 그가 지민에게 고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지민을 잃을 수 있는 최악의 위기였다. 그는 더 이상 집안의 부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민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그녀의 반응을 보기 전까지는 이 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다.
도진은 아버지에게 단호하게 답장했다. [도진: 죄송합니다, 아버지. 3개월만 시간을 주십시오. 중요한 프로젝트 마무리와 함께, 제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3개월 후에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 전에는 그 어떤 발표도 하지 말아주십시오.]
도진은 자신의 운명을 건 결단을 내렸다. 그는 집안의 부름을 잠시 미루고, 남은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어 지민과의 사랑에 올인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 3개월 안에 지민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그녀가 '회장의 아들'이 아닌 '김도진'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만들고자 했다.
다음 날, 도진은 지민을 만나 진지하게 말했다.
"지민 씨, 나한테는 아직 말 못 한 비밀이 있지만, 앞으로 3개월 동안은 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지민 씨에게만 집중할 거예요. 주말마다 지민 씨가 가고 싶어 했던 곳, 먹고 싶어 했던 음식, 내가 다 해줄게요. 나랑 3개월 동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연애를 해줘요."
도진은 평소보다 더 헌신적이고 다정했다. 그는 지민의 모든 요구에 맞춰주었고, 그녀의 눈빛 하나하나에 사랑을 담았다. 지민은 도진의 갑작스러운 '올인'에 당황했지만, 그의 진심 어린 모습에 마음이 녹았다.
'선배가 왜 이러는 걸까? 뭔가 불안한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지민은 걱정했지만, 도진의 사랑 앞에서 그 걱정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연애는 갑자기 뜨겁고 낭만적인 절정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도진에게는 이 행복한 3개월이 폭풍 전야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 짧은 시간 안에 지민과의 사랑을 영원히 지킬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을 다져야만 했다.
16화. 그룹의 위기, 도진의 활약
김도진이 송지민과의 사랑에 집중하기로 결심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무드 그룹에 대형 위기가 닥쳤다. 그룹의 핵심 사업인 유통 부문에서 대규모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고, 경쟁사의 악의적인 언론 플레이까지 겹쳐 그룹 전체의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룹은 혼란에 빠졌다. 회장 이하 모든 임원진들이 비상 회의를 소집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마케팅팀 역시 그룹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마케팅팀의 평사원 김도진이 이사들도 놀랄 만한 정확한 통찰력과 대안을 제시하며 나섰다.
비상회의에 참석했던 팀장이 돌아와 도진의 아이디어를 보고했다. "김도진 사원이 그룹 위기 극복 방안을 제안했는데, 이게... 말이 안 나와. 유통 시스템의 문제점을 IT 부서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경쟁사의 다음 액션까지 예측했어."
도진이 제시한 대안은 혁신적이었다.
<즉각적인 대국민 사과와 함께 투명한 정보 공개: 문제가 발생한 유통 시스템의 내부 정보와 복구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하여 신뢰를 회복한다.>
보상 마케팅을 통한 이미지 전환: 단순히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대규모 '기부 캠페인'을 연계하여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전환한다.
<경쟁사 역공 전략: 경쟁사가 이용하는 법률적 허점을 정확히 짚어내 법적 대응과 동시에, 감성 마케팅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는다.>
임원진들은 처음에는 평사원의 제안이라 무시하려 했지만, 도진의 논리는 너무나 명확하고 강력했다. 특히 경쟁사의 역공 전략은 그룹의 법무팀장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도진의 대안은 즉각 그룹 전략 회의에 상정되었고, 김 회장은 도진의 보고서를 보자마자 "당장 실행에 옮겨라!"라고 지시했다. 도진의 지침대로 움직인 무드 그룹은 위기 상황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었고,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위기에 강한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회사 전체가 '평사원 김도진'에 대한 이야기로 들끓었다.
"저 사람 도대체 누구야? 마케팅팀 사원이 어떻게 그룹 전체의 시스템을 꿰뚫고 있지?"
"이사들보다 통찰력이 더 뛰어나. 거의 회장님급 시야 아니야?"
"혹시 스파이 아니야? 아니면 회장님의 숨겨진 인재 발굴 프로젝트인가?"
송지민 역시 도진의 활약에 압도당했다. 그녀는 도진이 뛰어난 사람인 것은 알았지만, 그룹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만한 통찰력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도진을 보며 기쁨과 동시에 깊은 불안감을 느꼈다. 이제 도진의 '비밀'이 그의 비범함과 명확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지민은 자신의 남자친구가 더 이상 평범한 직장인이 아님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17화. 회장님의 호출
김도진의 놀라운 활약 덕분에 무드 그룹은 위기를 극복했고, 도진은 회사 전체의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마케팅팀으로 회장님 비서실에서 직접 전화가 걸려왔다.
"마케팅팀 김도진 사원, 김 회장님께서 직접 호출하셨습니다. 지금 바로 비서실로 와주십시오."
팀원들은 모두 술렁거렸다. 평사원이 회장에게 직접 호출을 받는 것은 그룹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팀장은 도진에게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했다.
"김 도진! 자네가 드디어 회장님 눈에 띈 거야! 아마 특별 승진이나 핵심 부서 발령이 있을 것 같네. 우리 팀의 자랑일세!"
송지민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기뻤다. 그녀는 도진이 자신의 능력으로 회장님의 눈에 띄어 고속 승진하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 '선배는 역시 대단해. 내가 알아본 사람이 맞았어.' 지민은 도진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했다.
도진은 지민의 자리로 와서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 말고 기다려요. 금방 갔다 올게요. 회장님이 나한테 무슨 상을 주실지 기대하고 있어요."
지민은 도진에게 속삭였다. "선배, 가서 멋진 모습 보여주고 와요. 내가 여기서 응원하고 있을게요. 우리 선배는 이 세상에서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도진은 지민의 진심 어린 축하에 죄책감을 느꼈다. 지민은 도진의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는 것이라 믿고 있지만, 사실 그 호출은 승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아들'로서 아버지에게 불려가는 것이었고, 평사원 신분을 벗고 이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라는 '명령'과 다름없었다.
도진은 지민의 환한 미소를 뒤로하고 비서실로 향했다.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김 회장은 근엄한 표정으로 도진을 맞이했다. 평소의 냉정한 회장이 아니라, 아들을 꾸짖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네 장난은 여기까지다. 도진아." 회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룹 위기를 막은 네 통찰력은 훌륭했다. 하지만 네 능력을 이런 장난 같은 곳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 이제 네 자리로 돌아와. 내가 약속했던 승계 관련 발표를 진행하겠다."
"아버지." 도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그 자리에 앉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3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문제'라는 게 그 마케팅팀 여직원 때문이냐?" 회장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네가 그 여자와 평범한 연애를 즐기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네가 누군지 잊지 마라. 넌 무드 그룹의 후계자야. 당장 그 여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그룹 경영에 복귀해라. 더 이상 시간 낭비는 안된다."
도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지민을 만나 자신의 모든 것을 고백하고, 지민의 선택을 받기로 이미 결심한 상태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시간을 벌고자 했다. "아버지, 단 이틀만 시간을 주십시오. 이틀 후에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도진은 회장실을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성공적인 승진자가 아닌, 자신의 운명과 싸우는 한 남자의 고뇌로 가득했다. 그는 이틀 후, 지민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이 위대한 거짓말의 막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18화. 충격적인 진실의 순간
도진은 회장과의 만남 후, 이틀 동안 지민에게 가장 완벽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슬픔과 함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듯한 애절함이 서려 있었다.
이틀째 저녁, 도진은 지민을 처음 만났던 회사 앞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지민은 도진이 자신에게 프러포즈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도진은 지민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주문했고,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지민 씨,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요.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아는데도, 늘 나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줘서." 도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선배, 갑자기 왜 그래요? 저도 선배를 사랑해요. 그리고 선배는 절대 부족하지 않아요.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람인걸요." 지민이 도진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도진은 와인잔을 들어 마지막 축배를 들었다. "우리 사랑을 위해서."
와인 한 모금을 마신 후, 도진은 테이블 위에 놓인 지민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는 지민의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았고,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진심과 죄책감을 그 눈빛에 담았다.
"지민 씨. 내가... 지민 씨한테 꼭 해줘야 할 말이 있어요. 내가 계속 숨겨왔던, 나만의 가장 큰 비밀이요."
지민은 숨을 멈췄다. 그녀는 도진이 드디어 자신의 재력이나 과거의 사연 같은 것을 고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는 선배가 어떤 사람이든 다 이해할 수 있어요. 말해줘요, 선배." 지민이 용기를 주었다.
도진은 한참을 망설이다, 아주 나지막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 문장을 뱉어냈다.
"사실 나... 무드 그룹 회장님의 외아들이에요."
지민은 도진의 말을 듣고도 잠시 동안 아무런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회장님의 아들.' 그 문장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여러 번 반복되었다. 그녀는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이 남자가 나한테 지금 무슨 농담을 하는 거지? 너무 긴장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가?'
"선배, 지금... 농담이죠? 회장님 아들이 마케팅팀에 평사원으로 왜..." 지민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도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농담 아니에요. 김 회장님이 내 아버지세요. 나는 그룹의 후계자 수업을 거부하고, 내 진짜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서 신분을 숨기고 평사원으로 입사했어요. 모든 걸 처음부터 배우고 싶어서."
도진은 자신의 지갑에서 평소 지니고 다니던 사원증 대신, 그룹 후계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지민은 그 신분증에 박힌 도진의 사진과 '무드 그룹 전략 이사 대행'이라는 직책을 보고서야, 이 모든 것이 충격적인 '진실'임을 깨달았다.
지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손을 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배... 선배는 나한테...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군요. 이 모든 게 다... 쇼였어요? 평범한 여자와의 연애 놀이였나요?" 지민의 눈에는 이미 거대한 배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가장 현실적이고 소중한 삶이, 도진의 거대한 비밀 앞에서 산산조각 나는 기분이었다.
19화. 혼란과 배신감
김도진의 충격적인 고백은 송지민의 세상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녀는 레스토랑을 뛰쳐나왔고, 도진이 뒤따라왔지만 그녀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지민 씨!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요! 거짓말 아니에요. 나는 진심으로 지민 씨를 사랑해요!" 도진이 애타게 외쳤다.
지민은 택시를 잡아탔고, 도진은 그녀를 따라잡지 못했다. 택시 안에서 지민은 자신이 겪은 모든 순간들을 되감기 했다. 도진의 지나치게 비싼 취미, 친구 찬스로 들어갔던 고급 레스토랑, 회장님과의 미묘한 눈빛 교환, 그리고 초호화 사교 모임 사진...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도진의 '거짓말'이 얼마나 철저하고 치밀했는지 깨달았다.
지민은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그녀에게는 '무드 그룹 회장의 아들'이라는 도진의 배경은 자신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그녀가 추구했던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은, 도진의 비밀 앞에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다음 날, 지민은 회사에 병가를 내고 도진과의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도진의 전화, 문자, 회사 메신저까지 모두 차단했다.
집에서 홀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지민은 눈물을 쏟아냈다. '나는 바보였어. 그가 완벽할수록 더 의심했어야 했는데. 그는 나를 속인 거야. 나라는 평범한 여자의 삶을 가지고 장난친 거야. 나쁜 사람...'
며칠 후, 도진은 지민의 집 앞을 찾아왔다. 초인종을 몇 번이나 눌렀지만, 지민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도진은 현관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지민 씨! 제발 문 좀 열어줘요!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비겁하게 숨긴 건 맞아요. 하지만 지민 씨를 사랑한 내 마음은 단 한 순간도 거짓이 아니었어요!"
지민은 문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싶었지만, 문을 여는 순간 다시 그 '거짓된 현실'로 돌아갈 것 같아 두려웠다.
"선배! 돌아가세요!" 지민이 소리쳤다. "선배의 삶은 나랑 달라요! 나는 선배의 거대한 배경 앞에서 너무 작고 보잘것없어요! 나는 그냥 평범한 회사원 송지민이에요. 선배의 로맨스 소설 속 여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요!"
지민은 절망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자신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세계의 사람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현실적인 삶과 동떨어진 도진의 배경에 좌절하며 그를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도진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그녀의 평범한 삶을 파괴할까 두려웠다.
도진은 문 앞에서 밤새도록 기다렸지만, 지민은 결국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거대한 비밀이 결국 사랑하는 여자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돌아섰다.
20화. 도진의 간절한 설득
송지민은 잠적한 채 도진과의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도진은 매일 지민의 집 앞을 찾아갔지만,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사에도 나오지 않았다.
도진은 절망했다. 그는 그룹 후계자로서의 신분을 내려놓고, 그저 '김도진'이라는 한 남자로서 그녀에게 다가서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미 그를 '거짓말쟁이'로 규정하고 있었다.
도진은 지민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연락하여 지민이 자주 가던 장소들을 알아냈다. 그리고 며칠간의 수소문 끝에, 지민이 회사 근처의 한적한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도진은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그녀가 있는 카페로 향했다. 카페 구석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지민의 뒷모습을 본 순간, 도진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도진은 지민의 앞에 앉았다. 지민은 도진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도진이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았다.
"지민 씨, 5분만. 딱 5분만 내 이야기를 들어줘요. 그리고 그 후에 떠나고 싶으면, 내가 더 이상 지민 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 약속해요." 도진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지민은 떨리는 눈빛으로 도진을 바라보다가,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왜 신분을 숨겼는지 알아요? 나는 내 '배경' 때문에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에 지쳤어요. 내 능력이나 나라는 인간을 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아버지의 그늘 아래에서 나는 항상 '회장님의 아들'일 뿐이었죠." 도진은 천천히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나는 지민 씨가... 내가 아닌 '김도진'을 처음으로 봐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에게 야식을 사주는 평범한 선배, 힘든 일을 같이 해내는 동료, 그리고 평범한 남자친구를 원했어요. 그래서 비겁하게 숨겼어요. 내가 회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지민 씨의 현실을 망가뜨릴까 봐 두려웠어요."
도진은 테이블 위로 몸을 숙여 지민에게 간절하게 말했다.
"지민 씨, 내가 어떤 배경을 가졌든, 나는 지민 씨를 사랑해요. 내 신분 때문에 내가 했던 거짓말, 그 모든 것을 사과할게요. 하지만 나를 '회장의 아들'로 규정하지 말아줘요. 나에게는 그 신분이 짐이고, 지민 씨 옆에 있는 것이 내게는 현실이에요."
"나는 선배를 사랑해요." 지민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하지만 선배의 세계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에요. 선배의 아버지는 그룹의 후계자를 원하실 거예요. 나는 선배의 미래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선배를 떠나는 게... 선배의 현실적인 삶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에요."
도진은 눈을 감았다. 그는 지민이 자신을 향한 '사랑' 대신 '현실'을 택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나는 절대 포기 안 해요. 내가 그룹의 후계자 자리도, 아버지의 재산도 다 포기할 수 있어요. 나는 오직 지민 씨의 남자친구, 김도진으로 살고 싶어요. 지민 씨를 되찾을 때까지,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도진은 지민을 향한 사랑을 재확인하며, 이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할 것을 다짐했다. 지민은 그의 간절한 설득에 흔들렸지만,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았다.
21화. 회장의 개입
김도진이 그룹 경영 복귀를 거부하고 송지민에게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회장은 분노했다. 회장은 아들의 '평범한 연애'가 자신의 평생 역작인 무드 그룹의 승계 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결국, 김 회장은 도진 몰래 송지민을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며칠 후, 지민은 회사 근처의 고급스러운 한정식 집에서 회장 비서실의 연락을 받고 나갔다. 그 자리에는 그룹의 총수인 김 회장이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지민은 충격과 두려움에 온몸이 굳어버렸다.
"송지민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김도진의 아버지입니다." 회장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강철 같은 냉정함이 담겨 있었다.
"회장님...안녕하십니까." 지민은 겨우 인사했다.
회장은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다. "내 아들은 곧 그룹의 후계자가 될 사람입니다. 당신도 이미 알고 있겠죠. 내 아들은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는 다른 곳에 살아야 할 운명입니다. 그의 삶은 국가 경제와 수많은 직원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지민이 고개를 숙였다.
"당신이 내 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내 아들이 자신의 운명과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회장의 눈빛은 지민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우리 도진이를 포기해 주십시오. 당신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다시 본인의 자리로 돌아오도록 도와주십시오. 당신이 떠나야만, 도진이가 냉정하게 현실을 볼 것입니다."
회장은 지민의 앞에 수표 한 장을 조용히 밀어 놓았다. "이건 당신의 현실적인 삶을 위한 보상입니다. 이 정도면 당신의 평생 걱정은 덜 수 있을 겁니다."
지민은 수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회장을 직시했다.
"회장님, 저는 회장님의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회장님의 돈이나 배경을 바란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회장님 아들인 김도진 씨는 그런 돈으로 제가 흔들릴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민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
지민은 수표를 받지 않고 다시 회장 쪽으로 밀었다. "하지만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김도진 씨의 앞길을 막고 싶지 않습니다. 김도진 씨는 그룹의 미래를 이끌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분께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미 김도진 씨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시는 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회장님께 이 사실을 전해드립니다."
회장은 지민의 단호한 태도와 돈을 거절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곧 냉정한 표정을 되찾았다. "좋은 선택입니다. 송지민 씨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지민은 레스토랑을 나왔다. 그녀는 도진을 사랑했지만, 그의 거대한 운명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떠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도진에게 마지막 이별을 통보할 준비를 했다.
22화. 이별 통보
김 회장과의 만남 후, 송지민은 자신이 내려야 할 현실적인 결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녀는 도진과의 사랑을 지키고 싶었지만, 도진이 그룹의 후계자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과 능력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미래를 가로막는 여자가 될 수 없었다.
지민은 도진에게 딱 한 번만 만나달라고 연락했다. 도진은 지민이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열어준 것이라 생각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강변의 한적한 벤치에 앉아, 지민은 도진에게 차분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선배. 우리... 헤어져요." 지민의 목소리는 너무나 잔잔해서, 그 안에 담긴 슬픔이 더욱 깊게 느껴졌다.
도진은 충격에 휩싸였다. "지민 씨,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내가 회장 아들인 걸 숨긴게 아직도 용서가 안되나요?..."
"아니요. 선배의 배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제가 선배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아서예요." 지민은 눈물을 참으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선배는 그룹을 이끌 능력이 있어요. 제가 그걸 봤어요. 평범한 저와의 연애 때문에 선배가 그 능력을 썩히는 건, 그룹에게도, 선배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에요."
"나는 그 자리가 중요하지 않아요! 나는 지민 씨만 있으면 돼요!" 도진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아버지한테도 포기하겠다고 했어요! 나는 평사원 김도진으로, 지민 씨 옆에서 평범하게 살 수 있어요!"
"그게 평범한 삶일까요?" 지민은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선배는 평범한 척하지만, 선배의 존재 자체가 이미 평범하지 않아요. 선배가 모든 것을 잃고 나에게 온다고 해도, 선배는 계속 그 그룹의 그늘에서 살게 될 거예요. 그리고 저는 선배의 희생을 보며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거예요. 나는 선배를 너무 사랑해서, 선배가 가장 빛날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민은 도진의 손을 잡고 눈물로 젖은 눈으로 말했다. "이게 내가 선배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에요. 나를 잊고, 선배의 자리로 돌아가요. 행복해야 해요."
지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진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도진은 절규하며 지민의 팔을 붙잡았다.
"안 돼요! 나는 절대 못 받아들여요! 내가 왜 지민 씨를 위해 포기해야 하죠? 나는 내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겠다고 했는데! 내가 지민 씨를 찾아다닌 그 모든 시간이 장난이었나요?"
"장난이 아니니까... 그래서 더 보내줘야 하는 거예요." 지민은 도진의 손을 냉정하게 뿌리치고 달아났다.
도진은 벤치에 주저앉아 무너졌다. 그는 지민이 자신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이별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하지만 도진은 절대 이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는 지민의 '현실적인 사랑'을 꺾고, '진정한 사랑'을 증명해 보이기로 결심했다. 그의 다음 행동은 그룹 전체를 뒤흔들 만큼 충격적인 것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23화. 도진의 반항, 신분 포기 선언
송지민의 눈물 섞인 이별 통보를 들은 김도진은 아버지인 김 회장에게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심했다. 그의 모든 행동은 오직 지민에게 자신의 진심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도진은 다음 날 아침, 회장실로 아버지를 찾아갔다. 회장은 아들이 드디어 현실을 받아들이고 돌아왔다고 생각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정신 차린 거냐? 역시 넌 내 아들이야. 오늘 오후에 공식적인 승계 발표를 진행하겠다." 회장이 말했다.
도진은 회장의 책상 앞에서 단호하게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 저는... 회장직 승계를 포기하겠습니다."
회장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잠시 침묵했다. "뭐라고?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도진아."
"저는 무드 그룹의 후계자가 되지 않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평범한 여자 송지민의 남자친구, 김도진으로 사는 것입니다. 저에게 그룹의 미래보다, 그녀와의 사랑이 더 중요합니다."
회장의 얼굴은 순식간에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는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겨우 계집애 하나 때문에 네가 평생 짊어져야 할 그룹의 운명을 포기하겠다고? 네가 지금 제정신이냐!"
"제가 비겁하게 신분을 숨기고 평사원 놀이를 했던 건, 그룹을 이해하고 제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하지만 그 능력이 저를 송지민에게서 멀어지게 한다면, 저는 그 능력을 버리겠습니다. 저의 가장 큰 능력은 송지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회장은 더 이상 말을 섞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냉정했다.
"좋다. 네 뜻대로 해라. 그룹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는 순간, 너는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다.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당장 해임시키겠다. 너의 모든 계좌와 재산도 동결될 것이다. 그룹과 관련된 모든 인맥과 영향력도 끊길 것이다. 너는 이제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김도진'이 될 것이다. 네가 그토록 원했던 송지민 옆의 평범한 남자 말이다."
도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제가 원했던 것입니다."
그날 오후, 그룹 전체에는 '김도진 사원이 일신상의 이유로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었다'는 충격적인 공지가 내려졌다. 평사원으로서 그룹 위기를 구한 영웅이었기에, 이 소식은 회사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도진은 지민의 집 앞으로 다시 찾아갔다. 그는 더 이상 고급 세단이 아닌, 택시를 타고 왔다. 그의 손에는 작은 배낭 하나뿐이었다.
"지민 씨, 나 이제 정말 아무것도 없는 김도진이에요. 아버지한테 승계 포기하고, 모든 직책에서 해임당하고, 재산도 다 잃었어요. 나는 이제 지민 씨의 현실적인 삶을 방해할 그 어떤 거대한 배경도 없어요. 나, 정말 평범한 남자가 되었어요."
도진의 진심 어린 모습은 지민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지만, 그의 미래를 위해 밀어냈었다. 하지만 도진은 그 미래를 버리고 자신의 옆에 서려는 진심을 보여주었다. 지민은 눈물을 쏟으며 마침내 현관문을 열었다.
24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시작
송지민은 현관문 앞에 서 있는 김도진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며칠 전까지 그룹의 후계자였던 남자가, 이제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모든 것을 잃은 채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불안함이 있었지만, 지민을 향한 사랑만은 변함없이 깊고 진실했다.
"선배... 이게 무슨 일이에요. 정말 모든 걸... 포기했어요?" 지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응. 지민 씨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했을 때 깨달았어요. 내 가장 큰 가치는 무드 그룹의 후계자라는 신분이 아니라, 지민 씨 옆에 있는 '남자친구 김도진'이라는 거. 내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도,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지민 씨뿐이라는 걸 알았어요."
지민은 도진을 끌어안았다. 이별의 고통과 재회의 기쁨이 뒤섞여 그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그녀는 이제 도진의 진심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버린 사람이었다.
"선배, 나는 선배가 그렇게 될 때까지 몰랐어요. 선배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내가 선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두 사람은 그날 밤,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도진은 자신의 평사원 생활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음을 설명했다. 그는 진심으로 그룹 경영을 위해 밑바닥부터 배우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지민이라는 소중한 사랑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선배? 당장 살 집도, 일할 곳도 없잖아요." 지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도진은 환하게 웃었다. "나, 이제 '평범한 김도진'으로 살아야 하니까. 지민 씨가 사는 이 현실에서, 내 힘으로 다시 시작할 거예요. 내 능력은 배경에서 나온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나온 거라는 걸 증명해 보일 거예요."
도진은 잠시 지민의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도진은 믹스커피를 마시며 신문 구인란을 뒤적이는 '가장 평범한 남자'가 되었다.
지민은 그런 도진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이제야 비로소 그들이 진정한 '현실적인 연인'이 된 것 같았다. 그들의 연애는 더 이상 비밀도, 거대한 배경도 없는, 가장 순수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도진은 지민에게 프러포즈했다. "나는 돈도 배경도 없는 남자지만, 지민 씨를 사랑하는 마음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해요. 우리, 이대로 평범하게 다시 시작해요." 지민은 눈물과 미소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25화. 도진의 홀로서기
김도진은 무드 그룹 후계자라는 신분을 벗고,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모든 지원이 끊긴 뒤, 오직 자신의 능력과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했다.
"지민 씨, 나 사업 시작할 거예요." 도진이 말했다.
"사업이요? 무슨 사업이요? 지금 당장 투자금도 없을 텐데요." 지민이 걱정했다.
"내가 K프로젝트 때 제시했던 아이디어 기억나요? '레트로 감성과 가치 소비의 결합'. 나는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소규모 생산자 맞춤형 마케팅 플랫폼'을 만들 거예요. 대기업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소규모 생산자들을 위한 플랫폼이죠."
도진은 그룹의 위기를 구했던 그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보로 중소기업 정책 자금을 지원받고, 지민의 집 근처에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지민은 도진의 헌신적인 조력자가 되었다. 그녀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도진의 초기 사업을 도왔다.
"선배, 플랫폼 이름은 '무드'라는 이름을 쓰는 게 어때요? 선배가 가장 잘 아는 건 '무드'니까." 지민이 아이디어를 냈다.
도진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무드 프로젝트'라고 합시다. 지민 씨의 아이디어는 언제나 최고예요."
지민은 도진의 사업 계획서를 수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자신의 뛰어난 업무 능력을 모두 쏟아부었다. 도진은 회장 아들로서의 화려한 배경 대신, 라면을 먹으며 밤새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열정적인 스타트업 대표'가 되었다.
그들의 일상은 평범했지만, 그 안에는 끈끈한 사랑과 동료애가 가득했다. 새벽까지 함께 일하고, 지친 도진을 위해 지민이 끓여주는 김치찌개가 그들의 소박한 행복이었다.
"선배, 이렇게 모든 걸 잃고 다시 시작하는 거, 후회 안 해요?" 지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진은 지민의 손을 잡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후회라뇨? 예전에는 아버지가 만들어준 길을 걷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내가 내 길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이 길의 끝에는 지민 씨가 함께해 줄 거잖아요. 나는 지금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요."
도진의 눈빛은 자신감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민은 도진이 아무것도 없을 때도, 그 자신이 얼마나 빛나는 사람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도진 옆에서 헌신적으로 그를 돕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현실적인 사랑'이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이제 진정한 의미에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26화. 성공적인 도진의 독립
김도진의 '무드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대기업의 대량 생산 마케팅에 지쳐있던 소비자들은, 소규모 생산자들의 진정성 있는 제품과 그들의 '이야기'를 마케팅하는 도진의 플랫폼에 열광했다.
특히, 송지민이 기획한 '오늘의 무드: 생산자의 하루' 캠페인은 지민의 뛰어난 마케팅 능력과 결합하여 빠르게 성공 궤도에 올랐다.
"선배, 지표가 말도 안 되게 올라가고 있어요! 한 달 만에 플랫폼 등록 생산자가 200곳을 넘었어요." 지민이 흥분해서 말했다.
"지민 씨의 마케팅 전략 덕분이에요. 지민 씨는 정말 타고난 전략가예요. 나는 지민 씨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요." 도진이 진심으로 말했다.
도진은 경영자로서의 뛰어난 통찰력과 리더십을 발휘했고, 지민은 실무 마케팅의 귀재로서 그의 곁을 든든하게 지켰다. 두 사람의 시너지는 완벽했다. 도진의 사업은 불과 6개월 만에 업계의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했고, 투자 제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은 무드 그룹의 김 회장의 귀에도 들어갔다. 회장은 아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시작한 사업이 이렇게 빠르게 성공 궤도에 올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회장은 비서실을 통해 도진의 사업을 조용히 관찰했다. 도진이 제시한 비전과 플랫폼의 혁신성은 그룹의 미래 사업 방향과도 일치했다. 회장은 아들의 능력과 뚝심이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정말 도진이가 혼자 한 일인가?" 회장이 비서에게 물었다.
"회장님, 송지민 사원의 마케팅 기획력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분은 단순히 연인 관계를 넘어, 사업 파트너로서 최고의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비서가 보고했다.
회장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자신이 돈과 권력으로 막으려 했던 아들의 사랑이, 오히려 아들에게 성공의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되었다. 그는 도진이 자신의 배경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음에 감탄했다. 그리고 송지민이라는 여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깨달았다.
도진은 독립적인 성공을 통해 아버지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이제 회장은 도진을 단순한 '후계자'가 아닌, '진정한 사업가'로 보기 시작했다. 이 성공은 두 사람의 사랑이 현실적인 벽을 넘어설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27화. 아버지의 인정과 화해
김도진의 '무드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독립 법인으로 자리매김하자, 김 회장은 더 이상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할 명분을 잃었다. 회장은 아들의 능력과 지민의 진심을 직접 확인하고, 마침내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김 회장이 도진과 지민의 작은 사무실로 예고 없이 찾아왔다. 믹스커피와 싸구려 의자들로 가득한 사무실 분위기는 회장의 근엄한 이미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아버지!" 도진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지민은 긴장하여 고개를 숙였다.
회장은 도진의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창업 초기의 열정이 가득한 두 사람의 눈빛을 보았다.
"도진아. 네가 이룬 이 성과, 대단하다. 네 능력을 증명하고 싶다더니, 네 말대로 나에게 증명해 보이는구나." 회장의 목소리에는 인정과 함께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도진이 말했다.
회장은 지민을 돌아보았다. "송지민 씨. 지난번에 내가 했던 냉정한 말, 사과하겠습니다. 내 아들의 능력을 믿지 못했고, 당신의 진심을 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내 아들에게 '배경'이 아닌 '현실'을 만들어 준 사람입니다."
지민은 감격하여 눈물을 글썽였다. "아닙니다, 회장님. 저는 그저 도진 씨를 사랑했을 뿐입니다."
"내 아들이 모든 것을 잃고도 당신에게 돌아가겠다고 했을 때, 나는 절망했지만, 이제야 알겠습니다. 당신이 내 아들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것을. 당신의 마케팅 능력도 훌륭합니다."
회장은 도진에게 말했다. "네가 원했던 독립과 성공을 축하한다. 이제 내 아들로서, 그리고 '사업가 김도진'으로서 너에게 제안할 것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도진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가 만든 '무드 프로젝트'를 무드 그룹의 혁신적인 독립 법인으로 편입시켜라. 너는 그 법인의 대표로서 그룹 경영에 복귀해라. 너는 이제 후계자가 아닌, 그룹의 혁신을 이끌 리더로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송지민 씨도 도진이 옆에서 그 혁신을 함께 이끌어주기를 바랍니다."
도진은 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은 눈물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도진을 밀어낼 이유가 없었다. 도진은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증명했고, 그의 아버지는 그들의 사랑과 능력을 모두 인정했다.
"아버지. 제안 감사합니다. 저희 둘이 함께 하겠습니다." 도진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가장 높고 단단했던 현실의 벽, 김 회장이 마침내 무너졌다. 두 사람은 사랑으로 이룩한 성공을 바탕으로, 그룹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28화. 프러포즈
아버지의 인정과 그룹 복귀 제안으로 모든 현실적인 장애물이 사라졌다. 김도진은 이제 가장 행복하고 평범한 순간, 송지민에게 정식으로 프러포즈하기로 결심했다.
도진은 화려한 이벤트나 고급 레스토랑 대신, 지민과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선택했다. 바로 그들이 밤늦게 야근을 하며 함께 만두와 커피를 마셨던, 텅 빈 회사 마케팅팀 사무실이었다.
어느 금요일 저녁, 도진은 퇴근을 준비하는 지민에게 말했다. "지민 씨, 우리 오랜만에 회사에서 야식이나 먹을까요? 만두랑 바닐라 라떼?"
지민은 도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선배."
사무실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도진은 따뜻한 만두와 바닐라 라떼를 지민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지민 씨, 여기 앉아 봐요. 우리 처음 만났던 날처럼."
지민이 자리에 앉자, 도진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손에는 명품 브랜드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닌, 도진이 직접 디자인한, 'DJ ♡ JM' 이니셜이 새겨진 심플한 반지가 들려 있었다.
"송지민 씨." 도진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세상의 어떤 확신보다 단단했다.
"내가 처음 지민 씨한테 고백했을 때, 나는 모든 걸 숨기고 있었어요. 회장님 아들이라는 거대한 신분 때문에, 지민 씨를 속여야 했죠. 하지만 지민 씨가 나를 떠났을 때, 나는 깨달았어요. 내 모든 신분을 버려도, 지민 씨만은 놓칠 수 없다는 걸."
"나는 이제 회장 아들로서의 화려한 배경 대신, 지민 씨와 함께 시작한 '무드 프로젝트'의 대표라는 직함을 가져왔어요. 지민 씨와 함께 이룬 가장 현실적이고 소중한 결과물이죠."
도진은 반지를 들고 지민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지민 씨를 속일 필요도, 지민 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요. 나는 지민 씨 옆에서 가장 평범하고,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되고 싶어요. 나를 당신의 남편으로 받아줄래요? 우리, 사랑이 현실을 이긴 가장 로맨틱한 부부가 되어봐요."
지민은 벅차오르는 감동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도진이 화려한 프러포즈 대신, 가장 평범하고 의미 있는 장소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이 반지는 단순히 결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함께 이뤄낸 '현실'과 '사랑'의 증표였다.
지민은 눈물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배. 아니, 도진 씨. 나랑 결혼해 줘서 고마워요."
도진은 지민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반지는 그녀의 손가락에 완벽하게 맞았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깊은 키스를 나누었다. 텅 빈 사무실, 차가운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그들의 가장 '현실적인' 로맨스는 가장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다.
29화. 결혼 준비와 미래 구상
프러포즈 후, 김도진과 송지민은 행복한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두 사람의 결혼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그룹 차원의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결혼식은 소박하게 하고 싶어요, 선배. 우리가 처음 만났던 것처럼, 평범한 결혼식이 좋아요." 지민이 도진에게 말했다.
"좋아요, 지민 씨. 우리의 시작은 평범했지만, 우리의 미래는 가장 빛날 거예요. 내가 모든 걸 맞춰줄게요." 도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결혼 준비와 함께, 두 사람은 김 회장의 제안에 따라 도진의 신규 사업인 '무드 프로젝트'의 그룹 편입을 논의했다.
"아버지께서는 '무드 프로젝트'를 그룹 내 혁신적인 독립 법인으로 편입시키고 싶어 하세요. 나에게 그 법인의 경영을 맡기시고요." 도진이 지민에게 말했다.
지민은 신중하게 생각했다. "좋아요. 도진 씨는 그 자리에 앉아야 마땅해요. 도진 씨의 능력을 썩히면 안 되죠. 하지만 저는... 그룹 본사 마케팅팀으로 복귀하기보다, '무드 프로젝트' 법인에서 도진 씨를 돕고 싶어요. 제가 이 사업의 마케팅을 가장 잘 아니까요."
도진은 지민의 현명한 선택에 감탄했다. "역시 지민 씨는 나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예요."
두 사람은 '무드 프로젝트' 독립 법인의 청사진을 함께 그렸다. 도진은 법인의 대표로서 그룹 경영에 복귀하되, 그룹의 고착화된 조직 문화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적인 경영을 이끌기로 했다. 지민은 독립 법인의 마케팅 전략가로서 도진의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 계획은 김 회장에게도 큰 만족을 주었다. 회장은 아들이 단순한 후계자가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이룩한 독립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그룹에 복귀한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었다.
결혼식은 두 사람의 뜻대로 조촐하고 따뜻하게 진행되었다. 하객들은 두 사람의 가족들과 무드 그룹의 고위 임원들, 마케팅팀 동료들, 그리고 '무드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을 이룬 소규모 생산자들이었다. 가장 평범한 공간에서, 가장 특별한 사랑을 이룬 두 사람의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지민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도진의 옆에 서서, 자신이 이룩한 현실적인 행복에 감사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도진의 배경에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들의 사랑은 이미 모든 배경을 넘어섰고, 그들 스스로 새로운 배경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결혼을 통해, 사랑과 사업 모두에서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미래를 구상했다.
30화. 에필로그: 우리의 가장 '현실적인' 로맨스
결혼 후 3년.
김도진은 무드 그룹의 차기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의 취임은 단순한 후계자 승계가 아닌, '혁신의 아이콘'으로서의 등장이었다. 그가 이끌었던 '무드 프로젝트' 독립 법인은 그룹 전체의 경영 혁신 모델이 되었고, 도진은 그룹의 고착된 문화를 젊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언제나 송지민이 있었다.
송지민은 '무드 프로젝트' 독립 법인에서 성공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본사의 핵심 마케팅 전략가로 성장했다. 그녀는 그룹의 전반적인 브랜드 전략과 대외 이미지를 책임지는 '회장님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김 회장님, 오늘 아침 회의 자료에 대해 송 이사님과 다시 한번 논의하시겠습니까?" 비서가 도진에게 물었다.
도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송 이사는 오늘 오전 10시에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어요. 오늘은 내가 송 이사에게 커피를 가져다줄게요."
도진은 회장실을 나와 마케팅 전략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프로페셔널해진 송지민 이사가 앉아 있었다.
"송 이사님, 바닐라 라떼 배달 왔습니다." 도진이 웃으며 커피를 건넸다.
지민은 도진을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김 회장님, 감사드립니다. 회장님께 바닐라 라떼를 받을 수 있는 이사라니, 제가 제일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것 같아요."
"아뇨. 내가 제일 성공한 남자죠. 송지민이라는 최고의 전략가이자, 가장 사랑스러운 아내를 얻었으니까." 도진은 지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의 삶은 더 이상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국 재계를 움직이는 젊은 리더와 핵심 전략가가 되었지만, 그들의 일상 속 사랑은 처음처럼 변함없이 '현실적'이고 '따뜻'했다.
주말 저녁, 도진과 지민은 고급 레스토랑 대신, 지민이 살던 아파트 근처 포장마차로 향했다.
"회장님이 포장마차에서 우동을 먹어도 되나요?" 지민이 농담처럼 말했다.
"상관없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편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랑 우동 먹는 건, 가장 현실적인 로맨스니까."
두 사람은 뜨끈한 우동을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나누었다. 신분과 배경이 아닌, '사랑'과 '능력'으로 함께 만들어낸 그들의 행복한 일상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김도진은 송지민이라는 자신의 '현실'을 찾았고, 송지민은 김도진이라는 자신의 '운명'을 쟁취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로맨틱하고 현실적인 동화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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