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썸 타는 하우스>
1화. 뜻밖의 하우스 셰어링, 그리고 세 가지 조건
고민서(28세)는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었다. ‘지망생’이라는 말이 붙는 직업이 대개 그렇듯, 그녀의 통장 잔고는 언제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특히나 서울의 비싼 월세와 보증금은 창작의욕은커녕 생존 의지마저 꺾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녀는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인터넷 부동산 게시판을 뒤지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광고 하나를 마주쳤다. ‘보증금 無, 월세 초저가! 깔끔한 하우스 셰어링 입주자 모집.’ 위치는 서울 변두리였지만, 이 조건은 민서에게는 신의 계시나 다름없었다.
“설마 사기는 아니겠지?” 민서는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곧바로 짧고 간결한 답장이 도착했다. ‘내일 오후 3시, OOO동 주소로 오세요. 간단한 면접이 있습니다.’ 면접? 하우스 셰어링에 웬 면접? 민서는 의아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속 장소를 찾아갔다. 주택가 안쪽에 자리 잡은 2층집은 외관부터 평범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집 앞에 서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설렘과 불안감이 뒤섞인 채 초인종을 눌렀다.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민서는 숨을 멈췄다. 문을 연 남자는… 현실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림을 찢고 나온 듯한, 잘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한 미남이었다. 마치 잘 조각된 석고상에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남자는 자신을 ‘김범준’(30세),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소개했다. 키가 크고,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를 짓는 그는 민서가 상상했던 집주인, 혹은 룸메이트의 범주를 한참 벗어난 사람이었다. 민서는 잠시 멍하니 그를 올려다봤다. ‘이 정도 외모의 남자가 왜 이런 저렴한 조건으로 룸메이트를 구할까?’ 의문이 들었지만, 월세의 유혹은 너무 강했다.
범준은 민서를 거실로 안내했다. 거실은 깔끔하고, 모던하며, 감각적인 소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범준의 디자인 센스가 엿보였다. 민서는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고, 범준은 맞은편에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입주자를 구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에 부합하면 바로 계약할 수 있습니다.” 민서는 침을 꿀꺽 삼키며 집중했다.
“첫째, 집을 깨끗하게 쓰는 사람. 저는 작업 특성상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주변이 지저분하면 집중이 안 됩니다. 청결은 필수입니다.” 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제가 좀 깔끔한 편입니다.”
“둘째, 밤늦게 시끄럽게 하지 않는 사람.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라고 하셨죠? 저는 밤에 주로 디자인 작업을 합니다. 늦은 시간, 예를 들어 자정 이후에는 소음 발생을 최소화해 주셔야 합니다.” 민서는 작게 메모하듯 읊조렸다. “네, 저도 주로 글 쓰는 작업이라 조용합니다. 오히려 제가 조용해야 할 것 같아요.”
범준은 두 번째 조건까지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세 번째 조건을 말하기 전 잠시 민서를 깊숙이 응시했다. 그의 시선이 민서의 반짝이는 눈과 밝고 귀여운 미소에 머물렀다. 사실 민서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범준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한 계산을 멈춘 상태였다. ‘와, 예쁘다. 정말 예쁘다.’라는 단순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 그의 세 번째 조건은 사적인 감정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범준은 목소리를 약간 낮추고 미소를 지었다.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
민서는 순간 당황했다. 이건 대체 무슨 조건이지? ‘외모를 본다는 건가? 아니면 성격을 본다는 건가?’ 헷갈렸지만, 범준의 시선이 워낙 부드럽고 다정했기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민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 그럼 제가… 김범준 씨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범준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 그의 눈빛은 이미 대답을 하고 있었다. “네. 솔직히 말하면, 고 작가님은 첫인상이 아주 좋습니다. 제가 찾던 분 같아요. 일단 세 가지 조건 모두 통과입니다.”
민서는 얼떨떨했지만, 눈앞의 미남과 파격적인 월세 조건이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 언제부터 입주할 수 있나요?” 민서는 기쁨에 가득 차 몸을 앞으로 살짝 숙였다. 범준은 그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사랑스러운 생명체 같다.’
“계약서 작성하시고, 바로 다음 주부터 입주 가능합니다.”
그렇게 민서는 꿈에 그리던 저렴한 보금자리를 얻게 되었다. 다만, 그 보금자리가 이토록 매력적인 남자와의 동거 로맨스를 예고하는 무대일 줄은, 그 순간의 민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계약서를 들고 집을 나서면서 민서는 생각했다. ‘집주인 분이 너무 잘생겨서 눈이 호강하겠네. 조용히 내 방에만 박혀서 글이나 써야지.’ 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앞으로 범준과 함께 보낼 하루하루로 인해 산산이 부서질 운명이었다. 범준은 이미 그녀에게 완전히 매료된 상태였다.
2화. 어색한 첫날밤, 미묘한 생활의 시작
일주일 후, 민서는 작은 이삿짐을 끌고 범준의 집에 입성했다. 짐이래 봐야 노트북과 책, 그리고 옷가지 몇 벌이 전부였다. 그녀의 방은 2층의 작은 방이었고, 짐 정리 후 범준이 안내해 준 공용 공간은 1층의 거실, 주방, 그리고 공용 화장실이었다. 2층에는 민서의 방 외에 범준의 작업실과 안방이 있었다.
“화장실은 1층 공용 화장실과 제 안방에 딸린 화장실이 있는데, 1층 화장실을 사용해 주시면 됩니다. 제가 씻을 때 말고는 거의 2층에서 지내니까 동선은 크게 겹치지 않을 거예요.” 범준은 친절하게 집안을 안내해주었다. 민서는 범준의 매너와 다정한 말투에 설렘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남자와의 동거에 긴장했다.
짐 정리를 마친 저녁 7시. 민서는 허기가 져서 1층 주방으로 내려왔다. 이미 주방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범준이 앞치마를 두르고 능숙하게 파스타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민서가 내려온 것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고 작가님, 이사 첫날인데 배달 음식 시키기도 그렇고 해서, 제 저녁 만드는 김에 같이 만들었어요. 간단하게 봉골레 파스타인데, 드실 수 있겠어요?”
민서는 예상치 못한 호의에 감동했다. “어머, 김범준 씨!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저 봉골레 정말 좋아해요.” 그녀는 서둘러 손을 씻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 범준이 차려준 식탁은 깔끔했고, 파스타는 레스토랑 못지않은 비주얼이었다. 민서는 한 입 먹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진짜 맛있어요! 디자이너가 아니라 셰프를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범준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취미로 이것저것 해보는 거예요. 디자인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니까, 다양한 감각을 경험하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식사를 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범준은 민서의 웹소설에 대해 흥미를 보였고, 민서는 범준의 그래픽 디자인 작업물에 대해 감탄했다. 어색함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조금씩 사라졌다.
밤 11시. 민서는 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려 했지만, 낯선 환경 탓인지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작가 지망생의 숙명처럼, 글이 막히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결국 민서는 맑은 공기라도 쐴 요량으로 1층으로 내려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 2층 작업실에서 잔잔한 클래식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계단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범준이 커다란 머그잔을 들고 내려왔다. 그는 민서를 발견하고 살짝 놀란 듯하더니, 이내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안 주무시네요? 혹시 방이 불편하세요?”
“아뇨, 방은 정말 좋아요. 그냥… 글이 좀 막혀서 바람 좀 쐬려구요. 밤에 혹시 제가 시끄럽게 할까 봐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김범준 씨 음악 소리가 너무 좋아서 잠시 넋 놓고 있었어요.” 민서는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범준은 민서 옆에 앉으며 머그잔을 건넸다. “따뜻한 캐모마일 티예요. 작업할 때나, 머리가 복잡할 때 마시면 좋아요. 저도 종종 이 시간에 내려와서 이걸 마시면서 생각 정리하거든요.”
따뜻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민서는 그의 섬세한 배려에 또 한 번 심장이 간질거렸다. “감사합니다. 혹시 작업 방해한 건 아니죠?”
“전혀요. 오히려 잠깐의 휴식이 되었습니다. 고 작가님은 주로 어떤 장르의 글을 쓰세요?” 범준은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기대앉아 민서에게 질문했다. 민서는 로맨스 판타지를 쓴다고 고백했고, 범준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 로맨스요? 기대되네요. 우리 집처럼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집이라니….’ 민서는 이 말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전혀 모르는 남자가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캐모마일 티, 그리고 로맨스를 기대하는 다정한 눈빛. 그날 밤, 민서는 잠자리에 들기 전, 처음으로 자신의 방이 아닌, 1층 거실 소파에서의 짧은 대화와 따뜻한 차 한 잔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범준의 세 번째 조건,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는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설마… 나한테 호감이 있어서 받아준 건가?’ 그녀는 설마 하는 생각과 함께 잠이 들었다.
3화. 우연한 접촉, 설렘의 경계가 무너지다
동거 셋째 날. 민서는 오전 내내 글쓰기에 매달렸다. 막혔던 부분이 거짓말처럼 술술 풀려 기분이 좋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1층으로 내려온 민서는 식탁에 쪽지 하나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점심은 간단히 샌드위치를 만들어 두었어요. 전자레인지에 20초만 돌려 드세요. – 범준’
민서는 따뜻한 미소와 함께 쪽지를 떼어냈다. 누가 봐도 완벽한 남자가, 자상함까지 갖추었다는 사실에 민서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간질거렸다.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냐?’
범준이 만들어 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 민서는 설거지를 했다. 자신이 깨끗하게 집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했기에, 꼼꼼하게 물기를 닦고 정리를 마쳤다. 그녀는 다시 2층 방으로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어, 고 작가님.”
계단을 오르던 민서 뒤에서 범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범준은 외출복 차림이었다. “잠시 외근이 있어서 나가요. 혹시 필요한 거 있어요? 오는 길에 사다 드릴게요.” 그의 다정함에 민서는 또 한 번 심쿵했다.
“아뇨, 괜찮아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민서는 밝게 웃으며 답했다. 그 순간, 민서는 계단 마지막 단에서 발을 헛디뎠다. 그녀의 몸이 앞으로 크게 기우는 찰나, 범준이 재빨리 민서의 팔을 붙잡았다.
“조심해요!”
범준의 크고 따뜻한 손이 민서의 팔을 단단하게 잡았고, 민서는 중심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인해 그녀의 몸은 범준의 가슴에 가까이 붙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단단한 체온과, 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그의 향수 냄새에 민서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 짧은 접촉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어요?” 범준의 목소리는 가까웠고,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민서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네, 네! 괜찮아요. 덕분에요. 감사합니다.” 민서는 허둥지둥 몸을 뒤로 뺐다. 가까이에서 본 그의 얼굴은 숨 막힐 만큼 완벽했고, 그의 눈빛은 걱정과 함께 묘한 떨림을 담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범준은 그제야 잡았던 팔을 놓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순간적으로 어색하면서도 달콤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범준은 애써 웃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조심하시고, 저는 나갔다 올게요. 저녁 늦게 들어올 수도 있어요.”
“네… 잘 다녀오세요.” 민서는 멍하니 범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미쳤어, 미쳤어! 심장이 왜 이렇게 뛰어!’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뜨거웠다. 우연한 접촉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의 체온은 뇌리에 깊이 박혔다.
그날 오후, 민서는 글쓰기에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등장인물들의 대사 대신, 방금 전 계단에서 있었던 일이 재생되고 있었다. 특히 범준의 눈빛과, 그가 걱정하며 내뱉었던 숨소리가 자꾸만 떠올랐다.
저녁 8시. 범준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민서는 혼자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다. 밥을 먹고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데, 문득 그녀의 시선이 범준의 방 앞에 놓인 커다란 스케치북에 닿았다. 디자인 작업 중 잠시 꺼내놓은 듯했다. ‘혹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이 있을까?’ 작가로서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민서는 조심스럽게 스케치북을 펼쳤다. 안에는 놀랍도록 섬세하고 감각적인 그래픽 디자인 시안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는 스케치 한 장이 있었다. 펜으로 가볍게 스케치한 듯한 인물화였다. 긴 머리에 밝게 웃는 모습. 놀랍게도 그 인물은 자신이었다.
“어… 나?” 민서는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스케치는 민서가 처음 이 집에 면접을 보러 왔을 때의 모습처럼 보였다. 수줍게 웃고, 눈을 반짝이는 그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범준이 자신을 ‘마음에 든다’고 말한 것이 그저 조건부의 농담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민서의 심장이 다시 한번 쿵 내려앉았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녀왔습니다.” 범준의 목소리였다.
민서는 화들짝 놀라 스케치북을 덮고, 들고 있던 책을 황급히 펼치는 척했다. ‘들켰나? 못 봤겠지?’ 민서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범준이 그녀를 향해 걸어오며 다정하게 말했다. “늦었죠. 고 작가님, 저녁은 드셨어요?”
민서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고개를 들었다. “네, 먹었어요. 일찍 들어오셨네요.” 그의 미소를 보니 아까 본 스케치북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민서는 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제가 스케치북을 봤다’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늘 하루, 우연한 접촉과 뜻밖의 스케치북 발견. 두 가지 사건이 민서의 마음에 ‘김범준’이라는 남자를 특별한 존재로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를 단순한 룸메이트로만 볼 수 없었다.
4화. 밤의 침입자, 불안 속 피어나는 감정
며칠이 더 흘렀다.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은 예상보다 훨씬 편안하고 안정적이었다. 범준은 항상 민서를 배려했고, 집안일에도 깔끔했으며, 밤늦게 소음을 내는 일도 없었다. (물론 민서 역시 두 가지 조건을 완벽히 지켰다.) 특히 범준은 민서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사 오거나, 아침에 그녀 몫의 따뜻한 커피를 준비해 주는 등 자상한 행동으로 민서의 마음을 계속 간질였다. 민서는 이제 아침에 그의 커피 향으로 잠을 깨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그날 밤, 민서는 마감 때문에 새벽 2시까지 글을 쓰고 있었다. 노트북 불빛 외에는 온 집안이 고요했다. 그때, 1층 현관문 쪽에서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민서는 깜짝 놀라 노트북 화면을 닫았다. ‘범준 씨가 아직 안 들어왔나?’ 범준은 야근이 있을 때는 늦게 들어온다고 했지만, 보통은 문자를 미리 남겼다.
민서는 귀를 기울였다. 다시 한번 작은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거실 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이었다. ‘도둑인가?’ 민서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평소 겁이 많은 그녀는 침대 밑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마치 백만 킬로미터처럼 느껴졌다.
민서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복도를 살폈다. 복도 끝, 범준의 작업실 쪽도 불이 꺼져 있었다. 그녀는 스마트폰으로 범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혹시 지금 집에 계세요? 1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요.’
1분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민서는 방문을 아주 살짝만 열고 1층 계단 쪽을 내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때, 갑자기 계단 아래쪽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민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작은 비명을 지르며 1층으로 뛰어내려갔다. “누구세요! 저, 저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공포심을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외쳤다.
민서의 외침에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 고 작가님? 놀랐잖아요!”
그 소리는 범준이었다. 범준은 거실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스패너와 함께, 분해된 듯한 거실 스탠드가 놓여 있었다.
“김… 범준 씨?” 민서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니, 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저는 도둑인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그녀는 안심과 분노가 뒤섞여 목소리가 커졌다.
범준은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죄송해요. 제가 시끄럽게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고 작가님 주무실까 봐 조용히 들어와서 거실 스탠드 고치고 있었어요. 낮에 고장 난 걸 봤는데, 빛이 있어야 제가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니, 그래도 불을 켜고 하셔야죠! 그리고 문자를 좀 주시지…” 민서는 여전히 심장이 쿵쾅거려 말을 잇지 못했다.
범준은 민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그의 손길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의 눈빛은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제가 놀라게 해서 미안하니까, 따뜻한 거라도 드릴게요. 아니면 저랑 잠깐 대화라도 좀 할까요?”
민서는 그의 따뜻한 손과 눈빛에 화가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됐어요. 그냥… 저 혼자만 놀랐으니까.” 그녀는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범준은 그녀의 떨리는 눈을 놓치지 않았다.
“아닙니다. 여기, 앉으세요.” 범준은 민서를 소파로 이끌었다. 그리고 바로 주방으로 가 따뜻한 우유를 가지고 돌아왔다. “자, 이거 마시고 놀란 가슴 진정시키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 집에 늦게 들어와도 꼭 문자를 남길게요.”
민서는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서 그의 옆에 앉았다. 낯선 상황과 공포심이 그를 향한 묘한 감정으로 바뀌었다. ‘나한테 이렇게까지 챙겨주네…’
“고 작가님은 겁이 많은 편이시군요.” 범준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네… 좀 그래요.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낯선 곳은 무섭네요.” 민서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범준은 민서가 들고 있는 머그잔을 보더니, 자신의 손으로 살짝 머그잔의 가장자리를 감쌌다. 그들의 손가락이 순간적으로 닿았다. 민서는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잖아요.” 범준은 부드럽게 말했다. “이 집에는 제가 있어요. 고 작가님은 밤늦게 시끄럽게 하지 않는다는 조건, 저는 고 작가님을 안전하게 지켜드린다는 조건을 새로 추가할게요. 그러니까 안심하고 주무세요.”
민서는 그의 진심이 담긴 눈빛을 피할 수 없었다. 범준의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닌, 보호의 약속처럼 들렸다. 그날 밤, 낯선 소리로 인해 찾아온 공포는, 오히려 범준의 따뜻한 배려와 섬세한 접촉으로 인해 가장 달콤한 설렘으로 변모했다. 민서는 이제 확신했다. 이 남자는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 그리고 자신도… 그에게 끌리고 있다.
5화. 글쓰기와 디자인, 영감을 공유하다
민서의 웹소설 작업은 순조로웠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표지 디자인이었다.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표지 이미지가 필요했지만, 그녀의 예산으로는 고퀄리티의 디자이너에게 의뢰하기 어려웠다.
어느 날 아침, 거실에서 작업을 하던 범준이 민서의 노트북 화면을 흘끗 보고 물었다. “고 작가님, 혹시 지금 작업하는 소설의 표지 시안 때문에 고민하세요?”
민서는 깜짝 놀라 화면을 가렸다. “어… 네. 콘셉트는 잡았는데, 그걸 시각적으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네요. 역시 디자인은 전문가의 영역인 것 같아요.”
범준은 흥미로운 듯 민서의 옆자리로 다가왔다. “혹시 어떤 콘셉트인지 제가 들어봐도 될까요? 제가 그래픽 디자이너잖아요. 그냥 편하게 이야기해 보세요. 영감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의 말은 호의와 진심이 섞여 있었다.
민서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쓰고 있는 로맨스 판타지의 시놉시스를 설명했다. 고대 왕국의 마법사와 왕녀의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 금지된 마법을 상징하는 푸른 달과, 왕실의 품격을 나타내는 은빛 왕관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범준은 민서의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했다. “푸른 달과 은빛 왕관… 아주 매력적인 조합이네요. 두 개의 상징이 충돌하면서도 조화되는 느낌을 살려야겠어요.” 그는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가더니, 30분 만에 다시 내려왔다. 그의 손에는 연필 스케치 몇 장이 들려 있었다.
“어때요? 이런 느낌으로 배경은 어두운 남색 계열로, 푸른 달이 은은하게 빛나고, 그 아래 작은 왕관이 깨진 조각처럼 놓여 있는 건 어떨까요? 금지된 사랑의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민서는 스케치를 보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와… 김범준 씨! 제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를 그대로 꺼내 놓은 것 같아요! 너무 완벽해요!” 그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범준은 민서의 진심 어린 리액션에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를 지었다. “고 작가님의 글에서 영감을 받은 거예요. 글의 힘이 대단한데요. 제가 이걸 실제로 디자인 작업해서 시안 몇 개를 만들어 드릴까요? 제가 돕고 싶어요.”
민서는 당황했다. “아뇨, 김범준 씨 바쁘신데. 제가 어떻게 그런 부탁을…”
“부탁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거예요. 고 작가님의 글에 대한 일종의 투자랄까요? 제가 만든 디자인이 대박 나는 소설의 표지가 되면 저도 기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고 작가님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범준은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에 살짝 힘을 주어 말했다. 그의 눈빛은 작업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민서에 대한 호감을 담고 있었다.
결국 민서는 거절할 수 없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범준 씨. 그럼 제가 성공하면 꼭 정식으로 디자인료를 지불할게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죠.” 범준은 윙크하며 대답했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밤마다 1층 거실 식탁에서 작업을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민서는 글을 쓰고, 범준은 옆에서 디자인 시안을 만들었다. 민서는 자신이 쓴 글의 특정 장면을 묘사하며 범준에게 영감을 주었고, 범준은 그 장면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민서의 글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어느 날, 민서가 쓴 로맨스 씬을 범준이 읽게 되었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의 어깨에 기대 잠드는 장면이었다. 민서는 부끄러워하며 화면을 가리려 했지만, 범준이 그녀의 손을 살짝 잡고 말했다. “잠깐만요. 이 감정선… 정말 좋네요. 뭔가…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이에요.”
그는 민서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그 장면을 바탕으로 왕녀와 마법사가 푸른 달 아래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는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냈다. 그들의 작업은 더 이상 단순한 협업이 아니었다. 서로의 영감을 공유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달콤한 시간이었다.
밤 12시가 되자, 범준은 자신의 디자인 작업을 멈추고 민서의 노트북을 덮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작가님도 이제 쉬셔야죠.”
“아, 네.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민서는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도요.” 범준은 진심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고 작가님 옆에 있으면, 작업 능률이 훨씬 올라요. 고 작가님이 저의 뮤즈인 것 같아요.”
민서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뮤즈라니!’ 그녀는 심장 소리가 범준에게 들릴까 봐 조심스러웠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제 '룸메이트'라는 벽 대신, '함께 꿈을 꾸는 협력자'라는 설레는 연결고리가 생겼다. 그 연결고리는 날이 갈수록 두 사람을 더 깊은 감정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었다.
6화. 첫 번째 공유, 비밀이 아닌 일상으로
민서와 범준은 이제 각자의 방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룸메이트가 아니었다. 1층 거실은 그들의 ‘공용 작업실’이자 ‘휴식 공간’이 되었고, 두 사람은 아침과 저녁을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특히 아침 시간은 민서에게 가장 설레는 시간이었다. 민서는 습관처럼 아침 7시 30분에 눈을 떴고, 1층 주방에서는 이미 범준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주로 간단한 토스트나 오믈렛, 그리고 신선한 과일 스무디를 만들었다.
“고 작가님, 오믈렛에 치즈 조금 넣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범준은 앞치마를 두른 채 민서를 보며 다정하게 물었다.
민서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물론이죠. 범준 씨가 만든 건 뭐든 좋아요.” 이 말을 하고 민서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방금 나 너무 스스럼없이 말했나?’
범준은 그 말에 만족스러운 듯 환하게 웃으며 오믈렛 접시를 민서 앞에 놓아주었다. “다행이네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
식사 후에는 범준이 디자인 작업을 하는 1층 거실 소파에서 민서는 자신이 쓴 웹소설을 태블릿으로 읽는 시간을 가졌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일에 집중했지만,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얻었다.
“범준 씨, 혹시… 작업할 때 집중 안 될 때는 어떻게 하세요?” 민서가 태블릿을 내려놓고 물었다.
범준은 잠시 펜을 멈추고 생각하더니, 민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주로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고 작가님이랑 잠깐 수다 떨 때, 아니면 고 작가님 표정에서 영감을 얻을 때도 많아요.”
“제 표정이요?” 민서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며 당황했다.
“네. 고 작가님은 글을 읽을 때 표정이 솔직해요. 슬픈 부분에서는 입술이 살짝 내려가고, 설레는 부분에서는 눈이 반짝이고요.” 범준은 마치 민서의 얼굴을 분석하듯 자세히 설명했다. “그 표정들을 볼 때, 제가 만드는 디자인이 사람들에게도 저런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그게 저한테는 큰 영감이 돼요.”
범준의 섬세한 관찰력과 다정한 칭찬에 민서는 얼굴이 다시 달아올랐다. 그녀는 이제 범준에게 완전히 노출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감정이 모두 그에게 읽히고 있구나.’ 하지만 그 시선이 따뜻하고 호의적이라 싫지 않았다.
그날 오후, 민서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왔다. 그녀가 냉장고에 식재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범준이 작업실에서 내려와 말했다. “고 작가님, 오늘 저녁은 제가 스케줄이 좀 바빠서 늦을 것 같아요. 먼저 드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민서는 조금 아쉬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범준은 외출하기 전, 민서에게 잠시 다가와 그녀의 머리카락에 묻은 무언가를 떼어주었다. “여기, 뭐가 묻었어요.”
손이 닿는 순간, 민서는 온몸이 경직되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다정한 스킨십. 룸메이트로서의 경계를 넘어선 행동이었다. 범준 역시 자신의 행동에 놀랐는지, 손을 황급히 거두며 헛기침을 했다.
“아, 죄송해요. 너무 자연스럽게… 저도 모르게.” 그의 얼굴에도 홍조가 살짝 돌았다.
민서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아, 괜찮아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범준이 현관문을 닫고 나간 후, 민서는 한참 동안 머리에 손을 얹고 서 있었다. 그의 손이 닿았던 부분이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다. ‘저 사람이 나한테 이렇게 행동하는 건… 분명히 나를 이성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민서는 이제 그들의 관계를 '룸메이트'로 정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저녁 10시. 범준에게서 문자가 왔다. ‘고 작가님. 오늘은 야근이 길어져서 새벽에 들어갈 것 같아요. 문단속 잘하고 먼저 주무세요. 냉장고에 푸딩 넣어 뒀어요. 맛있게 드세요. – 범준’
민서는 푸딩을 꺼내 먹으며, 그의 다정함에 다시 한번 심장이 요동쳤다. 그녀는 문자를 보냈다. ‘알겠습니다. 야근 힘내세요. 푸딩 잘 먹을게요! 그리고… 너무 늦지 않게 들어오세요. (집에 혼자 있는 건 조금 무서워서요.)’ 괄호 안의 문장은 민서가 용기를 내어 보낸 일종의 ‘사심’이 담긴 메시지였다.
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지만, 30분 뒤 범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 작가님, 죄송해요. 회의 중이라 문자를 이제 봤어요. 집이 무섭다고 하셨죠? 걱정 마세요. 한 시간 안에 모든 작업 마무리하고 바로 달려갈게요. 문단속 잘하고 TV 보고 계세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안심하라는 듯 단호하고 부드러웠다. 민서는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용기가 생겼다. ‘나 때문에 이렇게 바쁜 야근 중에 서둘러 오는 건가?’
한 시간 뒤, 현관문이 열리고 범준이 들어왔다. 그가 현관에서부터 민서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다녀왔습니다. 고 작가님. 혼자서 무서워하지 않으셨죠?”
그의 다정한 미소를 보자, 민서는 이 집이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닌, 그의 온기로 가득 찬 ‘집’으로 느껴졌다. 그날 이후, 민서와 범준의 일상에는 서로를 챙기는 따뜻한 공유의 순간들이 비밀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7화. 오피스룩 범준과 설렘의 출근길
범준은 평소 재택근무가 잦았기 때문에 늘 편안한 티셔츠나 맨투맨 차림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침 8시, 1층 거실로 내려온 민서는 완벽한 '오피스룩'을 입고 있는 범준을 보고 숨을 멈췄다.
차콜 그레이 수트와 깔끔한 흰 셔츠, 그리고 넥타이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은 범준은 평소의 편안한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의 잘생긴 외모가 수트의 정갈함과 만나니 마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같았다.
“와… 범준 씨, 오늘 어디 중요한 미팅 있으세요? 옷차림이…” 민서는 말을 잇지 못하고 감탄했다.
범준은 머리를 살짝 쓸어 넘기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오랜만에 중요한 클라이언트 미팅이라서요. 좀 어색하죠? 평소에 너무 편하게 다녀서.”
“아뇨, 전혀요! 너무 멋있으세요. 진짜… 빛이 나는 것 같아요.” 민서는 자신도 모르게 진심을 내뱉었다. 범준은 그 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민서에게 다가왔다.
“고 작가님한테 그렇게 들으니 힘이 나네요. 고 작가님이야말로 아침마다 미모로 빛이 나시는데요.” 그는 자연스럽게 민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순간 멈칫하며 손을 거두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침 햇살만큼이나 눈부신 설렘이 감돌았다.
“오늘 고 작가님은 어디 가실 예정 있으세요? 제가 가는 길에 태워다 드릴까요? 앗차, 아니다. 제 차는 회사에 두고 와서…” 범준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아, 저도 오늘 웹소설 스터디 모임이 있어서 시내 쪽으로 나가야 해요. 괜찮아요. 저는 지하철 타면 돼요.” 민서는 그의 배려에 감동했지만, 거절했다.
범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지하철역까지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늦을 것 같으니 서두르셔야죠.”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다. 평소 편안한 옷차림으로 집에서만 마주하던 그가, 완벽한 수트 차림으로 옆에서 함께 걸으니 민서는 기분이 묘했다. 마치 데이트를 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범준 씨, 오늘 미팅 잘 되시길 바랄게요. 혹시 긴장되거나 그러진 않으세요?” 민서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고 작가님이 응원해 주시니까, 긴장될 새도 없어요. 성공적으로 계약 따내서, 고 작가님 맛있는 거 사 드릴게요.” 범준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지하철역 입구에 다다르자, 두 사람은 아쉬운 듯 발걸음을 멈췄다. 범준은 민서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고 작가님, 저 미팅 끝나는 대로 바로 집으로 올게요. 그리고… 집에 와서 고 작가님이 쓰신 로맨스 소설 초고, 혹시 제가 읽어봐도 될까요? 물론 부담되시면 안읽을게요.”
“네? 아… 물론이죠. 제가 표지 디자인도 부탁드렸는데, 내용도 읽어보셔야죠. 대신 혹평은 금지예요!” 민서는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혹평이요? 상상도 안 가는데요. 고 작가님이 쓰는 글은 분명 설렘으로 가득할 것 같아요.” 범준은 민서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칭찬과 함께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럼, 잘 다녀오세요.” 민서는 밝게 인사했고, 범준은 그녀가 지하철역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민서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도 계속해서 범준의 모습을 떠올렸다. ‘수트 입은 범준 씨… 진짜 최고였는데. 저렇게 멋진 남자가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건… 정말 꿈만 같다.’ 그녀는 웹소설 스터디 모임 내내, 자신의 소설 주인공 대신 범준의 완벽한 수트 차림만 생각했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민서는 범준이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샤워를 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민서는 자신의 노트북에 저장된 소설 초고 파일을 범준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1층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밤 10시. 범준이 지친 듯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민서는 재빨리 다가가 그의 가방을 받아주었다. “어머, 미팅 잘 되셨어요? 피곤해 보이시네요. 따뜻한 차 끓여 드릴까요?”
“고 작가님. 저… 미팅 대박 났어요. 계약했습니다!” 범준은 환하게 웃으며 지친 와중에도 민서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싶어 안달 난 듯 보였다. “고 작가님 덕분에 힘 받아서 잘 된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와! 정말 잘 됐네요! 제가 축하주 대신 따뜻한 차 끓여 드릴게요. 먼저 씻고 나오세요.” 민서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주방으로 향했다.
범준은 씻으러 올라가기 전, 거실 테이블에 놓인 노트북을 발견했다. 화면 속 파일 제목은 ‘푸른 달의 마법사 (초고)’였다. 범준은 설레는 마음으로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민서가 타온 따뜻한 차를 마시며, 밤늦도록 그녀의 소설에 빠져들었다. 그 소설에는, 어딘가 자신과 민서의 미묘한 감정이 녹아있는 듯한 로맨스 장면이 가득했다. 범준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8화. 침대 밑의 비밀, 그의 다정한 불안감
범준은 민서의 소설을 밤새 읽었다. 다음날 아침, 민서가 잠에서 깨어 1층으로 내려오자, 범준은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칭찬과 애정으로 가득했다.
“고 작가님, 소설 정말 재미있어요. 저 밤새서 다 읽었어요.” 범준은 민서를 보자마자 진심을 담아 말했다.
“어머, 범준 씨. 밤새도록요? 죄송해서 어쩌죠. 그래도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이네요.” 민서는 밤샘 독서까지 해준 그의 모습에 감동했다.
“특히 이 장면이요.” 범준은 태블릿에 띄워 둔 소설 속 한 장면을 민서에게 보여주었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마법으로 만든 방패막을 깨고 달려가는 장면이었다. “이런 희생적인 사랑이 고 작가님의 로맨스 감성이겠죠?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설렜어요.”
민서는 범준이 짚어준 장면이 사실은 자신이 범준에게 느끼는 ‘보호받고 싶은 마음’을 투영한 것이었기에, 더욱 가슴이 두근거렸다.
“범준 씨, 제 소설 읽으시면서 디자인 영감은 좀 얻으셨어요?” 민서가 수줍게 물었다.
“물론이죠. 이제 표지 디자인은 걱정 마세요. 제가 고 작가님의 소설만큼 완벽한 디자인을 만들어 드릴게요.”
두 사람은 그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소설의 등장인물과 스토리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룸메이트 관계를 넘어, 이제는 서로의 예술 세계를 공유하는 소울메이트처럼 느껴졌다.
그날 오후, 민서는 방 청소를 하면서 침대 밑 깊숙한 곳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민서가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추억의 물건들과 함께, 오래된 사진첩이 들어 있었다. 사진첩에는 그녀의 과거 남자친구와의 사진 몇 장이 끼워져 있었다. 지금은 아무 감정 없지만, 괜히 범준에게 보이기 싫었다. 민서는 사진첩을 다시 상자 안에 넣어 침대 밑에 숨겨두었다.
저녁이 되어, 민서는 거실에서 웹소설 마감 때문에 끙끙 앓고 있었다. 범준은 그런 민서에게 따뜻한 밀크티를 건네주었다.
“고 작가님,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작가님은 충분히 훌륭한 작가예요.” 범준은 민서의 등을 살짝 토닥여주었다.
“고맙습니다. 범준 씨.” 민서는 힘을 얻는 듯했지만, 여전히 머리가 복잡했다.
범준은 민서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노트북을 쳐다봤다. 파일 저장 버튼을 누르고 혹시 덮어씌워질까 봐 백업 파일만 만들려던 참이었나보다. 그런데 마우스가 실수로 ‘최근 사용한 파일’ 목록을 건드리면서 ‘내 방_침대 밑 상자_추억.jpg’라는 알 수 없는 파일 이름이 떴다. 범준은 그 파일명에 이끌려 폴더를 열었다. 그곳에는 그녀의 옛 남자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범준은 사진을 보자마자 심장이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민서에게 느끼는 감정이 단순한 호감이나 룸메이트 이상의 것임을 깨달았다. 질투, 그리고 불안감이었다. 민서의 과거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녀가 다른 사람과 행복했던 추억이 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게 했다.
범준은 재빨리 파일을 닫고 소파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민서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범준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표정은 이전의 다정함과는 달리 미묘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범준 씨, 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요.” 민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 아뇨. 그냥 작업하다가 조금 피곤해서요. 고 작가님, 저 먼저 2층에 올라갈게요. 너무 늦게까지 작업하지 마세요.” 범준은 평소와 달리 짧게 말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민서는 의아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다정했는데, 갑자기 왜 저렇게 변했지?' 민서는 혹시 자신이 뭘 잘못했나 싶어 불안해졌다.
침대에 누운 범준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 남자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민서 작가님을 행복하게 해줬을까?’ 질투심이 그의 심장을 갉아먹었다.
다음날 아침. 범준은 민서에게 평소보다 훨씬 더 다정하게 행동했다. 그는 완벽한 아침 식사를 차려주고, 민서의 커피 잔에 하트 모양의 거품을 그려 넣었다.
“범준 씨, 오늘 아침은 특별하네요? 하트예요!” 민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범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 작가님, 제가 어제 너무 일찍 자서 미안해요. 오늘은 제가 고 작가님의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고 작가님에게는 늘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의 지나치게 다정한 행동은, 어젯밤 민서의 과거를 본 후 불안감에서 비롯된 일종의 ‘소유욕’의 표현이었다. 범준은 민서의 마음속에 자신이 과거의 남자보다 더 큰 자리를 차지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 그들의 관계는 이제 설렘을 넘어, 질투와 소유욕이라는 깊은 감정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9화. 질투의 시작, '친구'라는 이름의 위협
범준은 민서에게 과거의 사진을 봤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평소보다 더 자주 민서의 주변을 맴돌았고, 민서가 다른 사람과 연락하거나 외출할 때는 은근히 신경을 썼다.
어느 날 오후, 민서에게 고등학교 동창인 ‘현수’라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현수는 오랜만에 서울에 와서 민서에게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응, 현수야! 오랜만이다! 어, 그래. 오늘 저녁? 응, 좋아! 7시에 역 앞에서 보자.” 민서는 밝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끝나자마자 범준이 2층 작업실에서 내려와 민서에게 다가왔다. “고 작가님, 오늘 저녁 약속 있으세요? 혹시… 남자분이세요?”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 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남사친이에요. 현수라고.” 민서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범준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그의 표정은 숨길 수 없는 불편함을 드러냈다. “아, 남자… 친구요. 혹시 그 친구분, 고 작가님한테… 마음 있는 건 아니고요?”
민서는 범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에이, 무슨 소리예요! 현수는 그냥 저의 가장 친한 이성 친구예요. 가족이나 다름없죠.”
범준은 민서의 말에 더욱 심란해졌다. ‘가족이나 다름없다니. 그게 더 위험한 거 아닌가?’ 그는 질투심을 숨기기 위해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그럼, 제가 고 작가님 데려다 드릴게요. 늦지 않게 가셔야죠.” 범준은 평소와 달리 강하게 제안했다.
결국 범준은 민서를 약속 장소 근처까지 데려다주었다. 차 안에서 범준은 끊임없이 현수에 대해 물었고, 민서는 그가 왜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지 의아했지만, 그저 다정함의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민서가 차에서 내리려는데, 범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고 작가님.”
민서는 깜짝 놀라 범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간절했다. “재미있게 놀고, 너무 늦지 않게 들어오세요. 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바로 전화하세요. 저, 고 작가님 걱정할 거예요.”
민서는 그의 진심이 담긴 걱정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네, 범준 씨. 걱정 마세요. 제가 도착하자마자 문자 드릴게요.”
민서는 현수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범준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아 평소처럼 현수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범준과의 약속대로 저녁 9시에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현수에게 말했다.
집에 도착하자, 1층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범준은 소파에 앉아 디자인 스케치를 하는 중이었다. 민서가 들어서자, 범준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맞았다.
“고 작가님!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그의 표정에는 안도감과 기쁨이 교차했다.
“네, 현수가 피곤해 보여서 일찍 헤어졌어요. 범준 씨, 오늘 하루 종일 저 걱정했어요?” 민서는 장난스러운 투로 물었지만, 속으로는 그의 반응을 기대했다.
범준은 민서에게 솔직하게 고백했다. “네. 솔직히 조금 신경 쓰였습니다. 고 작가님은 저의 룸메이트이고… 또…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시니까요. 혹시 무슨 일 생길까 봐 계속 작업에 집중이 안 됐어요.”
그의 솔직한 고백에 민서는 행복했다. ‘내가 단순한 룸메이트가 아니라, 그에게는 특별한 존재구나.’
민서는 범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걱정 끼쳐드려 죄송해요. 이제 안심하고 작업하세요. 저 여기 있어요.”
범준은 그녀의 말에 깊은 안도감을 느끼며 환하게 웃었다. “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요.”
그날 밤, 범준은 민서에게 자신이 민서의 소설 표지를 위해 만들고 있는 새로운 시안들을 보여주었다. 그 시안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깊고 섬세한 감정선을 담고 있었다. 민서는 그가 자신의 소설에, 그리고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범준 씨, 이 시안들은 정말… 최고예요. 제 소설에 대한 범준 씨의 애정이 느껴져요.”
“고 작가님, 제가 고 작가님의 글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고 작가님도 아셨으면 좋겠어요.” 범준은 디자인에 대한 애정을 넘어선, 민서에 대한 애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두 사람은 밤늦도록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들의 대화는 점점 더 사적이고 감정적으로 깊어졌다. 범준의 질투는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를 빠르게 진전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제 그들은 누가 봐도 썸을 타고 있는 커플이나 다름없었다.
10화. 첫 번째 데이트, 룸메이트의 경계를 넘어
민서는 범준이 자신에게 질투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그에게 조금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로 결심했다. 그녀 역시 범준에게 호감이 있었고, 이 미묘한 ‘썸’의 관계를 더 이상 룸메이트라는 이름 아래 묶어두고 싶지 않았다.
“범준 씨, 주말에 혹시 약속 있으세요?” 민서가 아침 식사 중 조심스럽게 물었다.
범준은 스무디를 마시다가 깜짝 놀라 민서를 바라보았다. “네? 아뇨. 특별한 스케줄은 없습니다. 왜요, 고 작가님?” 그의 눈빛은 이미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희… 주말에 같이 외출할까요? 맨날 집에서만 작업하고, 집 주변에서만 왔다 갔다 했잖아요. 바람도 쐴 겸, 서울 도심에 있는 큰 서점에도 가고 싶고요.” 민서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녀는 이것을 '데이트'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애써 '외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범준은 순간적으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제가 고 작가님에게 데이트 신청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그는 민서의 말을 ‘데이트’로 해석했다.
“데, 데이트요?” 민서는 당황했다.
“아, 외출이요!” 범준은 능청스럽게 정정했지만, 이미 그의 눈빛은 '데이트'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럼, 토요일에 같이 나가요. 제가 고 작가님을 위해 특별한 코스를 준비할게요.”
토요일 오전. 민서는 평소 입던 편안한 복장 대신, 예쁘게 꾸미고 1층으로 내려왔다. 베이지색 니트 원피스에 단정하게 머리를 묶은 민서의 모습에 범준은 다시 한번 첫눈에 반한 듯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와… 고 작가님. 오늘 정말 예쁘세요.” 범준은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그는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가디건과 청바지 차림이었다.
“범준 씨도 너무 멋있으세요. 데이트 코스는 어디예요?” 민서가 설레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선 고 작가님이 가고 싶어 했던 서점부터 갈 거예요. 그리고 점심은 제가 고 작가님이 좋아할 만한 숨겨진 맛집으로 예약해 뒀어요.” 범준은 운전대를 잡으며 민서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서점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민서는 자신의 웹소설에 필요한 자료를 찾았고, 범준은 그녀 옆에서 디자인 관련 서적을 훑어보았다. 때때로 두 사람은 책을 보다가 어깨가 닿기도 했고, 그때마다 짜릿한 설렘이 그들의 마음에 번졌다.
점심 식사는 범준이 예약해 둔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아담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범준 씨는 디자인 말고 다른 꿈은 없으세요?” 민서가 물었다.
범준은 와인잔을 살짝 기울이며 민서를 바라보았다. “음… 꿈이랄까. 저는 누군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만드는 디자인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요.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저녁을 나누는 평범한 행복을 꿈꿔요.”
민서는 그의 눈빛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누군가'가 바로 자신임을. 그녀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고 작가님은요? 소설 작가 외의 꿈이 있다면요?” 범준이 되물었다.
“저는… 제가 쓴 글로 사람들에게 설렘과 행복을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 역시… 마음이 통하는 따뜻한 사람과 함께 알콩달콩 사는 거요. 예를 들면… 지금처럼요.” 민서는 용기를 내어 ‘지금처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범준은 그녀의 솔직한 대답에 감동했다. “지금처럼이요? 저도 좋아요. 고 작가님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제 꿈이 현실이 된 것 같아요.”
식사 후, 두 사람은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늦은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그들을 감쌌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민서의 입가에 아이스크림이 살짝 묻었다.
범준은 망설임 없이 손수건을 꺼내 민서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다정한 행동이었다. 민서는 그의 눈빛이 너무 가까이에 있자 숨을 쉴 수 없었다.
“고 작가님은 뭘 먹을 때마다 이렇게 귀여운 실수를 하네요.” 범준은 부드럽게 속삭였다.
“어… 죄송해요. 제가 좀 칠칠맞죠.” 민서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죄송할 게 뭐 있어요.” 범준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닦아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아요.”
그 순간, 민서는 더 이상 그들의 관계를 부정할 수 없었다. 이 남자는 나를 좋아하고 있고, 나는 이 남자의 다정함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들의 첫 번째 데이트는 룸메이트라는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달콤한 전환점이 되었다.
11화. 고백 직전의 망설임, 불안한 확신
첫 데이트 이후, 두 사람은 마치 사귀는 연인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집안에서는 서로에게만 집중했고, 작업 중에는 끊임없이 눈빛을 주고받았으며, 주말에는 함께 외출했다. 하지만 아직 그 누구도 '고백'이라는 결정적인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들의 관계는 '썸'이라는 이름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가장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민서는 이제 범준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범준이 자신에게 먼저 아침 인사를 건넬 때, 그녀의 어깨에 담요를 덮어줄 때, 그녀의 글을 읽고 감탄할 때마다 '이것은 사랑이다'라고 확신했다.
어느 날, 범준이 민서에게 자신의 가장 아끼는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었다. “고 작가님, 이건 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업이에요. 제가 어떤 디자이너인지 고 작가님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포트폴리오에는 범준의 감각적이고 따뜻한 디자인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민서는 그의 열정과 재능에 다시 한번 반했다. “범준 씨는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 디자이너로서도, 그리고… 룸메이트로서도요.”
“룸메이트를 넘어서는 건 안 되나요?” 범준은 민서의 눈을 깊숙이 응시하며 물었다.
민서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 그건 범준 씨가 먼저 결정해야죠.” 그녀는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제가 이미 결정한 것 같지 않으세요?” 범준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는 고백 직전의 상황을 만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한 걸음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범준에게도 망설임은 있었다. 그는 민서에게 진심으로 반했지만, 그녀의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라는 불안정한 상황과, 자신의 갑작스러운 고백이 그녀에게 부담이 될까 봐 걱정했다. 그는 민서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혹시나 룸메이트라는 관계 때문에 그녀가 불편함을 느끼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날 밤, 범준은 민서에게 자신이 새로 만든 웹소설 표지 디자인 시안을 보여주었다. 시안은 푸른 달과 은빛 왕관 외에, 두 남녀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실루엣이 추가되어 있었다. 그 실루엣은 누가 봐도 범준과 민서를 닮아 있었다.
“범준 씨… 이건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에요?” 민서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노골적인가요? 하지만 고 작가님의 소설은 이런 감정을 담고 있잖아요. 사랑, 그리고 간절함.” 범준은 시안을 민서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저는 고 작가님의 소설이 대박 나길 바라요. 그리고 고 작가님이 꿈을 이루면…” 범준은 말을 멈추고 민서의 손을 잡았다. “제가 고 작가님에게 정식으로 고백하고 싶어요. 고 작가님이 작가로 정식 데뷔하면, 그때 제가 고 작가님의 남자가 되고 싶어요.”
민서는 범준의 진심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의 불안정한 상황까지 고려해서 고백을 미루고 있었구나.’ 그녀는 범준의 따뜻한 배려와 섬세함에 감동했다.
“범준 씨… 저는 범준 씨의 마음만 확인하면 돼요.” 민서는 용기를 내어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은 채, 그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고 작가님. 저는 고 작가님을 처음 본 순간부터, 고 작가님이 저의 셋째 조건을 통과한 그 순간부터, 고 작가님을 사랑했습니다.”
민서는 그의 고백에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저도… 범준 씨를 좋아해요. 룸메이트가 아닌, 이성으로요.”
범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민서의 손을 놓고, 그녀의 얼굴에 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들의 첫 키스는 달콤하고 부드러웠으며,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키스를 마친 후, 범준은 민서를 품에 안았다. “고 작가님. 이제부터 우리는 룸메이트가 아닌, 비밀 연애를 하는 연인입니다. 고 작가님이 정식 작가로 데뷔하는 날, 세상에 우리 관계를 밝힐 거예요.”
민서는 그의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웹소설은 이제 현실의 로맨스로 바뀌었다. 그들의 비밀 연애는 룸메이트라는 특별한 공간 안에서 가장 달콤하게 시작되었다.
12화. 비밀 연애의 시작, 발각 위기의 연속
고백과 첫 키스 이후, 민서와 범준의 관계는 급변했다. 겉으로는 여전히 평범한 룸메이트였지만, 한 지붕 아래에서 비밀 연애를 하는 그들의 일상은 심장 터질 듯한 설렘의 연속이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경계 유지’였다. 1층 거실에서는 혹시라도 누가 볼까 봐 거리를 두어야 했지만, 눈빛은 이미 서로를 향해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민서가 실수로 범준의 어깨에 기대거나, 범준이 민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멈칫하는 순간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되었다.
“범준 씨, 혹시… 저기요.” 민서가 범준에게 묻자, 범준은 이미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어? 아, 죄송해요. 습관이 돼서.” 범준은 민서의 손을 놓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민서의 손은 여전히 그의 온기로 뜨거웠다.
가장 달콤한 시간은 ‘심야 데이트’였다. 모두가 잠든 새벽 1시, 범준이 민서의 방에 쪽지를 남기거나 문자를 보냈다. ‘고 작가님, 1층 주방으로 내려오세요.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요. – 범준’
민서는 심장이 터질 듯한 설렘을 안고 1층 주방으로 내려갔다. 주방의 작은 불빛 아래에서, 두 사람은 몰래 포옹하고 짧은 키스를 나누었다.
“범준 씨, 혹시 누가 보면 어쩌려고요. 이렇게 위험하게.” 민서는 범준의 품에 안겨 속삭였다.
“이 집에 우리 둘 뿐이잖아요. 설령 누가 오면… 제가 고 작가님한테 디자인 아이디어 설명하고 있었다고 둘러댈게요. 아니면… 고 작가님이 배가 고파서 라면 끓이러 왔다고 할까요?” 범준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민서의 귓가에 속삭였다.
민서는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라면 끓이러 왔다고 할 거예요?”
“하하.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요.” 범준은 민서의 볼에 입을 맞추고, 그녀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들의 비밀 연애는 아슬아슬한 ‘발각 위기’의 연속이었다. 어느 날 아침, 범준의 회사 동료인 ‘지수’가 서류를 전달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 집으로 찾아왔다.
“어머, 범준 씨! 일찍부터 작업을…” 지수는 거실 소파에서 나란히 앉아 아침 식사를 하던 범준과 민서를 발견하고 말을 멈췄다. 민서는 재빨리 범준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범준은 태연하게 지수에게 말했다. “아, 지수 씨. 일찍 왔네요. 이분은 고 작가님. 이 집에 새로 들어온 룸메이트예요. 작가라서 밤낮없이 글 쓰는데, 제가 디자인 작업 때문에 챙겨주려구요.”
민서는 범준의 능숙한 대처에 놀랐다. 지수는 민서를 보고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룸메이트가 이렇게 예쁘시면, 범준 씨가 작업에 집중이 될까 모르겠네요. 안녕히 계세요, 고 작가님.”
지수가 집을 나간 후, 민서는 범준에게 투덜거렸다. “범준 씨, 나 때문에 지수 씨가 오해하셨잖아요!”
“오해할 게 뭐 있나요. 제가 고 작가님 챙기는 건 사실이고, 고 작가님 예쁜 것도 사실인데요.”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비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누가 올 때마다 긴장하는 것도 꽤 스릴 있고 재미있지 않아요?”
민서는 범준의 말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들의 비밀 연애는 마치 한 편의 스릴 넘치는 로맨스 소설 같았다. 한 집에서 알콩달콩 생활하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더 깊이 빠져들었다. 이제 범준에게는 민서가 없는 아침 식사나, 민서에게는 범준의 따뜻한 눈빛이 없는 작업 시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들의 사랑은 비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13화. 질투의 그림자, 확신을 시험하다
비밀 연애가 시작된 지 한 달. 민서와 범준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비밀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 외부 인물이 개입하면서 그들의 관계는 시험대에 올랐다.
민서는 웹소설 작가 지망생 모임에 참석했고, 그곳에서 같은 장르를 쓰는 '김석훈'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석훈은 민서의 글을 칭찬하며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했다.
“민서 씨 글은 감정선이 정말 섬세해요. 혹시… 실제 연애 경험에서 나오는 건가요?” 석훈은 민서에게 대놓고 물었다.
민서는 당황했지만,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그냥 상상력으로 쓰는 거예요.”
그날 저녁, 민서가 모임 후 집에 늦게 도착하자 범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맞았다. “고 작가님, 왜 이렇게 늦었어요? 문자도 안 받고…”
“죄송해요. 글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가는 줄 몰랐어요. 모임에 김석훈이라는 작가님이 계셨는데, 제 글에 대해 너무 좋게 평해 주셔서요.” 민서는 자랑하듯 말했다.
범준은 석훈이라는 이름에 눈살을 찌푸렸다. “김석훈이요? 남자 작가분인가요? 그분이 고 작가님한테 관심 있는 것 같은데요.” 그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질투심이 담겨 있었다.
“에이, 범준 씨! 그냥 글에 대한 이야기만 했어요.” 민서는 범준의 질투가 귀여웠지만, 일부러 아닌 척했다.
다음날, 석훈은 민서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여, 함께 카페에서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민서는 범준의 반응이 궁금했지만,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핑계로 석훈의 제안을 수락했다.
민서가 석훈을 만나러 외출했을 때, 범준은 작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는 민서에게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고, 민서가 답장을 늦게 할 때마다 불안해했다.
‘고 작가님, 점심은 드셨어요? 석훈 씨랑은 무슨 이야기 하시나요? – 범준’
‘아직 안 들어오셨네요. 혹시 그분이 고 작가님한테 작업 거는 건 아니겠죠? 저는 불안해요. – 범준’
민서는 범준의 문자를 보면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의 질투는 그녀에게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확인시켜주는 달콤한 증거였다.
저녁 7시. 민서가 집에 돌아오자, 범준은 현관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는 민서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를 끌어안았다.
“고 작가님! 이제야 오셨네요. 저는 고 작가님이 영영 안 돌아오는 줄 알았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안도감과 함께 애절함이 묻어 있었다.
“범준 씨! 제가 왜 안 돌아와요. 저 여기 살잖아요.” 민서는 범준의 품에 안겨 말했다.
“고 작가님은 너무 예쁘고, 글도 잘 써서…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 고 작가님한테 홀릴까 봐 걱정돼요.” 범준은 민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심을 고백했다.
민서는 범준의 질투가 사랑의 표현임을 알았기에, 그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범준 씨, 저한테는 범준 씨밖에 없어요. 범준 씨는 저의 첫 번째 독자이자, 저의 룸메이트이자, 저의 남자친구인걸요.”
“남자친구…” 범준은 그 단어에 행복해하며 민서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고 작가님, 우리 이제 비밀 연애는 그만할까요? 저는 고 작가님을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요.”
“아직은 안 돼요.” 민서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정식 작가로 데뷔해서, 범준 씨가 만들어준 표지 디자인이 세상에 나올 때, 그때 우리 관계를 세상에 공개하고 싶어요. 그때까지는 우리 둘만의 비밀 연애를 즐겨요. 집 안에서만 알콩달콩하게요.”
범준은 민서의 눈빛에서 확신을 얻었다. 그는 석훈이라는 질투의 그림자 덕분에 민서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날 밤, 1층 거실 소파에 앉아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영화를 보았다. 그들의 사랑은 비밀스러웠지만, 그만큼 더 뜨겁고 간절했다.
14화. 신혼부부의 일상, 식탁 위의 달콤한 전쟁
비밀 연애가 무르익으면서, 민서와 범준의 동거 생활은 마치 신혼부부의 일상처럼 변해갔다.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의 침실 문 앞에서 짧은 모닝 키스를 나누었고, 저녁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주방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특히 요리는 그들에게 가장 달콤한 애정 표현의 장이었다. 범준은 디자인만큼이나 요리에도 능숙했고, 민서는 옆에서 서툰 솜씨지만 열심히 재료를 손질했다.
“고 작가님, 양파 썰 때 눈 매워하지 마세요. 제가 할게요.” 범준은 양파를 썰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민서를 보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뇨, 제가 해야죠! 제가 글 쓰는 동안 범준 씨가 항상 밥 해줬잖아요. 오늘은 제가 범준 씨를 위해 특별히 요리사가 될 거예요.” 민서는 눈물을 닦으며 활짝 웃었다.
그녀는 범준을 위해 비장의 무기인 김치찌개를 끓이기로 했다. 범준은 민서의 요리를 먹는 것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고 작가님의 글처럼, 맛도 아주 감성적일 것 같아요.”
하지만 민서의 요리 솜씨는 생각보다 서툴렀다. 김치찌개는 간을 맞추기 어려웠고, 계란말이는 모양이 엉망진창이었다. 범준은 그녀의 서툰 요리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고 작가님, 계란말이가 마치… 지구가 폭발한 것 같아요.” 범준이 농담을 던졌다.
“아! 김범준 씨! 놀리지 마세요. 그래도 맛은 괜찮을 거예요!” 민서는 삐진 듯 입술을 쭉 내밀었다.
범준은 민서의 귀여운 모습에 다가가 그녀의 볼에 뽀뽀했다. “농담이에요. 고 작가님이 나를 위해 요리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에요.”
두 사람은 마주 앉아 민서가 만든 김치찌개를 먹었다. 김치찌개는 조금 짰고, 계란말이는 모양이 엉망이었지만, 범준은 진심으로 맛있게 먹었다.
“범준 씨, 진짜 맛있어요? 억지로 먹는 거 아니죠?” 민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정말 맛있어요. 고 작가님 손맛이 담겨서 그런가 봐요. 그런데… 다음부터는 간은 제가 봐도 될까요?” 범준은 웃으며 애교 있게 부탁했다.
“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범준 씨가 총괄 셰프를 맡으세요. 헤헤.” 민서도 귀엽게 웃으며 대답했다.
식사 후, 설거지는 누가 할지 달콤한 '가위바위보 전쟁'이 시작되었다. 범준은 일부러 져주고 싶었지만, 민서는 지는 것을 싫어했다.
“자! 누가 설거지할지 정합시다. 가위바위보!” 민서가 외쳤다.
결국 범준이 이겼고, 민서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설거지를 시작했다. 범준은 그런 민서의 뒤로 다가와 그녀를 백허그했다.
“졌다고 너무 삐지지 마세요. 고 작가님.” 범준은 민서의 목에 턱을 기대고 속삭였다.
“범준 씨… 이러면 설거지에 집중이 안 되잖아요.” 민서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의 단단한 팔에 갇혀 움직일 수 없었다.
“괜찮아요. 제가 고 작가님 옆에서 응원해 드릴게요. 이렇게요.” 범준은 민서의 볼에 뽀뽀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설거지를 도왔다.
두 사람은 설거지를 하면서도 서로 장난치고 애정 표현을 했다. 그들의 일상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범한 설거지 시간마저도 그들에게는 둘만의 특별한 데이트 시간이었다.
밤늦도록 거실 소파에 앉아 웹소설과 디자인 작업을 함께 하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의 손을 잡았다. 겉으로는 룸메이트였지만, 그들의 행동과 눈빛은 이미 10년차 신혼부부나 다름없었다. 한 집에서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그들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달콤한 사랑의 증거였다.
15화. 첫 번째 다툼, '룸메이트의 선'을 넘어서
아무리 알콩달콩한 커플이라도 다툼은 피할 수 없는 법이다. 민서와 범준에게도 첫 번째 다툼의 순간이 찾아왔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했다. 범준은 민서의 웹소설 표지 디자인 시안을 완성했고, 민서는 그 시안을 정식으로 출판사에 제출하려 했다. 하지만 범준은 민서가 아직 정식 데뷔 전이기에, 그의 디자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고 작가님, 디자인은 제가 고 작가님에게 드리는 선물이에요. 제가 고 작가님을 좋아해서 만든 거니까, 상업적인 이용료는 안 받겠습니다.” 범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범준 씨의 디자인은 프로의 결과물이에요. 제가 아무리 작가 지망생이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죠. 이건 제 자존심 문제예요.” 민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의견은 팽팽하게 맞섰다. 범준은 민서에게 돈을 받고 싶지 않았고, 민서는 범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이 문제는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닌, 서로를 향한 배려와 자존심의 충돌이었다.
“고 작가님은 저를 이 집의 룸메이트로 생각하는군요. 저한테 돈을 줘야만 이 관계가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범준은 서운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제가 범준 씨에게 기대기만 하는 것 같아서요. 저는 범준 씨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동거인이고… 또… 연인인데…” 민서는 말을 더듬었다.
“연인이니까 더더욱 제가 고 작가님을 돕고 싶어요! 제가 고 작가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잖아요.” 범준은 결국 화가 난 듯 2층 작업실로 올라가 버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민서는 멍하니 거실에 서 있었다. 그들의 첫 번째 다툼이었다. 사소한 문제였지만, 서로를 너무 생각해서 생긴 다툼이라 더욱 마음이 아팠다.
민서는 범준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범준은 2층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민서는 결국 쪽지를 써서 범준의 작업실 문 앞에 붙여두었다.
‘범준 씨. 죄송해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어요. 범준 씨의 배려를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범준 씨의 도움이 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아요. 그러니까 화 풀고 내려와서 저랑 이야기 좀 해요. – 민서’
30분쯤 지났을까. 작업실 문이 살짝 열리고, 범준이 내려왔다. 그의 눈가는 약간 붉어져 있었다.
“고 작가님…” 범준은 민서를 보자마자 그녀를 끌어안았다. “제가 너무 예민했어요. 죄송해요. 고 작가님 마음 다 아는데, 제가 너무 혼자 앞서나갔어요.”
“아니에요. 제가 더 죄송해요. 범준 씨 마음은 제가 더 잘 알아요. 저를 아껴주고 싶다는 마음인 거 다 알아요.” 민서도 범준을 꽉 안아주었다.
포옹을 마친 후, 범준은 민서에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럼 이렇게 해요. 디자인 비용은 제가 고 작가님에게 ‘연애 자금’으로 투자하는 걸로 해요. 고 작가님이 정식 작가로 데뷔해서 돈 많이 벌면, 그때 저에게 멋진 정장 한 벌 사주세요. 대신 지금은 저에게 아무것도 받지 마세요.”
민서는 범준의 기발하고도 로맨틱한 제안에 웃음을 터뜨렸다. “네, 좋아요! 그럼 그때 제가 범준 씨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정장을 선물해 드릴게요.”
그들의 첫 번째 다툼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단순한 룸메이트가 아닌, 서로의 자존심과 감정을 배려하는 진정한 연인이 되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1층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손을 잡았다. 범준은 민서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싶었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신 그는 민서의 손에 그의 애정을 가득 담아 키스했다. 그들의 사랑은 다툼마저도 달콤하게 만들었다.
16화. 엇갈린 외박, 밤새도록 이어진 걱정
다툼 후, 민서와 범준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졌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여전히 ‘룸메이트’라는 이름의 비밀 연애였기에, 가끔은 서로의 동선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어느 금요일 저녁. 민서는 웹소설 작가 지망생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했다. 모임 후, 친구들은 민서에게 집에 가지 말고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자고 붙잡았다. 민서는 결국 친구 집에서 하루 묵기로 결정했다.
민서는 범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범준 씨, 저 오늘 친구 집에서 자고 갈 것 같아요. 걱정 마세요! 내일 뵐게요. – 민서’
범준은 민서의 문자를 보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외박이라니. 왜 나에게 자세히 말해주지 않은 거지?’ 그는 자신이 민서의 남자친구인데, 그녀의 외박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꼈다.
범준은 애써 태연한 척 답장을 보냈다. ‘네, 알겠습니다. 재미있게 놀고, 조심해서 잘 들어오세요. – 범준’
하지만 범준은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1층 거실에 앉아 민서의 방을 올려다보았다. 불이 꺼진 민서의 방은 그에게 너무나도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민서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민서가 없는 이 집은, 그에게 더 이상 따뜻한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범준은 민서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수십 번 고민했지만, 그녀가 혹시라도 불편해할까 봐 참았다. 그는 밤늦도록 민서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새벽 3시. 범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민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서는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고 작가님! 죄송해요. 제가 너무 걱정돼서요. 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저, 목소리 한번만 듣고 싶었어요.” 범준의 목소리에는 불안함과 애절함이 가득했다.
“범준 씨?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게까지 깨어있게 했네요. 저 괜찮아요. 친구 집이에요. 걱정 마세요.” 민서는 범준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깨달았다.
“정말 아무 일 없는 거 맞죠? 제가 지금이라도 고 작가님 데리러 갈까요?” 범준은 진심으로 물었다.
“에이, 무슨 소리예요! 걱정 마세요. 저, 범준 씨 목소리 들었으니까 이제 푹 잘게요. 범준 씨도 이제 푹 주무세요.” 민서는 범준의 다정한 걱정에 감동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아침. 민서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범준은 1층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범준 씨! 저 왔어요!” 민서는 범준에게 달려가 그의 손을 잡았다.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자마자 그녀를 끌어안았다. “고 작가님! 이제야 좀 살 것 같네요. 민서 씨 없는 이 집은 너무 공허했어요. 저, 어젯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민서는 범준의 불안함과 애정을 확인하고 미안함과 감동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제가 범준 씨한테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다음부터는 절대 외박 안 할게요. 만약 외박을 하게 되더라도, 범준 씨한테 매시간 보고할게요.”
“아뇨. 고 작가님 사생활인데,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죠. 다만… 저에게는 고 작가님이 너무 소중해요. 고 작가님이 없으면 이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저를 위해서라도 항상 조심해 주세요.” 범준은 민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들의 엇갈린 외박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범준은 민서에게 자신이 얼마나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는지 고백했고, 민서는 범준의 깊은 사랑을 확인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스케줄에 대해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더욱더 뜨겁게 사랑했다. 그들의 관계는 이제 불안한 썸을 넘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17화. 동거의 특권, 한 침대 위의 밀착
민서와 범준은 공식적인 연인이 된 후에도 룸메이트로서의 동거 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들의 밤은 더 이상 각자의 방에서 외롭게 보내는 시간이 아니었다.
늦은 밤, 민서가 범준의 작업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다. “범준 씨, 아직 안 주무세요?”
“어, 고 작가님. 보고 싶어서 작업에 집중이 안 됐어요.” 범준은 민서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민서는 범준의 옆에 앉아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범준 씨는 작업할 때가 가장 멋있어요. 집중하는 모습이 섹시해요.”
범준은 민서의 직설적인 칭찬에 얼굴이 붉어졌다. “고 작가님한테 그런 말 들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고 작가님이야말로 글 쓰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다가 민서가 자연스럽게 범준의 작업실 침대로 향했다.
“범준 씨, 오늘 밤은 여기서 같이 잘까요?” 민서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범준은 망설임 없이 민서를 끌어안았다. “좋아요. 제가 고 작가님 안아 드리고 싶어서 얼마나 참았는지 몰라요.”
그날 밤, 두 사람은 범준의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범준이 민서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민서는 그의 품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꼈다.
“범준 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 이제부터는 매일 여기서 자고 싶어요.” 민서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좋아요. 이제부터 고 작가님은 제 침대에서 함께 잠들기로 약속!.” 범준은 민서의 이마에 뽀뽀했다.
그들의 밤은 단순한 잠자리가 아니었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달콤한 밀착 취재의 시간이었다.
“범준 씨, 제가 어젯밤에 꾼 꿈 이야기해 줄까요?” 민서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범준에게 물었다.
“네, 무슨 꿈 꿨어요?” 범준은 민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꿈에서 제가 범준 씨랑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고 있었어요. 범준 씨는 아침마다 저에게 모닝 키스해주고, 저는 범준 씨를 위해 아침 식사를 차려주는 꿈이요.” 민서는 얼굴을 붉히며 고백했다.
범준은 민서의 꿈 이야기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고 작가님, 그 꿈, 제가 현실로 만들어 드릴게요. 우리는 이미 신혼부부나 다름없잖아요.”
“정말요? 그럼 범준 씨는 저랑 결혼하고 싶으세요?” 민서가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범준을 올려다보았다.
“당연하죠. 고 작가님은 저의 모든 것이에요. 저의 뮤즈, 저의 여자친구, 그리고 저의 미래의 아내요.” 범준은 민서의 입술에 길게 키스했다.
그들의 관계는 이제 고백과 연애를 넘어, 결혼을 약속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었다. 한 집에서 시작된 동거 로맨스는 이제 평생을 약속하는 사랑이 되었다. 그들의 사랑은 밤의 침대 위에서 가장 뜨겁고 진실하게 타올랐다.
18화. 감기 바이러스, 지극정성 간호의 밤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가던 어느 날, 민서에게 불청객이 찾아왔다. 바로 지독한 감기였다. 밤새 열이 오르고 기침이 심해져, 민서는 작업은커녕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밤늦게 방에서작업하던 범준은 민서의 방에서 들려오는 기침 소리에 깜짝 놀라 달려가 방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섰다.
“고 작가님, 괜찮아요? 기침이 너무 심한데요.” 범준은 민서의 이마에 손을 얹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민서의 이마는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범준 씨… 죄송해요. 시끄럽게 해서…” 민서는 아픈 와중에도 범준에게 미안해했다.
“무슨 소리예요! 제가 고 작가님을 간호해야죠.” 범준은 서둘러 체온계를 가져와 민서의 체온을 쟀다. 39.5도. 고열이었다.
범준은 밤새도록 민서의 곁을 지켰다.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민서의 이마를 닦아주고, 해열제를 먹이고, 보리차를 끓여주었다. 민서는 아픈 와중에도 범준의 지극정성 간호에 감동했다.
“범준 씨, 저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민서가 미안해하자,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고 작가님. 제가 고 작가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죠? 제가 고 작가님을 간호해 줄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큰 행복이에요. 아프지 마세요. 제가 고 작가님 대신 아파주고 싶어요.”
민서는 범준의 진심 어린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범준의 손을 잡았다. “범준 씨… 고마워요. 제가 빨리 나아서 범준 씨 맛있는 거 해 드릴게요.”
범준은 민서의 이마에 뽀뽀하고는 그녀의 곁에 앉아 밤새 간호를 했다. 민서가 잠든 사이, 범준은 그녀의 소설 초고를 다시 읽으며 그녀가 아프지 않고 빨리 나아서 다시 글을 쓸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다음날 아침. 민서의 열은 조금 내렸다. 범준은 민서를 위해 직접 끓인 죽을 들고 왔다.
“고 작가님, 제가 만든 죽이에요. 영양 만점이니, 조금이라도 드셔야 해요.” 범준은 민서를 부축해 일으켜 앉히고, 정성스럽게 죽을 먹여주었다.
“범준 씨, 마치… 저의 남편 같아요.” 민서는 범준의 다정한 모습에 감동했다.
“남편이요? 좋아요. 제가 고 작가님의 남편이 될게요. 대신 고 작가님은 저의 예쁜 아내가 되어주세요.” 범준은 민서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치며 말했다.
민서는 범준의 손을 잡고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네. 제가 범준 씨의 예쁜 아내가 될게요.”
그들의 사랑은 감기 바이러스마저도 이겨낼 만큼 단단했다. 범준의 지극정성 간호는 민서에게 그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고 아끼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아픈 밤은 그들에게 가장 로맨틱하고 진실한 사랑의 맹세의 밤이 되었다.
19화. 드디어 데뷔, 세상에 공개되는 표지 디자인
며칠 후, 민서는 드디어 정식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그녀가 쓴 웹소설 <푸른 달의 마법사>가 유명 플랫폼에서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민서는 이 소식을 범준에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다. “범준 씨! 저… 저 드디어 정식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어요!” 민서는 기쁨에 가득 차 범준에게 달려가 안겼다.
범준은 민서의 소식에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했다. “고 작가님! 드디어! 저는 고 작가님의 성공을 확신했어요! 정말 축하해요!” 그는 민서를 번쩍 안아 들고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범준 씨 덕분이에요. 범준 씨가 만들어준 표지 디자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민서는 범준의 목에 매달려 말했다.
“아닙니다. 고 작가님의 글이 좋았기 때문이죠. 이제 우리가 세상에 나설 때가 되었네요.” 범준은 민서를 내려놓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출판사에서는 민서의 데뷔작 표지 디자인으로 범준이 만들어준 시안을 최종 결정했다. 민서는 범준의 디자인료를 정식으로 지불하려 했지만, 범준은 여전히 거절했다.
“고 작가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정장은 나중에 사주시고, 지금은 저에게 ‘공개 연인 선언’을 해주세요.”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민서는 범준의 제안에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요. 그럼 오늘 저녁, 데뷔 기념 파티 때, 제가 범준 씨를 세상에 공개할게요.”
그날 저녁, 민서의 데뷔를 축하하는 작은 파티가 열렸다. 웹소설 작가 지망생 친구들과 출판사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였다. 범준은 민서의 옆을 든든하게 지켰다.
파티가 무르익을 무렵, 민서는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여러분, 제 소설 <푸른 달의 마법사>가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저의 성공에 가장 큰 도움을 준 한 분께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범준에게 쏠렸다. 범준은 민서의 옆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분은 저의 룸메이트이자, 저의 첫 번째 독자이자, 저의 소설 표지 디자인을 만들어주신 분입니다. 그리고…” 민서는 잠시 말을 멈추고 범준의 손을 잡았다.
“이 분은 저의 남자친구입니다. 김범준 씨.”
민서의 고백에 파티장은 놀라움과 축하의 박수로 가득 찼다.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그의 눈에는 민서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이 가득했다.
“여러분, 제가 만든 디자인이 이 소설의 표지가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 표지는 저의 사랑하는 민서 작가님에 대한 저의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입니다. 앞으로 민서 작가님을 많이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저희 커플도 예쁘게 봐주세요.” 범준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들의 비밀 연애는 이제 세상에 공개되었다. 룸메이트로 시작된 동거 로맨스는 이제 세상의 축복을 받는 정식 연인이 되었다. 민서의 소설 데뷔와 함께, 그들의 사랑도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제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
20화. 달콤한 재계약, 신혼집으로의 진화
민서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범준이 디자인한 표지는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민서의 글은 큰 인기를 얻었다. 두 사람은 이제 공식적인 연인이 되었다.
어느 날, 범준은 민서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민서 씨. 저희… 이 집 계약 기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 다음 스텝은 어떻게 할까요? 이제 공식적인 연인이 되었으니, 함께 새로운 집을 알아보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이 집에서 계속 지낼까요?”
민서는 범준의 제안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함께 사는 것은 너무 좋지만, 이 집은 '룸메이트'로 시작한 곳이었다.
“범준 씨는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민서가 되물었다.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저는 이 집이 좋아요. 민서 씨를 처음 만난 곳이고, 우리의 비밀 연애가 시작된 곳이니까요. 이 집은 저에게 '썸 타는 하우스'가 아닌, '사랑하는 하우스'예요. 그리고… 저는 고 작가님과 함께 이 집을 '신혼집'으로 만들고 싶어요.”
범준은 민서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새로운 디자인 시안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이 집을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스케치였다. 2층의 범준 작업실을 '커플 작업실'로 만들고, 민서의 작은 방을 '미니 도서관'으로 바꾸는 계획이었다.
“민서 씨. 저랑 이 집을 재계약하고, 함께 신혼부부처럼 살아요. 제가 민서 씨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드릴게요.” 범준은 민서의 눈을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민서는 범준의 로맨틱한 제안에 감동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범준 씨. 저는 이 집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요. 우리 여기서 계속 알콩달콩 살아요.”
민서는 더 이상 보증금 없는 저렴한 월세 때문에 이 집에 사는 룸메이트가 아니었다. 민서와 동준은 미래를 함께할 예비 신혼부부였다.
그날 저녁, 두 사람은 재계약을 축하하기 위해 근사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범준은 부엌에서 스테이크를 굽고, 민서는 와인을 꺼내 향을 맡았다. 와인이 잔에 찰랑거리며 부딪힐 때,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그 위에 맑게 얹혔다.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건배!”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더 깊어지길 위해, 건배.
범준은 민서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쳤다.
식사 후, 두 사람은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기 위해 나란히 앉아 스케치를 보았다. 범준은 민서에게 자신의 침실을 보여주며 말했다.
“민서 씨. 이제부터 이 방은 우리 방이에요. 여기서 함께 잠들고,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거예요.”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침대에 누웠다.
민서는 범준의 품에 안겨 말했다. “범준 씨.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아요. 낯선 동거로 시작한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달콤하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저도요. 민서 씨는 저에게 가장 큰 행운이에요.” 범준은 민서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들의 사랑은 이제 룸메이트라는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신혼부부의 일상으로 진화했다. 그들의 집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따뜻하며, 설렘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되었다.
21화. 아침을 함께, 모닝 키스의 달콤함
집을 재계약하고 신혼집처럼 리모델링한 후, 민서와 범준의 일상은 완벽하게 '신혼부부 모드'로 전환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아침이었다.
민서는 이제 더 이상 알람 소리에 눈을 뜨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아침 범준의 따뜻한 품에서,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좋은 아침이에요, 나의 사랑스러운 작가님.” 범준은 민서의 이마에 모닝 키스를 하며 속삭였다.
“좋은 아침이에요, 나의 멋진 디자이너님.” 민서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대답하고, 범준의 목을 끌어안아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그들의 아침은 모닝 키스로 시작되었다. 키스가 끝난 후, 범준은 민서를 위해 직접 내린 따뜻한 커피를 침대 옆 테이블에 놓아주었다.
“민서 씨. 오늘은 어떤 꿈 꿨어요? 저랑 알콩달콩 사는 꿈 꿨어요?” 범준은 민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네. 오늘은 범준 씨가 저를 위해 아침 식사를 차려주는 꿈 꿨어요.” 민서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꿈이 현실이 되었네요. 이제 아침 식사하러 갈까요?”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1층 주방으로 향했다.
1층 주방은 이제 두 사람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범준은 능숙하게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민서는 옆에서 범준을 돕거나, 그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
“범준 씨, 저 계란말이 먹고 싶어요.” 민서가 범준의 허리에 팔을 감고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우리 예쁜 작가님이 먹고 싶은 건 다 해드려야죠.” 범준은 민서의 볼에 뽀뽀하고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식사 후, 두 사람은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 아침 뉴스를 보거나, 서로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범준은 민서의 글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었고, 민서는 범준의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다.
“범준 씨, 저 이 장면이 너무 막혀요. 주인공들이 너무 달콤하기만 해서 긴장감이 없어요.” 민서가 자신의 소설 초고를 범준에게 보여주었다.
범준은 민서의 어깨를 감싸 안고 소설을 읽었다. “고 작가님. 너무 달콤해서 독자들이 질투할 것 같네요.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요? 주인공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을 등장시켜서, 그들의 사랑이 더 간절해 보이도록요.”
민서는 범준의 아이디어에 무릎을 쳤다. “역시! 범준 씨는 저의 최고의 조력자예요!”
민서는 범준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그의 볼에 뽀뽀했다. 범준은 민서의 뽀뽀에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들의 아침은 이제 사랑과 일의 경계가 모호해진,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고, 그들의 집은 사랑과 설렘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되었다.
22화. 홈 데이트, 침대 위의 영화관
두 사람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밖에서 데이트하는 것보다, 한 집에서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홈 데이트'가 그들에게는 가장 로맨틱했다.
토요일 저녁. 범준은 민서를 위해 특별한 홈 데이트를 준비했다. 그는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침실 벽에 커다란 스크린을 만들었다. 침대 위에는 폭신한 이불과 담요, 그리고 팝콘과 음료수가 놓여 있었다.
“민서 씨, 오늘 밤은 우리 둘만의 영화관이에요. 여기서 제가 민서 씨만을 위한 영화를 상영할 거예요.”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침대로 이끌었다.
민서는 범준의 로맨틱한 이벤트에 감동했다. “와… 범준 씨! 이거 너무 로맨틱한 거 아니에요? 범준 씨는 정말 최고의 남자친구예요.”
범준은 민서를 자신의 품에 안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선택한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영화보다는 서로에게 더 집중했다.
“범준 씨, 영화 재미있어요?” 민서가 범준의 품에 기대어 물었다.
“네. 그런데 영화보다 민서 씨가 더 재미있어요.” 범준은 민서의 입술에 키스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애정 표현을 했다. 손을 잡고, 껴안고, 키스하고, 서로의 귓가에 사랑의 속삭임을 전했다.
“범준 씨, 저 졸려요.” 민서가 눈을 반쯤 감은 채 말했다.
“네, 민서 씨. 아무 걱정말고 푹 자요. 제가 민서 씨 지켜 드릴게요.” 범준은 민서가 잠들 때까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민서가 잠든 후에도 범준은 영화를 끄지 않았다. 그는 민서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내 여자친구일까?’ 범준은 민서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새벽 3시. 영화가 끝났다. 범준은 조용히 빔 프로젝터를 끄고, 민서 옆에 누웠다. 그는 민서를 자신의 품에 더욱 깊숙이 안았다.
“민서 씨. 사랑해요.” 범준은 잠든 민서의 귓가에 속삭였다.
다음날 아침. 민서는 범준의 품에서 눈을 떴다. 침대 주변에는 팝콘과 음료수가 여전히 놓여 있었다.
“범준 씨, 어젯밤에 영화 끝까지 보셨어요?” 민서가 물었다.
“네. 끝까지 봤죠. 민서 씨가 꿈꾸는 모습도 끝까지 봤고요.” 범준은 민서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민서는 범준의 다정한 말에 감동했다. “범준 씨, 저는 범준 씨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요. 범준 씨는 저의 산소 같아요.”
“민서 씨. 저도 마찬가지예요. 민서 씨는 저의 전부예요. 우리 평생 이렇게 함께 살아요.” 범준은 민서에게 진한 키스를 선사했다.
그들의 홈 데이트는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달콤한 시간이었다. 한 집에서 시작된 사랑은 이제 그들의 삶 전체를 감싸 안았다. 그들의 집은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다.
23화. 주말의 유혹, 아슬아슬한 노출
주말 아침, 민서와 범준은 늦잠을 잤다. 아침 10시가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난 민서는 너무 배가 고파 1층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범준의 티셔츠 한 장만 걸친 채였다. 티셔츠는 그녀의 허벅지 중간쯤까지 내려왔고, 그녀의 맨다리가 드러났다.
1층 주방에서는 이미 범준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민서는 범준의 뒷모습을 보고 달려가 그의 허리를 백허그했다.
“범준 씨,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요!” 민서가 앙탈 부리듯 말했다.
범준은 민서의 백허그에 놀랐지만, 이내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고 말했다. “민서 씨. 저도 민서 씨가 배고플까 봐 서둘러 준비했어요. 근데… 지금 옷차림이 좀…” 범준은 민서의 맨다리를 보고 얼굴을 붉혔다.
“어? 왜요? 범준 씨 티셔츠잖아요.” 민서는 자신의 옷차림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그들에게는 이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신혼부부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제 티셔츠는 맞는데… 민서 씨가 너무 섹시해서요. 저, 지금 식사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데…” 범준은 민서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민서는 범준의 반응에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범준 씨, 지금 저 때문에 심장 간질거리는 거예요?”
“네. 민서 씨 때문에 미칠 것 같아요.” 범준은 결국 민서를 뒤돌아보게 하고 그녀의 입술에 길게 키스했다. “민서 씨, 저 지금 이 상태로 민서 씨 안아 버리고 싶은데… 일단 아침 식사부터 합시다. 제가 우리 고 작가님 굶길 수는 없으니까.”
민서는 범준의 귀여운 모습에 행복했다. 두 사람은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범준은 민서의 맨다리를 의식했는지, 계속해서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려고 했다.
“범준 씨, 왜 이렇게 저를 가리려고 해요?” 민서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민서 씨는 저만의 보물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어요.” 범준은 솔직하게 고백했다.
“다른 사람이라니! 이 집에 우리 둘밖에 없잖아요.” 민서가 웃었다.
“그래도요. 혹시라도 택배 기사님이나 누가 갑자기 벨을 누르면 어쩌려고요.” 범준은 여전히 불안해했다.
민서는 범준의 질투심이 사랑의 표현임을 알았기에, 그의 말에 순종했다. “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옷 제대로 입을게요. 대신 범준 씨도 저한테 이렇게 섹시하게 유혹하지 마세요.”
“제가 언제 유혹했어요?” 범준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지금요! 범준 씨 눈빛이 저를 유혹하고 있어요.” 민서는 범준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아침 식사 내내 서로에게 애정 표현을 하고, 서로를 놀렸다. 그들의 일상은 이제 사랑과 웃음으로 가득 찬,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주말의 유혹은 그들의 사랑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24화. 글의 영감, 현실 속의 로맨스
민서의 웹소설은 승승장구했다. 독자들은 민서의 글에서 나오는 설렘과 로맨스 감성에 열광했다. 민서의 글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명확했다. 그녀의 글은 이제 순수한 상상력이 아닌, 범준과의 현실 속 로맨스를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범준 씨, 독자들이 제가 쓴 키스 씬이 너무 현실적이라고 난리예요. 혹시 제가 너무 자세하게 묘사했나요?” 민서가 자신의 소설 댓글을 보며 범준에게 물었다.
범준은 민서의 뒤에서 그녀를 백허그하고, 그녀의 목에 턱을 기대고 말했다. “고 작가님. 그게 왜 현실적일까요? 우리 매일 키스하잖아요. 고 작가님의 글은 고 작가님의 삶이 투영된 거예요. 그러니까 독자들이 열광하는 거죠.”
민서는 범준의 품에 안겨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녀의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의 모든 행동과 대사는 범준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범준이 자신에게 했던 다정한 말들, 그가 자신을 간호해 주었던 지극정성, 그가 질투했던 귀여운 모습들. 모든 것이 그녀의 글에 녹아 있었다.
“범준 씨, 그럼 제가 지금부터 쓰는 로맨스 씬도 범준 씨한테 영감을 받아야겠어요.” 민서는 범준을 뒤돌아보게 하고 그의 품에 안겼다.
“좋아요. 제가 고 작가님의 영감이 되어 드릴게요. 고 작가님이 원하는 대로 다 해 드릴게요.” 범준은 민서의 이마에 뽀뽀했다.
민서는 범준에게 질문했다. “범준 씨, 만약 제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범준 씨는 어떨 것 같아요?”
범준은 민서의 질문에 당황했지만,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민서 씨.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상상도 하기 싫어요. 민서 씨가 없는 이 집은 지옥일 거예요. 저는 민서 씨를 찾기 위해 세상 끝까지 달려갈 거예요. 제 삶의 의미는 민서 씨니까요.”
민서는 범준의 진심이 담긴 고백에 감동했다. 그녀는 그 말을 그대로 소설에 옮겨 적었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했던 가장 로맨틱한 고백으로.
범준은 민서의 글쓰기를 돕기 위해, 그녀가 글을 쓰는 동안 그녀를 위해 커피를 타주고, 간식을 준비하고, 그녀의 어깨를 마사지해 주었다. 그의 모든 행동은 민서의 글에 대한 애정이었고, 민서에 대한 사랑이었다.
민서의 소설은 점점 더 인기를 얻었고, 결국 드라마 제작까지 논의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서는 범준에게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전했다.
“범준 씨! 제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대요!” 민서는 기쁨에 가득 차 범준에게 달려가 안겼다.
범준은 민서의 성공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우리 민서 씨! 정말 축하해요. 저는 민서 씨의 성공을 확신했어요! 그러면 제가 만든 표지 디자인이 드라마 포스터로 만들어지겠네요!”
“네. 그리고…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모델은 범준 씨예요. 제가 범준 씨를 생각하면서 썼거든요.” 민서는 수줍게 고백했다.
범준은 민서의 고백에 감동했다. “민서 씨. 저를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민서 씨의 영원한 남자 주인공이 되어 드릴게요.”
그들의 사랑은 이제 현실 속의 로맨스를 넘어, 드라마 속의 로맨스로까지 확장되었다. 그들의 동거 로맨스는 가장 성공적인 로맨스 소설의 원천이 되었다.
25화. 커플 작업실, 함께 꾸는 미래의 꿈
리모델링 후, 범준의 작업실은 민서와 범준, 두 사람의 꿈이 담긴 ‘커플 작업실’로 탈바꿈했다.
범준은 민서에게 가장 좋은 공간을 양보했다. 창문이 커서 햇살이 잘 들어오는 자리에 민서의 작업 책상을 놓았고, 자신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디자인 작업을 했다.
“범준 씨, 이 자리 너무 좋아요. 햇살이 잘 들어서 글이 더 잘 써질 것 같아요.” 민서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네. 제가 민서 씨를 위해 가장 좋은 자리를 양보했어요. 민서 씨가 여기서 대박 나는 소설을 많이 써주셔야죠.” 범준은 민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커플 작업실은 두 사람의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공간이 되었다. 그들은 함께 작업하고, 함께 휴식하고, 함께 미래를 꿈꾸었다.
“범준 씨, 제가 여기서 대박 소설을 많이 써서, 나중에 범준 씨랑 저만의 건물을 지을까요? 범준 씨는 1층에서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하고, 저는 2층에서 글 쓰는 작업실 만들고요.” 민서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호! 좋아요! 고 작가님. 제가 고 작가님 건물을 디자인해 줄게요.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따뜻한 건물로요.” 범준은 민서의 아이디어에 진심으로 동의했다.
그들의 작업실은 단순한 일터가 아닌, 그들의 꿈과 미래가 담긴 공간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었다.
“범준 씨, 저 지금 쓰는 소설의 남자 주인공 이름, 범준 씨 이름으로 바꿔도 될까요? 제가 범준 씨를 생각하면서 쓰면 글이 더 잘 써질 것 같아요.” 민서가 범준에게 물었다.
“좋아요. 고 작가님의 소설에 제가 영원히 남을 수 있다면 영광이죠. 대신 민서 씨는 저의 모든 디자인 작업에 저의 뮤즈로 남아주세요.”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사랑은 이제 일과 삶,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고, 그들의 삶은 서로의 사랑으로 가득 찼다.
밤늦도록 작업을 마친 후, 두 사람은 커플 작업실의 작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었다. 햇살이 비치는 아침, 범준이 먼저 눈을 뜨고 잠든 민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 나의 아내라니…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범준은 민서의 이마에 키스했다.
민서는 범준의 키스에 잠에서 깨어 미소를 지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범준 씨.”
“좋은 아침이에요, 나의 사랑스러운 작가님.”
그들의 커플 작업실은 사랑과 꿈, 그리고 미래가 함께하는 공간이었다. 그들의 동거 로맨스는 이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
26화. 가족과의 만남, 예비 사위의 긴장
민서의 웹소설이 드라마 제작까지 확정되자, 민서의 부모님은 범준을 정식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범준은 민서의 부모님을 만난다는 사실에 심장이 터질 듯 긴장했다.
“민서 씨, 저… 정장 새로 사야 할까요? 혹시 부모님이 저를 마음에 안 들어 하시면 어쩌죠?” 범준은 민서에게 불안감을 토로했다.
“에이, 무슨 소리예요! 범준 씨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인데. 저희 부모님은 범준 씨를 보자마자 반하실 거예요. 그리고 저도 범준 씨한테 정장 한 벌 사줘야 하잖아요.” 민서는 범준의 손을 잡고 그를 안심시켰다.
두 사람은 함께 백화점에 가서 범준의 정장을 샀다. 범준은 민서가 골라준 정장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민서는 범준의 멋진 모습에 감탄했다.
“와… 범준 씨. 진짜 멋있어요. 저희 부모님은 범준 씨를 보자마자 ‘우리 사위’라고 하실 거예요.” 민서는 범준의 넥타이를 매주며 말했다.
“민서 씨. 저는 민서 씨에게 가장 멋있는 남자가 되고 싶어요. 민서 씨 부모님께 제가 얼마나 민서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드릴게요.” 범준은 민서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했다.
드디어 민서의 부모님을 만나는 날. 범준은 민서가 사준 정장을 입고, 꽃다발과 선물을 한아름 들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는 민서의 부모님 앞에서 긴장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아버님, 어머님. 처음 뵙겠습니다. 김범준입니다. 저는 따님 고민서를…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제가 민서 씨를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범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서의 아버지는 범준의 진심 어린 모습에 웃음을 지었다. “자네, 우리 민서한테 참 잘해줬다고 들었네. 민서가 자네 덕분에 글도 잘 쓰고, 사랑받아서 그런가 민서 얼굴이 더 예뻐진 것 같더군. 고맙네.”
민서의 어머니는 범준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범준 씨, 우리 민서의 글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정말 기뻤어요. 범준 씨가 만든 표지 디자인도 너무 멋지고요. 우리 민서, 잘 부탁해요.”
범준은 민서의 부모님의 따뜻한 환영에 안도했다. 그는 민서의 부모님에게 민서와의 동거 로맨스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민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아버님, 어머님. 제가 민서를 처음 봤을 때, 얼굴이 너무 예뻐서 반했어요. 하지만 함께 살면서 민서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생명체인지 알게 되었어요. 저는 민서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요.” 범준은 진심을 담아 고백했다.
민서의 부모님은 범준의 진심 어린 고백에 감동했다. 그들은 범준을 사위로 인정하고,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말했다. “민서 씨. 저, 오늘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어요. 민서 씨 부모님이 저를 사위로 인정해 주셨어요.”
“범준 씨, 제가 말했잖아요. 범준 씨는 완벽한 남자라고.” 민서는 범준의 볼에 뽀뽀했다.
그들의 사랑은 이제 가족의 축복을 받는 단계로 발전했다. 낯선 동거로 시작한 그들의 로맨스는 이제 온 가족의 축복을 받는 진정한 사랑이 되었다.
27화. 프로포즈 대작전, 잊을 수 없는 밤
가족의 축복을 받은 후, 범준은 민서에게 정식으로 프로포즈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민서에게 잊을 수 없는 밤을 선물하고 싶었다.
범준은 민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그들의 '썸 타는 하우스'에서 프로포즈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벤트를 위해 며칠 동안 민서 몰래 준비했다.
프로포즈 당일. 범준은 민서에게 외출했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라고 부탁했다. 민서는 범준의 부탁대로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저녁 8시. 민서가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거실은 수많은 양초와 꽃, 그리고 풍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벽에는 빔 프로젝터로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상영되고 있었다.
범준은 완벽한 슈트를 입고, 민서를 향해 걸어왔다. 그의 손에는 작은 벨벳 상자가 들려 있었다.
“고민서 씨. 저의 사랑스러운 민서 작가님.”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집에서 민서 씨를 처음 만났고, 이 집에서 민서 씨와 사랑을 시작했어요. 이 집은 저에게 가장 소중한 공간이에요. 그리고 민서 씨는 저의 전부입니다.” 범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민서 씨, 저랑 평생 이 집에서 알콩달콩 살아요. 저의 영원한 룸메이트이자, 저의 영원한 아내가 되어주세요.” 범준은 벨벳 상자를 열고, 민서에게 반지를 건넸다.
민서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범준 씨. 제가 범준 씨의 영원한 아내가 될게요.”
범준은 민서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들의 키스는 눈물과 감동, 그리고 영원한 사랑의 맹세로 가득했다.
키스를 마친 후, 범준은 민서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프로포즈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에는 범준이 민서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던 순간, 그녀와의 달콤한 동거 생활, 그리고 미래에 대한 꿈이 담겨 있었다.
“민서 씨. 제가 민서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영상에 다 담았어요. 민서 씨는 저에게 가장 큰 기쁨이에요.” 범준은 민서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민서는 범준의 정성 어린 프로포즈에 감동했다. 그녀는 범준의 품에 안겨 말했다. “범준 씨.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예요. 범준 씨는 저의 영원한 남자 주인공이에요.”
그들의 프로포즈는 가장 로맨틱하고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 낯선 동거로 시작한 그들의 로맨스는 이제 결혼이라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되었다.
28화. 결혼 준비, 신혼부부의 알콩달콩
프로포즈 후, 민서와 범준은 본격적인 결혼 준비에 들어갔다. 그들의 결혼 준비는 여느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하고 설렘으로 가득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썸 타는 하우스'를 그들의 '신혼집'으로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범준은 자신의 디자인 능력을 발휘하여 집을 더욱 따뜻하고 로맨틱하게 꾸몄다. 민서는 범준의 디자인에 자신의 감성을 더해, 그들의 집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신혼집이 되었다.
“범준 씨, 우리 침실에 이 그림 걸면 어때요? 제가 범준 씨를 생각하면서 그린 거예요.” 민서가 자신이 그린 작은 스케치를 범준에게 보여주었다.
“와… 민서 씨는 그림 실력도 대단하네요. 이 그림은 우리 침실의 메인 작품으로 걸어둘게요.” 범준은 민서의 그림에 감탄했다.
두 사람은 함께 가구와 혼수를 보러 다녔다. 범준은 민서의 취향을 존중하며,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었다.
“민서 씨, 이 소파가 민서 씨가 글 쓸 때 가장 편할 것 같아요. 이걸로 할까요?” 범준이 민서에게 물었다.
“좋아요, 범준 씨. 저는 범준 씨가 골라주는 건 뭐든 좋아요. 범준 씨는 저의 취향을 가장 잘 아니까요.” 민서는 모든것을 범준에게 의지했다.
결혼 준비 중에도 그들의 달콤한 동거 생활은 계속되었다. 밤늦도록 결혼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며, 서로에게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범준 씨, 저희 결혼식 날, 범준 씨가 저를 위해 축가를 불러줄 수 있을까요? 범준 씨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민서가 범준에게 부탁했다.
"물론이죠. 제가 민서 씨만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축가를 불러드릴게요.”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약속했다.
민서는 범준에게 결혼 선물을 준비했다. 그녀는 자신의 첫 번째 정식 작가 계약금으로 범준에게 가장 멋진 정장을 선물했다.
“범준 씨, 약속대로 제가 범준 씨에게 정장을 선물해 드려요. 이 정장을 입고 저랑 결혼해 주세요.” 민서는 범준의 넥타이를 매주며 말했다.
범준은 민서의 진심 어린 선물에 감동했다. “민서 씨. 이 정장은 제가 평생 간직할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민서 씨는 저에게 가장 큰 선물이에요.”
그들의 결혼 준비는 사랑과 배려로 가득했다. 낯선 동거로 시작한 그들의 로맨스는 이제 영원한 사랑의 결실을 맺기 직전이었다.
29화. 결혼식 전야, 마지막 룸메이트의 밤
드디어 결혼식 전날 밤이 되었다. 민서와 범준은 마지막으로 '룸메이트'로서 이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결혼식 전날에는 서로의 집에서 자는 것이 전통이지만, 그들은 이 집에서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범준 씨, 우리 이제 내일이면 진짜 부부가 되는 거예요. 믿어지세요?” 민서가 범준의 품에 안겨 물었다.
“네. 민서 씨. 저는 이 순간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이제부터 민서 씨는 저의 영원한 아내가 될 거예요.” 범준은 민서에게 키스했다.
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앉아 서로에게 편지를 써주었다. '결혼 서약'을 대신하는 편지였다.
민서는 범준에게 쓴 편지에서 말했다. ‘범준 씨. 낯선 동거인으로 시작한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사랑으로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범준 씨는 저에게 가장 따뜻하고 든든한 존재예요. 앞으로 평생 범준 씨의 뮤즈이자, 가장 사랑스러운 아내가 될게요. 사랑해요. – 민서’
범준은 민서에게 쓴 편지에서 말했다. ‘우리 민서 작가님. 민서 씨는 저의 삶에 찾아온 가장 큰 기적이에요. 민서 씨의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저는 매일매일 행복했어요. 이제부터 제가 민서 씨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드릴게요. 사랑해요. – 범준’
편지를 읽어준 후,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그들의 키스는 사랑과 감사함,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범준 씨, 우리의 세 가지 입주 조건 기억나세요?” 민서가 웃으며 물었다.
“네. 집을 깨끗하게 쓰는 사람, 밤늦게 시끄럽게 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 범준이 대답했다.
“범준 씨도 세 가지 조건 모두 완벽하게 통과했어요. 특히 세 번째 조건은… 제가 범준 씨에게 첫눈에 반한 순간부터 이미 통과였죠.” 민서는 범준에게 장난스럽게 윙크했다.
“민서 씨도 마찬가지예요. 민서 씨는 저의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예요.” 범준은 민서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들의 마지막 '룸메이트의 밤'은 가장 로맨틱하고 달콤한 시간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 집에서 시작되었고, 이제 이 집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
30화. 해피 엔딩, 영원한 <썸 타는 하우스>
드디어 결혼식 당일. 민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되었고, 범준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랑이 되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결혼식 하이라이트는 범준의 축가였다. 범준은 민서를 위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진심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고, 민서는 눈물을 흘리며 범준의 축가를 들었다.
“사랑하는 민서 작가님. 제가 고 작가님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운명이었어요. 이 노래는 민서 씨에게 바치는 저의 영원한 사랑의 맹세입니다.” 범준은 노래를 마치고 민서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결혼식이 끝난 후, 두 사람은 그들의 추억이 담긴 '썸 타는 하우스'로 돌아왔다. 이 집은 이제 그들의 영원한 신혼집이 되었다.
범준은 민서를 안고 신혼집 문을 열었다. “고 작가님. 이제부터 이 집은 우리 둘만의 공간이에요. 여기서 평생 알콩달콩 살아요.”
“네. 범준 씨. 저는 이 집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요. 우리의 사랑이 시작된 곳이니까요.” 민서는 범준의 품에 안겼다.
그들의 결혼 생활은 꿈꿔왔던 대로 알콩달콩하고 행복했다. 아침에는 서로에게 모닝 키스를 하고, 저녁에는 함께 요리하고, 밤에는 서로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
민서는 범준과의 결혼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영원한 썸 타는 하우스>. 그녀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민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로맨스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범준은 민서의 소설 표지 디자인을 계속해서 맡았고, 그의 디자인은 민서의 소설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두었다. 범준은 민서의 영원한 뮤즈이자,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몇 년 후. 민서와 범준의 집에는 예쁜 남자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는 민서와 범준을 반반씩 닮아 아주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아기의 이름은 엄마 아빠의 이름 한 글자씩을 따서 '민준'으로 지었다.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그들의 사랑은 변치 않았다. 범준은 여전히 민서에게 다정하고 따뜻했고, 민서는 범준에게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훌륭한 작가였다.
어느 날 저녁. 두 사람은 아기가 잠든 후, 1층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범준은 민서의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
“민서 씨. 우리의 삶이 너무 행복해서, 가끔은 꿈같아요. 낯선 동거로 시작한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행복한 결실을 맺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범준 씨. 저는 범준 씨 덕분에 매일매일이 설렘이에요. 우리의 사랑은 썸 타는 하우스처럼, 영원히 설렘으로 가득할 거예요.” 민서는 범준의 손을 잡고 그의 볼에 뽀뽀했다.
그들의 사랑은 낯선 동거에서 시작하여, 연애, 결혼, 그리고 행복한 육아까지 이어졌다. 그들의 '썸 타는 하우스'는 이제 사랑과 행복, 그리고 영원한 설렘이 넘치는, 진정한 '사랑하는 하우스'가 되었다.
※ 본 콘텐츠는 빛나의 창작물이며,
모든 저작권은 원작자 빛나에게 있습니다.
무단 사용, 복제, 상업적 활용을 금합니다. 위반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 2025. 빛나. All rights reserved.
창작소설 연애소설 로맨스소설 로맨스 단편소설 청춘로맨스
#로맨스소설, #창작소설, #첫사랑, #달달한, #웹소설, #사랑얘기 #로맨스물
'설렘, 저장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로맨스 소설 - "미남 약사와 아리따운 회사원"💕 (0) | 2025.12.01 |
|---|---|
| 로맨스 소설 - "경호원님, 선을 넘어주세요!"💕 (0) | 2025.11.20 |
| 로맨스 소설 - "남자친구가 회장님 아들이래요"💕 (0) | 2025.11.19 |
| 로맨스 소설 - "자꾸 키스하고 싶어지잖아"💕 (0) | 2025.11.05 |
| 로맨스 판타지 소설 - "완벽한 AI 남편이 생겼다!"💕 (0) | 2025.10.28 |